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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경계 사라진 미래산업'...4대그룹, '적과 동지' 수시로 바뀐다

산업 재계 NW리포트

'경계 사라진 미래산업'...4대그룹, '적과 동지' 수시로 바뀐다

등록 2023.06.16 07:19

이지숙

,  

김정훈

  기자

삼성·SK·현대차·LG, 먹기리 분야 "협력 또 협력"상대 영역 사업 침범하며 틀어졌던 관계 회복"3세대 경영, 권위 벗고 유연한 사고방식 입었다"

창업주 때부터 2세 경영까지 반도체, 자동차, 중공업, 건설 등 여러 산업군에서 '날선' 경쟁을 벌인 삼성과 현대차가 미래차 시장에서 협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가전과 TV에서 경쟁하던던 삼성과 LG도 OLED 패널 협력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4대 그룹은 미래 신성장동력을 위해 '동맹 진영'을 넓히고 있다. 과거 치열한 라이벌 구도였으나 3세 총수 시대가 열리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래차 함께 만든다" 현대차, LG·SK·삼성과 협업 강화

최근 재계에서는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4대 그룹의 '전기차 동맹'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삼성과 현대차의 관계는 삼성이 1990년대 자동차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최악으로 흘러갔으나 3세 총수 시대가 열리며 분위기가 전환됐다.

현대차와 삼성은 최근 전장 분야 협력을 디스플레이에서 차량용 반도체까지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부터 현대차에 인포테인먼트시스템(IVI)용 칩을 제네시스 차량에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독일 인피니언과 협력을 이어왔으나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겪은 이후엔 고객사를 삼성전자로 확대하고 나섰다.

'경계 사라진 미래산업'...4대그룹, '적과 동지' 수시로 바뀐다 기사의 사진

앞서 2021년 양사는 제네시스 전기차 GV60에 삼성전자의 차량용 카메라 이미지센서를 공급하는 협력 사례가 있긴 했으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2021년 현대차의 아이오닉5에 차량용 OLED를 납품했으며 최근 제네시스의 OLED 디스플레이 공급사로도 선정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삼성SDI 사업장에서 만난 사례가 있어 향후 전고체배터리 분야 추가 협력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현대차의 전기차 사업 파트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다. 우선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내년 하반기 양산 계획으로 건설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 판매할 소형급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양사 합작사를 통해 조달 받는 계획으로 진행 중이다.

지난달 양사는 미국에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 양산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은 배터리셀 합작공장은 인근 지역인 서배너 브라이언 카운티에 건설된다. 해당 배터리셀 공장은 연간 생산량이 27GWh 규모로 약 23만대의 전기차를 생산 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차는 SK온과 배터리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50%씩 지분을 갖고 총 6조5000억원 투자비를 들여 북미 합작법인을 짓는다.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연간 35GWh(기가와트시) 배터리셀을 생산할 예정이다. 한해 생산량은 전기차 약 30만대분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현대차는 IRA 대응을 위해 현지 생산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내 배터리셀 생산 규모는 62GWh까지 증가하며 약 6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과거의 적도 상관없다" 실리 챙기는 재계

삼성과 LG도 과거 긴 악연을 정리하고 최근 경쟁 부문인 OLED TV와 관련해 손을 잡았다. 소문이 무성했던 'OLED 동맹'이 본격화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립전파연구원에 83형 OLED TV에 대한 적합등록을 마쳤다. 현재 83형 OLED 패널을 만들 수 있는 디스플레이 제조사는 LG디스플레이 뿐인 만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협상이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19년까지만 해도 상대방의 TV 제품 화질을 비방하며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이에 앞서 2015년에는 세탁기 등을 포함해 5건의 소송전에 나섰다가 극적으로 합의하기도 했다.

양 사의 갈등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이병철 삼성 창업자와 구인회 LG 창업자는 사돈까지 맺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으나 LG의 사업 영역이었던 가전부문에 1969년 삼성이 뛰어들자 사실상 인연을 끊었다.

이 밖에도 주요 기업들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힘을 모으는 중이다. 수소 분야를 다루는 기업들의 민간 협의체인 'H2 서밋'에는 의장사인 현대차, SK, 포스코 세 곳을 포함해 롯데, 한화, GS, 두산 등 총 17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2022년 5월 열린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2022년 5월 열린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재계의 끈끈한 동맹은 3세대에 들어 만들어진 5대 그룹 회장들의 모임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정기적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리에 오르고, 친기업 기조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주도 아래 재계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횟수도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났다.

배터리·로봇 신성장동력 사업 여전히 경쟁관계

각 기업에 '윈-윈(win-win)'이 되는 분야에서는 협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으나 미래 먹거리로 성장성이 뛰어난 분야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완성차 회사인 현대차와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각각 협력관계로 묶여 있으나 배터리 제조만 놓고 보면 4대 그룹 모두가 경쟁 관계에 놓여있다. LG와 SK의 경우 과거 2년 간 영업침해를 이유로 소송전을 벌이다 2021년 합의하기도 했다.

삼성의 경우 삼성SDI를 통해 이차전지를 생산 중이며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으로부터 배터리를 제공받는 현대차도 배터리 개발에 적극적이다. 현대차는 내부에 배터리선행개발팀을 꾸리고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리튬메탈배터리(LMB)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 현대차, LG가 모두 신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로봇 분야도 향후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CES에서 선보인 보행보조 로봇 EX1(브랜드명 봇핏)의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총 7종의 클로이 로봇 라인업을 통해 다양한 공간에 최적화된 로봇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도 2021년 약 1조원을 투자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취득하며 로봇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전기차 자동 충전 로봇과 배송 로봇 등을 공개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선대의 경우 오너의 입김과 보수적인 조직문화가 명확히 드러났는데 3대까지 내려오면서 과거의 앙금보다는 실리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가는 모습"이라며 "권위주의 적인 오너의 모습보다는 유연하게 협업하고 경직되지 않는 사고방식을 갖고 경영하는 것이 3세대 경영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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