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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훈의 테크와 손끝

80%의 일자리와 기술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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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만 해도 초등 중등 교과서에는 기능올림픽(World Skills)에서 메달을 딴 '기술자'들에 대한 꼭지가 꼭 있었다. 기능올림픽은 만17~22세 전세계 청소년 기술자들의 직업기능을 겨루기 위해 1950년에 시작되었다.

의상 재단이나 미용 등도 종목이었지만, 많은 숫자의 메달은 제조업 기술에 걸려 있었다. 국내 공업고등학교나 전문대학을 나온 청소년 기술자들은 깎고(정밀가공), 때우고(용접), 칠하며(도장) 많은 종목에서 수십 년간 한국에 최고 자리를 선사해 왔다. 정부는 운동선수들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을 때 누리는 혜택을 기능올림픽에도 유사하게 제공했다.

병역을 면제하고 연금을 제공했다. 기능올림픽의 종목에 3D 프린터를 활용한 적층제조(additive manufacturing)이나 이동형 로봇(mobile robotics),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등, 산업과 기술의 변화를 상징하는 분야가 추가되며 56개 종목이 된 와중 기능올림픽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모두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동시에 기술자들의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도 더 늘지 않았다.

기능올림픽은 운동선수들의 올림픽과 공통점과 함께 차이점도 제법 있었다. 교육기관을 통해 엄선된 선수들이 아마추어리즘의 기치 아래 자웅을 겨룬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차이점도 분명했다. 운동선수들은 엘리트 선수로 자신들의 리그 안에서 육성되고 사회 속에서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기능올림픽에 나가는 기술자들은 국립·특성화 공고 및 일반 공고와 전문대학 혹은 기술·직업 교육원을 통해서 육성되었다는 점에서 나름의 과정이수가 있되 이들은 작업장을 벗어나면 사회에서 어디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사람' 혹은 '평범한 사람들'에 속했다는 점이다.

정부와 제조업체들이 지속적으로 기술자들에게 '기능장', '명장' 등의 호칭을 그들에게 선사하였지만 이러한 호칭이 사회적에서는 쉽게 잊혀지는 것들이었다.

기능올림픽이 회자되던 시절과 지금, 추억담보다 중요하게 생겨볼 부분은 바로 고용과 기술변화다. 지난 글에서 다룬 '탑 티어 엔지니어'들의 이야기가 아닌 '가장 보통의 존재들'의 일자리 이야기다. 고소득 중산층 도시 울산, 창원의 성공은 기능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시대의 모델이다.

기술혁신연구의 관점으로 말하자면, 해외에서 다양한 부품을 들여와 재원이 다르면 깎고, 그 뒤엔 용접기로 때우거나 드릴과 렌치로 조이고, 마감을 위해 칠해서 완성해 팔아먹던 '조립형 공업화'의 시대 모델이다. 부품이나 장비와 소재 모두 OEM(위탁 생산)부터 시작했으니 남의 것들이라 그걸 설계하거나 개발할 필요가 없던 시절이었고, 기업의 수익은 생산과정에서 결정되었다. 학교 공부를 잘 하지 않거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부지런하고 썰미 있게 따라할 수 있는 재주만 있으면 중산층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정밀가공은 사람 손이 아닌 CNC 공작기계가 하고, 단순조립과 도장은 로봇이 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기업에서의 인력 구성은 생산직 절대다수(울산·창원·거제 부울경 모델)에서 연구개발직 다수 모델로 변화해버렸다. 마침 대학 진학률도 70~80%를 넘기고 있다. 기능올림픽 시절 '생산직 기술자'나 '테크니션 기술자'의 역할이 위축된 건 분명해 보인다.

기업은 공채나 수시로 대졸사원이나 연구원은 뽑아도 생산직 정규직은 가능하면 뽑지 않고 비정규직과 하청기업을 폭넓게 활용하려고 한다. 노조 때문이라고도 하고, 비용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어쨌거나 정규직 생산직을 안 뽑으려는 건 분명해 보인다. 개별 기업과 개별 산업의 이해관계는 차치하더라도, 이 시점에 드는 질문은 다수의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은 대체 어디에서 일하며 한국사회의 단단한 허리가 되어줄 것이냐다.

지난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말하였고 공공기관의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이미 늙고 텐션이 떨어진 유럽사회만큼 공공부문을 비대하게 확대할 수는 없었다. 자리가 만들어 지는 족족 입사시험과 고시에 익숙한 지원자들의 몫이었다. 다른 방식으로 채용을 하려할 때마다 '공정' 시비가 걸리며 사회적 갈등이 늘어났다.

같은 시점 공무원 연금 개혁으로 예전 같은 노후 보장도 안 되면서 상대적으로 박봉이라는 이유로 공무원의 인기 자체가 떨어졌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일정부분 중위소득을 올린 바 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도산이 뒤따랐다. 이번 정부는 시장주도로 성장을 한다고 말하고 자체로 틀린 말은 없다.

문제는 '평범한 다수'에게 어떠한 전망을 줄 수 있냐 문제다. 지난 정부의 '스마트 팩토리' 사업은 평범한 청년들에게 어떠한 일자리 전망을 주었을까? 제조업에서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다는 이야기보다는, 더 많은 청년들이 배달이나 물류창고에서 플랫폼 노동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훨씬 많이 들린다.

서비스업에서 박봉으로 일한다는 이야기 역시 많이 들린다. 코딩을 배워서 취업시켜주는 프로그램 정도가 그나마 효과적인 직업교육이자 고용정책이었다. 조선업을 위시해 제조업들은 최근 '인력난'을 호소한다. 기술자가 없다고 난리다. 결과적으로 중장년 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만 일을 하게 되고, 다수 청년들은 '알바자리'로만 제조업 생산직 일자리를 여기기 일쑤다.

이 지점에서 역시나 생각해야 하는 것이 기술력에 대한 '테크 트리'를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가 NCS(국가직무능력표준)을 잘 만들어 두었지만, 실제 기업체들 운영에 훨씬 더 결속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로봇과 정밀 가공기계가 할 수 없고, 디지털 기술과 접목되면서도 '사람의 자리'가 확보되는 일자리는 무엇일까? 그 일자리에서 초보자와 명장은 어떤 수준의 차이가 있을까? 공장 현장에서 기술 발전으로 무거운 거 들지 않아도 되고, 위험한 거 안 해도 되는 상황이 되었다면 여성의 일자리를 함께 늘려볼 수는 없을까?

그들에게 요구되는 역량 수준은 무엇일까? 고용 정책과 함께 진행되어야 할 고민들이다. 새 정부가 기능올림픽의 시대에 다수의 청년들에게 주었던 비전을, 다시 잘 설계하여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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