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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쪼개기 상장' 대책, 조삼모사식 적용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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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베스틸·SK이노베이션·LS일렉트릭 등
"자회사 상장 계획 無" 해명에도 개미들 '불신'
기존 주주 우선권·정관 개정 등 방법 논의해야

reporter
"현재 SK온의 IPO(기업공개) 계획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 SK온의 성장성과 수익성의 개선 속도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계획이다"

올해 1월 진행된 SK이노베이션의 2021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회사 측은 이렇게 밝혔다. SK온은 지난해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한 배터리 사업 신설법인이다. 전기차 부문을 떼어내는 LS일렉트릭, 특수강 제조 사업을 분할하는 세아베스틸 역시 비슷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핵심은 '상장 계획은 당분간 없다'이다.

기업이 핵심 사업부를 분할해 다시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에 대한 비판이 거센 가운데 기업들이 선긋기에 나섰다. 물적분할은 존속법인이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가져가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권에 이어 금융당국에서도 주주보호 대책 마련에 분주한 만큼 기업들이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기업의 선긋기에도 주주들의 불신은 지속되고 있다. 당장 상장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일 뿐 결국은 '조삼모사'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상장 계획 지연을 밝혔음에도 SK이노베이션과 LS일렉트릭은 연초 이후 각각 -16.53%, -20.50%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투자자 A씨는 "현재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상장 시기를 조율하는 것으로 읽힐 뿐"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 청약 당시에도 LG화학 기존 주주들은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다. 이는 상장 후에도 마찬가지였다"고 토로했다.

기업의 움직임도 주주 불신을 키우고 있다. SK온은 현재 3조500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진행 중이다. 프리IPO가 보통주 유상증자 형태로 진행되는 만큼 SK온은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관들에게 IPO를 통한 자금회수 방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컨콜에서 밝힌 '상장 계획은 없다'는 주장과는 정반대의 움직임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억울함은 있다. 물적분할 후 IPO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지만 기업의 미래 성장성을 위해선 분할 법인의 IPO를 위한 자금 확보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존 주주들의 눈치를 보다가 상장 적기를 놓친다면 제대로 된 기업가치 평가는 물론, 상장 후 주가 방어에도 실패할 수 있다.

SK온의 경우 해외 배터리 공장 증설을 위해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적 역시 2020년 1조6102억원에서 지난해 3조398억원, 올해 6조원을 목표로 할 정도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고, 영업이익도 올해 4분기부터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회사 측이 밝힌 성장성과 수익성의 개선 속도를 감안하면 지금이 상장적기로 해석될 수 있다.

LS일렉트릭 역시 기업 내에서 전기차(EV릴레이) 사업부 매출 비중이 크진 않지만 LS그룹 차원의 전기차 사업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LS머트리얼즈와 LS알스코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고려하면 물적분할을 통해 전기차 사업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

또다른 투자자 B씨는 "포스코처럼 정관에 신설법인 상장을 막는 방안을 명시하지 않는다면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 1월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와 사업회사 포스코로의 물적분할을 결정하는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자회사 재상장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정관을 신설해 비상장 유지 방침을 명시했다.

포스코 이사회는 신설법인 포스코의 정관 9조에 "포스코가 국내외 주권시장에 상장하고자 하는 경우 단독주주인 포스코홀딩스의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의한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는 신설법인 포스코의 상장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항으로, 이러한 내용을 정관에 명시한 건 국내 기업 중 포스코가 최초였다.

해외 기업들도 행동으로 우선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제조사인 다임러는 상용차 부문인 다임러트럭을 물적분할하면서 기존 주주에게 신설법인 주식의 65%를 배정하며 주주 보호에 나섰다. 애플과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대기업들 역시 다양한 사업부 중 상장사는 오직 하나만 유지하고 있다.

주주 달래기는 허울 좋은 말 뿐으로는 부족하다. 정치권과 당국의 움직임에 앞서 기업이 먼저 행동으로 보여줄 여지는 충분하다.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없는 주주는 결국 기업을 외면하게 돼있다.

허지은 기자 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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