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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경영권 욕심 없다는 LG 세모녀, 확실하게 답해야

오피니언 기자수첩

경영권 욕심 없다는 LG 세모녀, 확실하게 답해야

등록 2023.12.20 15:58

김현호

  기자

reporter
LG 일가 세 모녀가 입을 열었다. 2021년 신용카드 발급이 거부당하면서 상속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고 한다. 또 구광모 LG 회장이 합의한 것보다 많은 유산을 받았고 상속세도 구 회장 홀로 부담하기로 했으나 자기들 몫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2월부터 고 구본무 전 회장의 주식 등 재산을 두고 구 회장과 상속소송을 벌이고 있다.

개인적인 심경도 고백했다. "아들로 태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호되는 우리의 권리가 무시되는 것을 참을 수 없다"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입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보도됐다.

그 중 의구심이 드는 대목은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는 이들의 모순적 발언이다. 세 모녀 입장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구 회장의 지분은 15.95%에서 9.70%로 줄고 세 모녀의 지분은 14.1%로 오른다. 이 경우 구 회장이 개인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더라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세 모녀의 상속소송은 LG그룹의 경영권 자체를 흔드는 문제라 '관심이 없다'로 치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심경을 고백한 시점도 황당하다. 이들의 상속은 2018년 이뤄졌고,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유언장이 있었다고 기망 당해 지금에야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근본적으로는 경영권 문제를 가부장적인 한국문화와 엮은 것에 불과하다. 또 LG는 구인회 창업주에 이어 구자경→구본무→구광모까지 장자들이 경영권 바통을 이어받았다. 75년간 이어진 LG의 문화를 참을 수 없었으면 구 전 회장이 생존했을 때부터 장자 승계에 대한 반기를 들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경영권에 대한 이들의 입장은 법정 증언과도 배치된다. 지난 11월 열린 상속소송 두 번째 변론기일에서 구 회장 측 변호인은 "김영식도 연경이가 아빠 닮아 연경이가 경영을 전문적으로, 자신 있게 할 수 있어 경영권 참여 때문에 주식 받고 싶다 말했다"고 언급했다. 재판과 관련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 어려울 수 있으나 LG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에 감정만 담아서 되겠나.

세 모녀가 상속소송을 제기한 이후 세간에선 "왜 하필 지금"이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평범한 사람은 꿈도 못 꾸는 5000억원의 유산을 받은 이들이 상속 후 5년이 지나서야 상속을 다시 하자며 법정 분쟁을 제기했느냐는 것이다. 기자는 양측의 모든 재판을 직접 참석했으나 세 모녀 측은 아직도 상속을 다시 해야만 한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양측의 공방은 사실상 경영권 분쟁과 다름없다. 세 모녀가 정말 LG그룹 경영에 관심이 없다면 상속소송 승소를 하더라도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드러내야 한다. 어제 오늘 감정이 다른 게 사람 아닌가. 글에 숨어있지 말고 확실한 입장을 밝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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