2024년 04월 26일 금요일

  • 서울 17℃

  • 인천 14℃

  • 백령 11℃

  • 춘천 17℃

  • 강릉 19℃

  • 청주 18℃

  • 수원 16℃

  • 안동 18℃

  • 울릉도 16℃

  • 독도 16℃

  • 대전 17℃

  • 전주 16℃

  • 광주 16℃

  • 목포 15℃

  • 여수 16℃

  • 대구 19℃

  • 울산 15℃

  • 창원 17℃

  • 부산 16℃

  • 제주 16℃

싱겁게 끝난 라이벌의 ‘삼성동 더비’···진짜 승자는 누구?

싱겁게 끝난 라이벌의 ‘삼성동 더비’···진짜 승자는 누구?

등록 2014.09.18 18:05

정백현

  기자

정의선 부회장, ‘한국형 아우토슈타트’ 꿈 이뤄···경영 효율성·브랜드 파워 제고‘삼성, 실리적 승자’ 분석도···부지 개발 자금으로 전자 사업 R&D·M&A 투자 가능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자동차그룹 내 3사 컨소시엄이 18일 개찰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사진) 입찰 경쟁에서 낙찰됐다. 사진=뉴스웨이DB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자동차그룹 내 3사 컨소시엄이 18일 개찰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사진) 입찰 경쟁에서 낙찰됐다. 사진=뉴스웨이DB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를 놓고 벌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부지 입찰 경쟁이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당초 감정가보다 조금 많은 5~6조원 안팎에서 근소한 차이가 드러날 것으로 보였지만 18일 공개된 최종 입찰 결과 현대차그룹이 무려 10조5500억원을 입찰가로 써내며 손쉽게 삼성동 땅을 차지했다.

서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차기 재계 대권주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일명 ‘삼성동 더비’는 두 살 아래 동생인 정 부회장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낙찰 과정에서 최종 결정권을 쥔 사람은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다. 그러나 향후 지어질 삼성동 새 사옥의 실질적 지배력을 감안하자면 정 부회장이 이번 입찰 과정의 키를 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이 건립하게 될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는 정 부회장에게는 ‘이상 실현의 터’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계동에서의 초고속 성장 신화를 양재동으로 옮겨와 꽃을 피운 것처럼 정 부회장은 삼성동에서 앞으로의 역량을 펼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정 부회장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한국형 아우토슈타트(자동차 박물관이 결합된 자동차 테마파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또 그룹 전체로 봐서는 모든 계열사를 한 건물에 통합 제어할 수 있게 돼 경영 효율성이 높아지게 됐다.

더불어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가 될 GBC를 현대차의 이름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점은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제고시킬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장점 때문에 이번 낙찰이 현대차와 정 부회장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경쟁의 진짜 승자를 두고 여러 말이 오가고 있다. 아시아 대표 자동차 테마파크의 꿈을 이루게 된 정 부회장이 승자라는 시각과 합리적 선택을 통해 ‘승자의 저주’ 위기를 비켜간 이재용 부회장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시각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 같은 분석은 현대차그룹의 입찰가가 시장의 예측 수준을 훨씬 넘어서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에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그 배경으로 풀이된다. 일부에서는 “그 정도의 출혈을 할 필요가 굳이 있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부동산 가격 인상 추이 등 과거와 미래의 가치를 감안할 때 10조원은 입찰가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미래 가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지만 10조원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로 부지 입찰 경쟁에서 밀린 삼성전자 측에서는 “쉽게 믿을 수 없는 금액”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삼성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입찰 탈락은 득이 많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현금 자산을 다른 사업에 쓸 수 있게 됐고 ‘승자의 저주’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가진 자산을 스마트폰이나 다른 IT 기기의 R&D 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게 됐다. 또 부동산 투자보다는 글로벌 전자·IT 업체의 M&A에 이 돈을 투자할 경우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부지 입찰 경쟁에서 ‘실리적 승리자’가 됐다는 해석도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