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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김고은-천우희, 여배우 新 트로이카···“이들이 지배한다”

심은경-김고은-천우희, 여배우 新 트로이카···“이들이 지배한다”

등록 2014.03.31 09:30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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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에게 ‘트로이카’란 단어가 처음 생긴 시기는 대략 1960년대가 처음이다. 당시 스크린을 주름 잡은 세 여배우는 문희 윤정희 남정임이다. 당시 인기는 지금의 ‘소녀시대’에 버금갔다고 한다. 물론 지금의 신세대나 40대까지도 이들의 이름은 낯설기만 하다. 이후 트로이카는 여배우의 인기 척도를 나타내는 하나의 고유 명사가 됐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면서 ‘트로이카’의 계보도 이어져 왔다. 1980년대와 1990년대는 그야말로 여배우 전성시대였다. 누가 트로이카에 들어갈지를 놓고 갑론을박까지 이어졌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2000년을 훌쩍 넘긴 2014년, 스크린을 주름 잡고 있는 새로운 ‘트로이카’가 탄생했다. 심은경 김고은 그리고 천우희 바로 세 사람이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 “860만 들썩이게 만든 ‘써니’ 심은경이라고?”

심은경이 아역 배우 출신이란 사실을 아는 대중들은 그리 많지 않다. 불과 10세의 나이로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아역으로 등장한 그는 이후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2007년 안방극장 화제작 ‘태왕사신기’에서 이지아의 아역으로 심은경이 출연했단 사실을 아는 팬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심은경은 자신의 길만 걸어오며 작품 속에 스스로를 녹여내 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심은경은 돌연 유학을 떠났다. 그는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나라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면서 “워낙 어린 나이에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내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떠난 미국에서 그는 자신을 조금씩 찾아갔단다.

다시 대중들이 심은경이란 배우를 알게 된 것은 2011년 영화 ‘써니’를 통해서다. 주인공 ‘임나미’ 역을 맡아 구성진 전라도 사투리를 쏟아내는 등 능청스런 연기로 대중들을 홀릭시켰다. 그해 ‘써니’는 각종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고,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듬해 출연한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유학 중 잠시 짬을 내 국내에 들어와 촬영을 했다고. 극중 그가 맡은 역은 궁녀 ‘사월이’.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전체 스토리 흐름의 키를 쥐고 있는 중요한 배역이었다. 주인공 ‘광해’역의 이병헌은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순간적으로 몰입하는 배우는 처음이었다”며 심은경의 연기에 혀를 내둘렀다.

2년의 시간이 더 흘렀다. 심은경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 공부를 끝마쳤다. 그리고 국내로 돌아와 복귀작으로 코미디 영화 ‘수상한 그녀’를 선택했다. ‘도가니’를 만든 황동혁 감독의 신작이다. 내용은 70대 할머니가 20대로 돌아가 겪는 좌충우돌 스토리다. 영화에서 심은경은 나문희와 함께 2인 1역을 맡아 스크린을 휘저었다. 지난 1월 개봉 후 현재까지 극장에서 상영 중이며 누적 관객 수 900만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 심은경이 동원한 관객의 수만 3000만에 육박한다. 이제 겨우 약관의 나이다.

영화 ‘수상한 그녀’ 제작진은 “심은경의 매력은 절대 주눅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면서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디까지 어떻게 소화를 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정말 엄청난 배우다”고 심은경을 높이샀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 단 두 편이 만들어 낸 파격의 여신 ‘김고은’

김고은의 프로필은 아주 단출하다. 아직 ‘트로이카’란 타이틀을 붙여 주기엔 많이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그가 출연한 영화가 ‘은교’ 그리고 ‘몬스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2011년 말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배우 박해일은 삭발한 머리에 중절모를 쓰고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영화 ‘최종병기 활’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는 수상 소감에서 “죽여주는 영화를 찍고 있다.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그리고 몇 달 뒤 영화 ‘은교’가 개봉했다. 영화 개봉 후 최고 화제는 단연 ‘은교’에서 여고생 ‘은교’를 연기한 김고은이었다. 이전까지 활동 이력이 전혀 없던 진짜 신인이었다. 김고은은 영화 속에서 전라에 은밀한 부위까지 노출하는 파격적인 연기로 대중들에게 충격을 줬다. 물론 노출 하나만으로 화제가 된 것은 아니다.

박범신 작가의 동명 소설 원작인 ‘은교’의 여고생 은교는 내밀한 감정 연기가 관건이었다. 김고은은 70대 노인역을 맡은 박해일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연기로 은교역을 소화했다. 이때의 강렬함은 최근 개봉작 ‘몬스터’로 이어졌다. ‘몬스터’는 살인마와 지적 장애를 앓는 여자의 대결을 그린 액션 스릴러다. 김고은은 살인마 역의 이민기와 육탄전을 망불케 하는 액션신을 찍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살랐다.

김고은은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은교’나 ‘몬스터’나 너무 쎈 역할만 하는 것 아니냐고 주변에서 걱정들을 많이 한다”면서도 “아직은 좀 임팩트가 있는 얘기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다. 나만 할 수 있는 얘기를 하면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전했다. 이어 “조만간 좀 달달한 로맨스나 20대의 나이에 할 수 있는 편안 얘기들도 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파격이란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 김고은, 이제 김고은이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잠시 후면 김고은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 ‘써니’ 본드걸이 ‘한공주’ 천우희였다고?

배우 천우희가 대중들에게 각인된 작품은 2011년 개봉한 영화 ‘써니’에서다. 극중 하춘화(강소라)의 예전 절친이던 ‘상미’역으로 등장해 강렬한 존재감을 전했다. 이른바 ‘본드걸’로 불린 ‘써니’ 속 캐릭터로 천우희는 단 번에 주목도를 끌어 올렸다. 당시 영화팬들은 ‘써니’ 속 천우희를 보고 실제 불량 소녀로 착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렇듯 천우희에게 ‘써니’는 오히려 독이 됐을 수도 있다. ‘써니’ 이후 ‘26년’에서의 특별출연, ‘우아한 거짓말’에서의 조연 등 천우희는 좀처럼 자신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다. ‘써니’의 강렬함에 감독이나 제작자들이 선뜻 그에게 손을 내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중견 감독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개성적인 마스크와 연기 톤 등 나무랄 것이 없는 배우다”면서도 “‘써니’의 이미지가 너무 강해 그것을 벗기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소속사 나무엑터스 관계자는 “2년 정도 참 속이 많이 탔을 것이다. 그런데도 특유의 차분함과 침착함으로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냈다”며 천우희의 깊은 속내를 전했다.
그렇게 ‘써니’ 이후 크고 작은 영화에서 천우희는 자신만의 길을 걸었고, 이수진 감독의 ‘한공주’를 통해 숨겨둔 포텐을 폭발시켰다.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한공주’ 속 천우희는 문자 그대로 ‘괴물 같은 연기력’을 뿜어냈다. ‘한공주’ 속에서 천우희는 표현할 수 없는 상처를 가진 주인공 여고생 한공주를 폭발이 아닌 절제의 미학으로 2시간 동안을 이끌어 갔다. 담담한 대사톤과 허공을 응시하는 듯한 눈빛은 관객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듯 했다.

천우희는 “시나리오를 본 뒤 이건 무조건 내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폭발시키는 것보단 안으로 삭히는 연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며 겸손함을 보였다. 연출을 맡은 이수진 감독은 “어떤 영화의 오디션 영상을 봤는데 그 속에서 천우희의 모습을 봤다”면서 “어떤 분위기에 그냥 끌렸다.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자신감처럼 영화는 개봉 전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할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는 “미장센 이미지 사운드 편집 배우 연기 모든 게 완벽한 영화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배우 마리옹 꼬띠아르는 “그녀의 팬이 됐다”며 천우희를 극찬했다.

심은경 김고은 천우희, 이들 세 사람이 만들어 갈 2014년 한국 영화계. 그 어떤 영화의 스토리보다 신비롭고 흥미롭고 두근거림을 전해 주고 있다. 당분간 한국영화계는 이들 세 여배우의 천하가 될 듯하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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