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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신사업 투자 확대로 재무 부담···완급조절 숙제

산업 중공업·방산 궤도 오른 뉴 한화

신사업 투자 확대로 재무 부담···완급조절 숙제

등록 2023.10.23 07:39

수정 2023.10.23 15:27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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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 부회장, 사업 재편 진두지휘···차기 총수 입지 다져신재생에너지부터 방산까지 외형성장···재무 부담 '필연적'더 빠르고 과감해진 베팅···순조롭던 사업재편은 '일시 정지'

경영전면에 나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사세를 키우며 차기 총수로서 초석 다지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경영전면에 나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사세를 키우며 차기 총수로서 초석 다지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세대교체에 돌입한 한화그룹은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로 보폭을 넓히며 '3세 경영'을 위한 황금기를 맞이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경영 전면에 나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부친인 김승연 회장을 닮은 과감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면서 그룹 전체의 사업재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화오션·HSD엔진 인수를 비롯한 방산 부문 통합과 한화솔루션의 대규모 투자 등을 통해 사세를 키우며 차기 총수로서 초석 다지기에 나섰다.

하지만 김 부회장이 신재생에너지부터 방산까지 외형성장에 몰두한 사이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도 자연히 따라붙는다. 투자가 실적으로 직결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곳간' 사정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자금 조달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자 최근에는 재무적 고민을 안고 있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계열사 간 연쇄 이동시키면서 자금 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한화솔루션 '태양광' 정체성···과감한 베팅과 흔들리는 곳간
김동관 부회장이 후계자로서 경영 능력을 증명할 수 있었던 일등 공신은 당연히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사업이다. 김 부회장은 2011년 12월부터 한화솔라원(현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 기획실장으로 부임해 태양광 사업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 그룹 전체의 주력 사업으로 키워냈다.

그동안 한화솔루션은 종합 에너지 기업을 표방하면서도 화학부터 유통까지 다양한 사업구조 탓에 회사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지적들이 잇따랐다. 그러자 올해 재차 한화갤러리아 인적 분할을 통해 한화솔루션의 사업 구조를 에너지 중심으로 단순화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더욱 힘을 실었다.

특히 미국발(發) 태양광 훈풍을 타자 태양광 기업으로서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에 고삐를 죄고 있다. 당장 내년 말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는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 구축에만 3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문제는 한화솔루션이 대규모 투자 승부수로 정체성 확립에 속도를 내는 사이 재무 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장기 성장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지만,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태양광·화학 사업의 동반 부진으로 현재로서는 자금조달 우려가 큰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의 3분기 영업이익은 20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2분기 부진했던 영업이익(1941억원)이 이번 분기에도 이어지는 셈이다.

현재 한화솔루션의 이익창출력은 크게 저하돼 사실상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보다 투자로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이다. 올해 6월 말의 경우 잉여현금흐름은 899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자 공모‧사모‧외화채 시장까지 다양한 조달 창구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차입금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6월 말 기준 차입금은 8조2074억원으로, 지난해 말 7조2082억원 대비 1조원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자 비용 지출도 1000억원가량 늘어났다.

종합 방산 기업으로 가는 길···한화오션 '정상화' 숙제
태양광 사업이 김동관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면 방산은 그룹 내 그의 영향력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 인수는 그의 차기 총수 입지를 확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최대 실적으로 꼽힌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 방산 기업'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되면서 '한국판 록히드마틴'을 꿈꾸던 김 회장의 숙원을 실현하게 됐다.

이어 곧바로 HSD엔진까지 품으며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까지 수직계열화를 꾀하는 동시에 그룹 내 방산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사업구조재정비도 마무리됐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한화오션의 정상화다. 그동안 한화오션은 산업은행 관리 체제하에서 재무구조가 악화했고, 경쟁사와 비교해 투자에도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542.4%까지 치솟았다.

최근 김 부회장이 한화오션의 재무실장을 '베테랑' 신용인 부사장으로 선임한 것도 그만큼 한화오션이 풀어야 할 재무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무실장의 직급도 기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격상됐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으로 편입 후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면서 올해 상반기 말 부채비율이 484.9%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한화오션에 대규모 자금 투입될수록 실탄을 담당하는 계열사들의 재무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산 계열사들은 한화오션의 주주로서 이미 지난 5월 한화오션 지분인수에 조단위 투자에 나선 데 이어 3개월 만에 한화오션 투자금 마련을 위한 2조원 규모의 추가 자금 수혈도 진행 중인 상태다.

실제로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오션 인수 및 유상증자 참여, 퓨처프루프사에 대한 출자 등 연이은 비경상적 투자 부담으로 재무적 여력이 소진되고 있음에 따라 재무 레버리지가 상승하고, 추가 투자 여력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신용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사업재편 '일시 정지'···한화정밀기계 인수 계획 철회
전방위적인 투자 부담 우려가 커지자 김동관 부회장 체제에 순조롭게 진행되던 사업구조 재편도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최근 (주)한화는 한화정밀기계 주식 60만주를 5250억원에 취득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작년 7월 인수 계획을 발표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당초 ㈜한화는 작년 7월 방산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매각하는 대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정밀기계를 약 5250억원에 인수해 한화모멘텀(옛 한화 기계 부문)의 사업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자 이차전지와 태양광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기업 가치 증진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한화는 정밀기계 주식 취득금 5250억원과 반도체 공정 양도금 750억원 등 총 6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계열사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대규모 투자에 따라 자금 여력이 크게 줄어들자 모회사인 (주)한화가 보수적인 재무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화 관계자는 "사업 및 경영환경 등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해 한화정밀기계 지분 취득으로 인한 제품·사업 경쟁력 제고와 시너지 확보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상호 합의로 주식 매매계약을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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