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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박태준과 ‘보스’ 정준양

[기자수첩]‘리더’ 박태준과 ‘보스’ 정준양

등록 2013.10.29 09:20

수정 2013.10.29 09:23

정백현

  기자

‘리더’ 박태준과 ‘보스’ 정준양 기사의 사진

포스코 설립의 역군이었던 고 청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지난 2011년 12월 향년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을 때 국내·외에서는 고인의 죽음을 크게 애도했다.

청암의 장례 당시 기자는 서울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빈소 조문 과정에서부터 동작동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안장식까지 전 과정을 취재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병원을 찾았던 수많은 조문객들은 “청암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경제가 있었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청암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모두들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겼던 국내 최초의 일관제철소 건설 작업을 불굴의 의지로 성공시킨 것에 대해서는 모두들 박수를 보내고 있다. 청암의 의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포스코도 없었을 것이다.

청암은 생전에 매우 많은 경영 일화를 남겼다. 보유주식 한 주 없이 오로지 포스코의 발전만을 위해 헌신한 청암은 지시하는 ‘보스’가 아니라 같이 행동하는 ‘리더’의 역할을 했다.

1980년대 광양제철소 건립 당시 이미 골조가 모두 올라간 콘크리트 시설물에서 결함이 발견되자 그 시설물을 폭파하고 간부들이 스스로 시설물을 부수도록 지시하고 청암 본인도 콘크리트 파괴 작업에 나선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이 일화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청암 스스로도 간부들과 함께 부실 콘크리트를 직접 부쉈다는 점이다. 이는 회사의 부실에 대해서 CEO 본인이 책임을 통감하고 체험으로서 난관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뜬금없이 청암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유가 있다. 국내 최고의 철강기업이라 불리는 포스코가 눈에 띄는 실적 하락으로 안팎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과오를 책임져야 하는 정준양 회장은 정작 나서지 않고 있다.

콘크리트를 직접 부수며 책임을 통감했던 청암과 달리 정준양 회장은 자신의 거취 문제만 신경 쓰고 회사의 경영 부실화에 대해서는 뒷짐만 지고 있다. 정 회장의 지금 이 모습을 청암이 보고 있다면 얼마나 가슴 아파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1층 로비에는 청암의 초상화와 그의 일대기가 새겨진 기념 조형물이 있다. 이 조형물을 보며 정 회장에게 묻고 싶다. 오늘의 포스코를 일군 선대 경영인에게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경영인’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라고 말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 회장 자신이 부끄러운 경영인이라고 생각된다면 이제는 행동으로 청암의 교훈에 응답해야 할 때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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