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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과 협력업체 임직원을 '누가' 길거리로 내몰았나?

대우조선과 협력업체 임직원을 '누가' 길거리로 내몰았나?

등록 2022.07.11 15:42

이세정

  기자

11일 오전과 오후, 경찰청과 전쟁기념관서 집회하청지회, 지난달 2일부터 도크점거 등 불법파업창사 44년만에 도크 진수 연기, 손실액만 4천억 이상작년부터 폐업 협력사만 12개사, 규탄 삭발식도 거행약 10만여명 생존 직결···정부 차원 공권력 투입 촉구

11일 오전 경찰청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임직원들이 하청지회 불법파업 수사 촉구 집회를 가졌다. 사진=이세정 기자11일 오전 경찰청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임직원들이 하청지회 불법파업 수사 촉구 집회를 가졌다. 사진=이세정 기자

11일 오전 6시30분. 새벽 어스름이 깔려있는 이른 시간이지만, 피부에 닿는 공기마저 습한 출근길.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위치한 경찰청 앞으로 정장 차림의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임직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한 켠에 서류 가방을 내려놓은 이들은 '불법파업 중단하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길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호소문을 나눠줬다.

같은 날 오후 2시. 내리쬐는 뙤약볕은 없지만, 체감온도는 이미 30도를 넘겼다.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는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협의회 소속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서있다. 사내 협력회사 임직원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우리는 일하고 싶다', '하청지회 진수방해로 해외선주들 외면한다', '공권력을 투입해 재산권을 보호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와 손팻말을 들었다. 도장 협력업체인 '삼주'를 운영하다 최근 폐업한 진민용 대표는 장기 불법파업을 규탄하는 삭발식을 가졌다.

대우조선해양과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하청지회의 불법파업을 해결해 달라고 한 목소리로 호소하고 나섰다. 10년 넘게 이어진 긴 불황을 간신히 벗어났지만, 이번 불법파업으로 '생존'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부터 거제 옥포조선소의 선박 건조장을 점거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사내 각 협력사를 대상으로 노조 전임자 인정과 노조 사무실 지급, 임금 30% 인상, 상여금 30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가 불법으로 생산시설을 점거하고 작업 방해와 고공 농성, 안전사고 위해 행위 등 파업을 시작하면서 지난달 18일 예정돼 있던 도크 진수(건조한 선체를 바다에 띄우는 작업)는 4주째 연기된 상태다. 현재 1도크에서 건조 중이던 선박 4척의 인도 시점도 무기한 연기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진수 작업이 중단된 것은 1978년 창립 이래 44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내업에서 외업으로 넘어가는 재공재고 블록이 증가하면서 내업 공정도 조만간 중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도크와 플로팅 도크 역시 인도 4주 넘게 미뤄지고 있고, 안벽에 계류된 일부 선박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또 불법파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직원 폭행과 에어호스 절단, 작업자 진입 방해, 고소차 운행 방해, 물류 적치장 봉쇄 등의 행위도 자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파업으로 매출은 하루에 260여억원씩 감소하고 있다. 고정비 손실도 60여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말 기준 매출과 고정비 손실은 2800여억원이 넘는다. 일주일마다 1250억원 가량의 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만큼, 현재까지 손실액은 4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인도 일정 미준수에 따른 지체보상금인 LD를 감안하면 지연 영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조선소 심장'인 도크가 폐쇄된 것은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선후공정인 선행과 가공, 조립, 의장, 도장 등 전 공정에서 생산량을 조정이 불가피하다. 사내 직영과 협력사 2만명, 사외 생산협력사 및 기자재 협력사에 소속된 8만명 등 총 10만여명의 생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도 기우가 아니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7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7일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파업 장기화 조짐이 비추자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1일 임원 워크숍으로 임원 전체가 비상경영 동참을 결의했다. 생산현장 직장과 반장들로 구성된 현장책임자연합회도 동참의 뜻을 밝혔다.

박두선 대표이사 사장은 이달 6일 담화문을 내고 비상경영 체제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최근 수주 회복으로 오랫동안 짓눌려온 생산물량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경영정상화의 희망을 품었지만, 하청지회의 불법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이런 기대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면서 "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이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하며 현 위기를 하루 빨리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7일에는 박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국가기간산업에서 벌어진 작업장 점거, 직원 폭행, 설비 파손, 작업 방해와 같은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법 질서를 바로 잡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은 이날 '하청지회의 불법 파업 폭력행위를 막아 대우조선을 살려주십시오' 제목의 호소문에서 "대주주를 포함한 채권단 지원과 직원·협력사 등의 희생으로 살아남았고, 이제 회생과 경영정상화로 국민 혈세로 지원된 빚을 갚아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하지만 하청노조의 불법파업으로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 어떠한 고통도 감내해 온 2만여명의 임직원과 협력사 직원 노력이 단 100여명의 하청지회 불법행위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인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이들은 공권력 투입 등을 통한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호소문에는 "엄정한 법집행으로 핵심 생산시설을 점거한 하청지회를 해산시켜달라"며 "생산 차질이 계속될 경우 대외 신뢰도 하락 및 천문학적 손실 등 대우조선해양은 회생 불능이 될수도 있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협의회는 "하청지회가 본격적인 불법 행위를 시작한 지난해 5개사가 폐업을 했고 지난달에 3개사, 이달 들어 4개사가 폐업했다"며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정부와 대주주의 도움으로 불황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품었지만, 하청지회 일부 조합원의 극단적인 불법파업으로 희망에서 절망으로 바뀌는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고용노동부를 찾아 호소하고 경남지방경찰청을 방문해 불법행위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요청하고 많은 이들의 의지를 담은 1만여명의 서명도 전달했다"면서 "하지만 집회 장소도 안내되지 않았고, 경남경찰청장은 면담요청도 거부했다. 행정력은 우리를 외면하는 것 같다. 누가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인지 너무나 답답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하청지회는 협의회가 협상을 외면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저들이 요구하는 집단교섭과 개별교섭을 병행하며 협상하자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하지만 하청지회는 자신들의 주장하는 모든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 정상화를 간절히 소망하기에 한시라도 빨리 현재의 위기를 해소하고자 한다"며 "조선산업은 새로운 호황기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한다. 중차대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지속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11일 오후 용산전쟁기념과 앞에서 진민용 ㈜삼주 대표가 조선하청지회 장기 불법파업 규탄 삭발식을 가졌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11일 오후 용산전쟁기념과 앞에서 진민용 ㈜삼주 대표가 조선하청지회 장기 불법파업 규탄 삭발식을 가졌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진민용 삼주 대표는 "평생을 바쳐 이룬 사업체를 폐업했고, 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눈물 지었다.

진 대표는 "하청지회의 불법파업에 작업장 입구를 봉쇄당했고, 현장에 투입되는 작업자들은 협박전화를 받아 출근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면서 "불법파업으로 생산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회사는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금속노조의 불법 앞에 무릎 꿇고 폐업했지만, 나머지 협력사 대표들에게 그런 일이 발생해선 안된다"며 "대한민국 조선산업이 금속노조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부 기관은 불법과는 타협없이 정의가 살아있는 대한민국을 보여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선박 계약 해지, 생산인력 부족,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위축 등 동시다발적 악재가 발생하는 '퍼펙트 스톰'을 겪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중심으로 수주 낭보를 울리고 있지만, 불법파업 여파로 경영 불확실성은 오히려 가중되는 실정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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