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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망각 ...“여기가 아닌데....”

[박성희 닥종이 작가의 恨과 魂]1.망각 ...“여기가 아닌데....”

등록 2014.09.01 16:29

수정 2014.09.22 12:56

안성찬

  기자

1.망각

“여기가 아닌데....”

문득
먼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

비에 젖은 어둠이
등골에 맺히고
찢겨진 바람에
가슴이 서럽다.

1.망각 ...“여기가 아닌데....” 기사의 사진



닥종이 천재작가 박성희의 작품세계는 슬픔을 만들어 내는 묘한 마력이 있다. 보면 볼수록 인생을 생각하게 한다. 오래 보면 눈물이 저절로 난다.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깔린 생채기를 후벼 판 그런 설움이 복 바치는 듯 하다.

이렇게 그의 작품은 우리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곳에서 통곡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천길 물 속을 정처없이 떠도는 영혼보다 더 아프게 하는 힘이 있다.

쪼글쪼글한 얼굴은 삶의 덧없음을 느끼게 한다. 침침한 눈으로 편지를 읽는 할머니, 호주머니에 ‘내복약’ 글씨가 선명한 봉지를 꾹 찔러 넣은 채 구부정하게 서 있는 할아버지, 검버섯이 묻어난 얼굴, 모두 빠져버린 이 때문에 오그라진 입술, 투박한 손과 발, 새하얀 머리카락, 깊게 패인 주름 등 우리 주변의 노인의 표정을 닥종이로 살맛나고 섬세하게 표현했다. 또한 누렇게 해진 옷가지, 낡은 고무신까지 한(恨)스럽게 살아야 했던 평범한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일상을 작지만 큰 작품으로 녹여냈다.

그런데 한가지 즐거운 사실은 정제되지 않은 그의 작품은 오히려 거칠고, 질박한 삶을 주제로 하지만 따듯한 마음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슬픔과 기쁨의 감정을 닥종이로 겹겹이 쌓아 올려 그 두께 속에 깊게 감추고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의 이중적 삶을 그려내고 있다.

작품을 만들면서 시상(詩想)을 떠올리고 바로 시를 쓴다.

작가는 처음에는 소외된 노인문제를 다뤘다. 두 번째는 도시근로자, 노숙자를 주제로 한다. 세 번째는 전세계의 아픔인 기아와 질병을 주제로 작품을 할 계획이다.

그는 2013년 5월부터 40여일간 중국 북경 한국문화원과 798문화거리에서 북경 칭화대 조각과부학장인 동슈빙교수와 2인전을 가졌다. 외교통상부산하 국제교류협력재단 주최로 진행됐고, 칭화대 미술대학원학생과 교수들을상대로 작가와의만남이란 타이틀로 닥종이 조형작품에 대한 강의도 곁들였다.

안성찬 대기자 golfahn@

뉴스웨이 안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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