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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성장 지렛대 'BBC+AI'···목숨걸고 투자해야 '초격차'

산업 산업일반 기업에 힘을!

성장 지렛대 'BBC+AI'···목숨걸고 투자해야 '초격차'

등록 2024.01.02 07:15

수정 2024.01.02 07:41

김다정

,  

박경보

,  

임재덕

  기자

국내 경제성장 이끌던 기간산업, 글로벌 경쟁 치열해져바이오(Bio), 배터리(Battery), 반도체(Chip) 주도권 시급한발 늦은 AI···K-초격차 관건은 신속한 투자·규제 완화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2024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중요한 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고금리가 불러온 경기침체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하면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체력은 고갈됐다. 주력 산업은 중국에 주도권을 내줬고,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체질 개선 노력에도 마땅한 구원투수가 없다. 이른바 '초격차 산업'의 부재. 뉴스웨이는 새해를 맞아 우리 경제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언한다. [편집자주]



한국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동차·화학·반도체 등 기간 산업을 성공적으로 키우며 빠른 경제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중국을 필두로 한 신흥 세력들이 점차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경쟁구도를 형성, 장밋빛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인공지능(AI)·바이오와 같은 신수종 산업이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그간의 경쟁 우위를 이어가기 위해선 전격적인 규제 완화를 통한 국내 설비투자부터 빠르게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반격···경쟁 심화에 불확실한 미래
반도체 산업은 한국을 경제강국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 1·2위 사업자이고,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비메모리 분야도 점차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이런 반도체 시장의 '초격차'(도저히 넘을 수 없는 큰 격차) 입지는 최근 경쟁이 심화하며 점차 흔들리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에서 출원된 반도체 기술 특허 비중이 최근 20년 사이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한 게 이를 방증한다. 대한상공회의소 등의 분석에 따르면 2003년 세계 5대 특허청에 출원된 반도체 특허 21.2%가 한국 특허청에 출원됐지만, 지난해에는 이 비중이 2.4%에 그쳤다.

반면, 미국과 중국에서 출원된 반도체 특허 비중은 같은 기간 45.6%에서 92.9%까지 치솟았다. 특히 중국 비중이 14%에서 71.7%로 급증했다. 반도체 특허는 10년 뒤 기술 패권 경쟁과 직결되는 대표적인 선행 지표로, 이 산업을 적극 육성하려는 두 나라의 국가적 지원책이 빛을 발한 사례로 평가된다.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제조업의 상황도 유사하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나갈수록 설 자리를 잃는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공식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일례로 매년 고성장 하던 석유화학 산업은 현재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했다. '제2의 내수시장'이라 불릴 만큼 막강한 수요처였던 중국이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자급률을 무섭게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오는 2025년이면 대부분의 기초 화학제품과 중간원료에 대한 중국의 자급률은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중국이 저렴한 인건비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무기로 '저가 물량공세'를 펼치면 국내 석유화학업계를 위협할 수도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자동차 산업도 축포를 쏘긴 이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2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누적된 대기 수요와 반도체 수급난 해소에 따른 생산 정상화 덕분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자동차 산업의 호실적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전기차 부문에서는 유럽 등 주요국의 보조금 축소와 경쟁 심화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혁신적으로 높이지 못한다면 중국 브랜드와 테슬라에 끌려 다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1~10월 기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판매량은 48만3000대로 7위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6.4% 증가했지만 현대차‧기아의 성장률은 10.8%에 그쳤다. 상품성은 높지만 중국 브랜드와 테슬라 대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뒤떨어진 결과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떠오르는 AI·바이오, 주도권 선점해야
핵심 신수종 산업으로 떠오른 AI와 바이오 분야의 초격차 전략도 발빠르게 준비해야 한다. 지난해 오픈AI의 생성형AI '챗GPT' 등장 이후 많은 국가 기업들이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한국은 이들에 비해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많다.

영국의 토터스인텔리전스가 발표한 '글로벌 AI 지수'를 보면, 한국은 40.3점으로, 전체 62개국 중 6위다. 100점을 받은 미국을 비롯해 ▲중국(61.5점) ▲싱가포르(49.7점) ▲영국(41.8점)에도 밀린 저조한 성적이다. 인재를 비롯해 ▲인프라 ▲운영환경 ▲연구수준 ▲특허 ▲정책 ▲민간투자 등 7개부문의 성적을 종합한 결과인데, 특히 정부 규제가 포함된 운영환경 부문에서는 11위에 그쳤다.

삼일PwC 경영연구원에 따르면, AI산업은 매년 평균 36.6%씩 급성장하며 2030년 글로벌 기준 시장 규모가 18조4750억달러(약 2경380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헬스 분야 주도권 확보도 과제다. 정부는 ▲수출규모 2배 확대 ▲기술수준 향상 ▲11만 핵심인재 양성 등을 통해 오는 2027년까지 바이오헬스 글로벌 경쟁 우위와 초격차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최근 제1차 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 회의에서 "글로벌 바이오헬스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불릴 만큼 클 것"이라며 "빠른 성장을 위해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성장 지렛대 'BBC+AI'···목숨걸고 투자해야 '초격차' 기사의 사진

K-초격차, 유지하려면···
전문가들은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답을 '과감한 투자'에서 찾는다. 앞서 조선 산업은 중국의 '저가수주'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도 친환경 기술력을 앞세워 10여년 만에 전성기를 되찾았는데, 이런 노력이 다른 산업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해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경기가 위축되면서 여력이 줄고 있지만 미래 경쟁력을 선점한다는 차원에서 R&D 투자 확대는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민간기업의 R&D 연평균 증가율은 지난 2001~2005년 12.6%에서 7.9%(2016~2021년)로 축소됐다.

그는 또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는 그간 반도체나 자동차에 집중돼 왔는데, 철강 등 일반산업 분야에서도 균형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현재 2% 수준인 일반 산업에 대한 R&D 세액공제율을 선진국(10% 내외) 수준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대기업들의 국내 설비투자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조재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래 산업을 이끌 첨단분야에서 선도적인 역량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많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운을 뗀 뒤 "우리기업들이 국내에서 얼마나 신속하게 투자를 완료할 수 있느냐가 초격차 유지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 산업 경쟁력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의 생산시설과 연구시설이 국내에 안착해야 한다"며 "모든 국가가 첨단산업 육성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우리기업들의 경쟁력을 국가경쟁력으로 연결짓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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