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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지 30%를 녹지로···누굴 위한 정책인가요

오피니언 기자수첩

부지 30%를 녹지로···누굴 위한 정책인가요

등록 2023.10.19 16:35

수정 2023.10.25 16:38

장귀용

  기자

reporter
2~3년 이내에 주택 공급 대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가 신규 공공택지 지정 등을 통해 물량을 늘리겠다고 나섰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과 업계에선 녹지의무조성 비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주택공급의 핵심축인 3기 신도시와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이 지나치게 높은 녹지계획으로 공급량 확대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도시공원 및 녹지에 관한 법률'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을 추진할 때 도시공원이나 녹지를 의무적으로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세부적인 지침은 개발의 종류에 따라 정해지는데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2%가량의 녹지를 확보해야 한다. 일대를 완전히 새로 개발하는 택지개발의 경우 부지의 최대 20% 이상을 녹지로 공급해야 한다.

문제는 정부가 3기 신도시를 계획하면서 녹지 비율을 더 높이면서 발생했다. 3기 신도시의 공원·녹지 비율은 30~35% 수준으로 평균 용적률이 비슷한 1기 신도시 평균(19%)의 1.5배에서 1.8배 높다.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에 녹지나 자족용지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녹지와 자족용지만 줄여도 25만가구 이상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것. 박합수 건국대학교 겸임교수는 "1기 신도시의 경우 최대 500%까지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노후도시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3기 신도시는 이를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면서 "모든 3기 신도시가 산과 하천을 끼고 있는데 녹지를 과도하게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도심 주택공급의 핵심지역인 서울도 녹지 조성 의무 때문에 발목 잡힌 단지가 많다. 서울시는 지난해 '2030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통해 정비 작업을 할 때 대지의 최소 30%를 개방형 녹지로 조성하도록 했다. 대신 용적률을 완화하겠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1년이 지난 현재 대다수 사업지에서 용도구역의 용적률 한도를 풀지 않고 있다.

재건축을 해야하는 노후 택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행 '공원녹지법'은 1000가구 이상 주택건설사업의 경우 가구수에 비례한 공원면적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후도시들은 30년~40년 전 택지를 조성할 때 이미 도시공원을 계획해 조성했다. 그런데 재건축을 하게 되면 또 다시 가구수에 비례해 녹지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제한에 직격탄을 입은 지역은 강남이나 여의도가 아닌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나 관악‧은평 같은 서민 주거 지역이다. 강남권 단지의 경우 분양가가 높아서 일반분양 수익이 크다. 부지 손실을 보더라도 '적자'를 우려할 만큼은 아니다. 오히려 여의도나 압구정 등 일부 단지는 신통기획 안을 통해 용적률 혜택을 받은 상황이다.

반면 일반분양 수익이 적을 수밖에 없는 서민 주거지역은 녹지조성 때문에 사업의 존폐를 걱정하고 있다. 특히 재개발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재건축단지가 밀집한 노원구와 도봉구는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애를 먹고 있다.

심지어 이들 지역은 기존 주택의 평면이 11평~21평으로 좁은 단지가 많아 가구수는 많은데 부지 면적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곳이 많다. 이 때문에 가구수에 따라 녹지면적이 결정되는 현행 제도 아래에선 부지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

3기 신도시와 재개발‧재건축이 필요한 도시 내 낙후 지역은 모두 차량으로 5~10분 거리에 자연녹지가 풍부하다. 북한산 등 국립공원을 비롯해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보존되고 있는 녹지가 많다. 도보로 이용할 만큼 산이나 하천이 가까운 단지도 있다.

녹지의무조성 비율을 지나치게 높이면서 '꼼수'도 등장하는 모양새다. 그늘이나 휴식 공간을 제공할 수 있는 훈련목을 심지 않고 저렴한 야생 목이나 수령이 짧은 초목을 심는 식이다. 대지를 흙바닥으로 방치하거나 관리 비용을 줄이려고 벽돌이나 우레탄을 까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녹음(綠陰)이 우거진 곳을 싫어할 주민은 없다. 다만 제대로 관리하고 감당이 가능한 범위에서 추진함이 옳다. 단지 부지를 쪼개 녹지를 조성하기보단 주변의 자연녹지를 보완‧보수할 수 있도록 현금이나 용역을 제공하는 대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인근 단지들을 묶어 공동녹지를 조성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내용의 본질은 같더라도 각각의 특성에 맞게 유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치는 보편적으로 통하더라도 개별에서 달라짐을 지적한 율곡 이이의 '이통기국'(理通氣局)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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