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앞두고 펼쳐지는 방송3사 시상식 가운데 유독 연기대상은 참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속 보이는 수상 결과를 놓고 시청자들은 ‘자기네 방송사 연말 송년 잔치인데 그럴 수도 있지 뭐’라며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기도 하지만, ‘적어도 시상식이면 공정하고 명확한 심사기준에 따라 상 줄 사람을 선정해야 한다’며 무가치를 성토하기도 한다.
특히나 MBC 연기대상은 최근 몇 해째 어김없이 비난을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똑같은 행보를 보여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주요 드라마 주인공을 맡아 연기한 배우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대여섯 명의 공동 수상이 남발하고,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지는 수상 결과 등이 전반적인 흥미를 잃게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그러고 보니 올해 MBC는 좋은 드라마가 별로 없었나 보네’라며 ‘드라마왕국’이었던 MBC에 불명예스러운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MBC 문화방송에서 펼쳐진 '2013 MBC 연기대상' 시상식은 이승기와 한지혜의 진행으로 생중계됐다. 진행부터 보면 올해 시청률이 비교적 높았던 드라마의 주인공들이니 상 하나는 무조건 받겠구나 싶었다. 아니 받을 만하다. 문제는 신인상 4명, 아역상 5명, 황금연기상 6명, 최우수상 7명 등 방송사상 유례가 없었던 공동수상 내역이다. 하다못해 아역상은 ‘여왕의 교실’에 출연한 김향기, 천보근, 서신애, 김새론, 이영유 등 모두 5명이 다 받았다. 갑자기 ‘무한도전’ 팀수상이 떠오른다.
모두가 주인공이란 뜻일 텐데, 그러고 보니 이날 시상식장에 참석한 아역배우들부터 중견탤런트까지 거의 다 상을 받았으니 좋은 의미로 ‘좋은 작품에 함께 한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은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것은 몸소 MBC는 실천한 모양이다.
그런데 왜 고현정은 드라마에서 함께 한 아이들이 이렇게 많이 상을 받는 자리에 축하는 못할망정 참석도 하지 않았을까. 송승헌이나 권상우, 문근영 같은 톱스타들은 방송 기간 동안 그토록 애쓰고 힘들여 촬영하며 주인공으로서 드라마를 끌고가는 어려운 연기를 펼쳤는데도 한해를 마감하고 서로 격려하며 축하하는 뜻깊은 자리에 왜 나오지 않았을까. 개인적인 사정이야 물론 있었겠지만 결과를 보면 차라리 안 나온 게 잘 한 것 같다. 아니 나왔으면 뭐라도 하나는 받았겠지만. 참 씁쓸한 대목이다.
공동수상보다 더 참담한 것은 시청률에 따른 작품 선정이다.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백년의 유산’ ‘금 나와라 뚝딱’ ‘오로라공주’ ‘스캔들’ 등 연속극이나 주말극이 대부분이다. ‘구가의서’가 그나마 미니시리즈의 체면을 살렸다. 결국 이 안에서 대부분의 수상 대상이 나왔다는 게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시청률 낮으면 상도 못 받을 만큼 저급한 드라마라고 방송사가 직접 설명하는 꼴이다. 언제는 시청률을 떠나서 좋은 작품 만들려고 노력했고, 작품의 재미와 완성도를 지켜봐 달라고 성토하더니 말이다.
대략 5년 전 쯤부터 MBC연기대상은 으레 대상마저도 공동수상을 짐작케 해왔다. 지난 2008년 송승헌과 김명민, 2010년 김남주, 한효주가 함께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다른 부문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한 배우가 수상을 위해 한 무대에 올라온 다른 배우들을 등지고 “세 명이 서 있으니까 가수 같다. 노래해도 되겠다”는 소감을 밝힌 것이나 한 드라마에서 톱스타 역할을 맡은 여자주인공이 공동수상에 대해 비아냥거리는 장면도 괜히 나온 건 아닌가 보다.
올해 MBC연기대상은 수상자들마저 창피하게 만든 시상식이었다. 수상자들에게는 당연히 축하의 박수를 보내지만 누군가는 공영방송임을 자부하는 MBC가 주는 '참잘했어요' 선행상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내년에라도 제대로된 시상식으로 과거의 명예를 되찾길 바란다.
문용성 대중문화부장 lococo@

뉴스웨이 문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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