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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관료' 금융위원장과 '실세' 금감원장 불편한 동거···순항 조건은

'정통 관료' 금융위원장과 '실세' 금감원장 불편한 동거···순항 조건은

등록 2022.06.14 11:12

차재서

  기자

'첫 검찰 출신'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설왕설래' 金 '규제완화', 李 '불공정거래 근절' 다른 목표에금융위·금감원 불협화음 되풀이될까 긴장감 고조 업계선 "취임 초기 협력의지 재확인해야" 제언도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검찰 출신 금융감독원장이 공식 행보에 돌입하자 금융권 전반에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 경력을 보유하지 않은 인물이 감독당국을 이끌면서 금감원의 업무가 감독으로 쏠리는 것은 물론, 금융위원회와의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관료 출신 금융위원장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실세' 금감원장이 동행하면서 불편한 기류가 형성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사상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 탄생과 맞물려 금융위와 금감원 안팎에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전혀 다른 배경을 지닌 인물이 금융당국 투톱으로 발탁된 것을 계기로 행여 두 기관이 불협화음을 낼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가 "국민과 언론이 보고 있다"고 일축했지만, 대통령 측근이 감독당국 수장을 맡음으로써 상위 기관인 금융위가 눈치를 봐야하는 구조가 됐다는 인식이 짙다.

이는 두 금융당국 수장의 다른 인생 여정에 기인한다. 한 사람은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고, 다른 한 사람은 공직생활의 모든 시간을 검찰에 몸담은 만큼 업무에 대한 철학이 다를 수밖에 없어서다.

1958년생인 김주현 후보는 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고 워싱턴대학교 MBA 과정을 마친 인물이다. 그는 행정고시 25회(1981년)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재무부에서 증권국과 관세국 금융정책실 등에서 근무했다. 이어 금융위에선 금융정책국장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을 지냈고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를 거쳐 2019년부터 여신금융협회를 이끌어왔다.

또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1972년생)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자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법고시에 동시 합격한 금융·경제 수사 전문가다. 사법연수원 32기 출신인 그는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2부 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 대전지검 형사제3부 부장검사,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역대 금감원장 중 검찰 출신은 그가 처음이다.

이처럼 김 후보와 이 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선후배 사이라는 것 외에 이렇다 할 연결고리가 없다. 14살이나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공직 생활 중 함께 근무한 이력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과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기재부나 금융위 등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손발을 맞췄던 것과 대조적이다. 일례로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전 금감원장은 행시 28회 동기다.

때문에 주요 정책 현안에서 김 후보와 이 원장이 완벽하게 한 목소리를 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이미 두 사람은 금융산업을 향한 태도에도 차이를 보였다. 김 후보는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완화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이 원장은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금감원이 금융사 검사에 힘을 싣는다면 자연스럽게 금융위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나아가 이러한 환경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공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사실 지난 몇 년간 두 기관은 그리 원만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의혹과 케이뱅크 인허가 특혜 의혹 등 주요 사안을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다른 입장을 앞세운 탓이다. 양측의 앙금은 예산 책정 과정에서 표면화했다. 금융위가 2019년도 금감원 예산을 정하면서 업무추진비와 회의행사비를 10%씩 줄이고 임금 동결과 성과급 지급률을 낮추는 등의 지침을 통보하면서다. 금융위로서는 상위 기관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 셈이 됐다.

하나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들의 관계가 자칫 역전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최측근이 금감원장으로 내정되면서 금융위도 더 이상 자신들의 뜻을 밀어붙이기만 하긴 어렵게 돼서다. 특히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막내인 이 원장은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물로 통한다.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 인사가 지나치게 중용된다는 지적에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며 공개적으로 이 원장을 두둔하기도 했다.

다만 두 기관의 긴장 관계가 계속되면 금융업 발전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김 후보로서는 정식 취임 후 이 원장과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고, 금감원 역시 가상자산이나 사모펀드 분쟁조정 등 굵직한 현안과 관련해 금융위와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김 후보와 이 원장은 지난 8일 첫 회동에서 ▲금융시장 안정 ▲금융규제 개혁 ▲금융산업 발전 ▲금융감독서비스 선진화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등을 위해 협력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금융시장 선진화와 안정, 금융소비자 보호 등 핵심 목표는 감독원의 독자적 대응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면서 "함께 일하는 부처, 유관기관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견해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시각 차이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공통분모를 도출하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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