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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길어지는 정몽규 회장···경영서 손 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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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광주 건설 현장 붕괴 사고 치명상
침묵 칩거 길어지며 자택서 거취 숙고 중
건설 회사 경영 23년만 최대 위기 직면
자동차맨서 다각화 성과 보이나 했지만
본업 건설서 발목잡혀···여론·신뢰도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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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0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광주 철거건물 붕괴 사고 관련 기자회견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적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지난해 6월 광주시 동구 학동 재개발 현장 사고 당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
"신뢰하기 어려운 참 나쁜 기업이다. 앞으로 광주시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13일 광주 서구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 현장 브리핑서 이용섭 광주시장)

"학동 철거현장 붕괴 정도의 대규모 참사면 온 회사의 현장소장이나 관련 임원이 안전사고 재발시 옷을 벗겠다는 각오로 비상이 걸려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불과 7개월 만에 상식 밖의 사고가 또 발생했다는 점에서 회사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된다."(건설업계 관계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999년 회장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에 이어 이번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가 빚어지자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어서다.

잇단 대형 사고로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총체적 부실기업이라는 불명예가 씌워진 데다 간판 브랜드 ‘아이파크’의 신뢰도도 바닥으로 추락한 만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1996년부터 1998년까지 현대차 회장까지 지낸 '자동차맨'인 그가 유통(용산 아이파크몰+면세점 사업)업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선 이후 아시아나 항공 인수전 참여 등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확장까지 꿈꿨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본업인 주택(아이파크) 건설사업에서 잇따른 대형 사고로 치명상을 입으면서 그룹 회장(총수)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어서다.

16일 재계와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만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11일 오전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참배한 뒤 이동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번 사고 발생일 이튿날인 지난 12일 광주 참사 현장에 내려가 유병규 현대산업개발 대표 등과 사고 수습 방안 및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후 주말엔 서울 자택에서 자신 거취 문제에 대해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이미 현대산업개발 회장에서 물러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사퇴 압박’이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시선이다.

실제로 사고 이후 현대산업개발의 수주 사업장에서는 조합원들의 계약 파기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현산은 현재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화정아이파크 현장을 포함해 광주시 내 모든 건축·건설 현장에 대한 공사중지 명령을 받은 상태다. 목표한 외주주택 착공에 차질이 생기며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현산에 대한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인증’도 취소됐다. OSHA-MS는 사업장의 전반적인 안전 시스템을 평가하는 국가공인인증제도다. 차기 수주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향후 몇 년간 추가 수주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현대산업개발의 대표 브랜드는 ‘아이파크’다. 전국 단위 아파트 등에도 동일한 브랜드가 사용되고 있다.

화정아이파크 입주민들은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또 기존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단지명에서 ‘아이파크’ 브랜드를 떼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급격히 추락한 신뢰도다. 주택 부문 비중이 절반을 넘는 현산으로서는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조기 수습을 위해 이르면 이번 주중에 사퇴 발표가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62년생인 정 회장은 1996년 현대자동차 회장직을 맡았다가 부친인 고 정세영 현대차 명예회장과 함께 1999년 3월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자동차의 첫 수출 모델인 ‘포니’를 아끼는 등 자동차 산업을 육성해 ‘포니왕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현대산업개발에서는 ‘아이파크’ 브랜드를 키워오면서 전국단위 주상복합빌딩 구축, 아이파크몰, 이색 디자인을 더한 ‘디자인 아파트’를 내놓으며 건설업계에서 젊은 리더라는 평가를 끌어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과정에서 대규모 인명사고를 낸 데 이어 이달 11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로 이미지에 치명타를 얻었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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