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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알리 손잡은 '반(反)쿠팡' 동맹?···식품업계, 납품가 협상 '시기상조'

유통·바이오 식음료

알리 손잡은 '반(反)쿠팡' 동맹?···식품업계, 납품가 협상 '시기상조'

등록 2024.03.25 14:50

김제영

  기자

한국 브랜드 유치 나선 알리, '쿠팡 대항마' 되나'초저가·가성비' 알리 2월 MAU, 전년 동월 대비 2배↑식품업계, "알리 영향력 아직···기존 유통사와 관계 고려"

알리 손잡은 '반(反)쿠팡' 동맹?···식품업계, 납품가 협상 '시기상조' 기사의 사진

국내 1위 식품기업 CJ제일제당이 중국 이머커스 업체 알리 익스프레스에 공식 입점하면서 업계 전반의 이목을 끌고 있다. 쿠팡과 납품가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만큼 알리의 입점이 쿠팡의 견제 요소로 비춰져서다. 게다가 일부 제품은 시중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 중이다.

일각에서는 알리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급격히 몸집을 불리는 만큼 향후 '쿠팡의 대항마'가 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알리가 국내 1위 이커머스인 쿠팡을 대적할 만큼 세력을 키운다면 식품사와 납품가 등 협상 측면에서 쿠팡의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추측에서다.

다만 현재 국내 시장에서 알리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만큼 당장은 시기상조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식품업계는 일단 판매 유통채널의 확장이라는 시각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알리에 입점을 고려하거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알리의 한국 브랜드 전용관 'K-베뉴'에 공식 브랜드관을 열고 제품을 판매 중이다. 특히 대표 제품인 햇반·비비고 만두 등의 가격이 국내 온라인 채널은 물론 CJ제일제당의 직영몰 'CJ더마켓'보다 저렴하다고 알려져 관심이 쏠린 바 있다.

실제 알리 익스프레스에서는 햇반(210g) 24개 제품이 1만9536원에 판매 중인 반면 CJ더마켓에서는 같은 제품 가격이 2만3976원으로 4000원 이상 저렴하다. 더욱이 알리는 해당 제품만 구매해도 무료 배송인데, CJ더마켓은 4만원 이하 구매 시 배송비를 내야 한다.

알리 브랜드관에 입점한 기업의 한 관계자는 "알리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가격은 알리의 자체적인 가격 정책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기업에는 가격 결정권이 없다"고 말했다.

알리에서 판매 중인 햇반(1만9536원)과 CJ더마켓에서 판매 중인 햇반(2만3976원). 자료=각 홈페이지알리에서 판매 중인 햇반(1만9536원)과 CJ더마켓에서 판매 중인 햇반(2만3976원). 자료=각 홈페이지

CJ제일제당에 이어 K-베뉴에 이름을 올린 건 남양유업이다. 국내 식품업체 중에서 현재 공식 브랜드관을 운영 중인 기업은 이들 2곳이 전부다.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내로 대상·농심·삼양식품·동원F&B·사조대림·풀무원 등이 알리 익스프레스 입점을 확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알리는 국내 식품기업의 입점 유치를 위해 입점 및 판매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있다. 더욱이 1000억원 상당의 쇼핑 보조금을 지원하는 '1000억 페스타'를 통해 소비자 가격 일부를 보조하고 있다. 이에 현재 알리에는 국내 최저가로 책정된 K-베뉴 제품이 다수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이용자 수는 급증세다. 앱·리테일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2월 알리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818만명으로 전년 동월(355만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순위에서도 쿠팡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알리가 국내 식품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 식품업계는 입점을 고려하거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식품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매출 규모가 작더라도 수수료 부담이 없는 만큼 판매 대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판매 채널 확장의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알리 관계자는 "무료 수수료 정책은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다. 해당 정책을 유지하는 기간도 정해진 게 없다"며 "현재 국내 식품기업에 입점을 계속 제안하고 있는 상황이고, 최대한 많은 국내 파트너사와 함께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알리가 몸집을 불려 쿠팡을 추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쿠팡은 국내 1위 온라인 기업으로 독점적인 위치에 있지만, 알리가 규모를 키우면 쿠팡의 견제 업체로서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추측에서다. 특히 쿠팡은 매년 업계 1위 제조업체와의 납품가 갈등을 빚고 있는데, 알리의 존재가 제조업체의 '협상력'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다만 당장 알리의 영향력을 평가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알리의 국내 브랜드 유치가 시장 초기 단계인 데다 현재 운영 중인 수수료 무료 정책과 초반 입점 시 프로모션 등이 얼마나 유지될지 가늠할 수 없어서다. 향후 알리가 무료 수수료 정책을 중단할 경우 수익성이 높다는 강점도 희석될 우려가 있다.

또 기존 유통사와의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알리의 입점을 섣불리 결정하기도 어렵다. 업체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으나 통상 식품기업의 경쟁력은 '1등 제품' 보유 유무다. 특정 제품군에서 1위 브랜드를 가진 기업의 경우 유통사와의 협상에서 일부 우위를 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식품기업은 기존 유통사와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알리에 대해 "새로운 판매 채널이 추가로 생긴다는 개념이다. 판매 채널이 생긴다고 해서 매출이 갑자기 증가하는 건 아니고, 알리가 당장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선 높은 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일 것"이라며 "국내 브랜드 유치의 초기 단계인 만큼 당장 영향력을 체감할 시기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알리에서 자체적으로 프모로션을 진행해 가격 혜택을 주는 등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일시적인 행사에 그칠 걸로 본다"며 "쿠팡은 몇 년간 국내 사업을 하며 쌓아온 단골이 있고, 아직 판을 엎을 만한 업체로 보기엔 이른 시기"라고 덧붙였다.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과 같이 쿠팡과 힘겨루기가 가능한 대기업의 경우 일부 주도권을 쥐게 될 수 있지만, 보통의 제조사 입장에서는 판매 채널이 확대된다는 개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알리가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더라도 쿠팡에 버금가는 수준의 투자가 아니라면 당장 대항마 격으로 위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쿠팡에서도 알리의 확장이 단기간에 이뤄지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의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알리가 올해 더 많이 팔고 매출을 올릴 경우 무시할 수 없을 걸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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