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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상속자들-퍼시스] 꼼수 증여 논란 불구 ‘일룸’ 앞세워 작업 막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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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서 손 뗀 손동창 명예회장 2세 경영 본격화
장남 손태희 보유 계열사 일룸·시디즈 밀어주기
일룸에 지주사 지분 넘기고 ‘우회상장’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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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가구 브랜드 ‘일룸’과 사무용 의자업체 ‘시디즈’ 등을 운영하는 퍼시스그룹은 한샘에서 파생된 1호 기업이다. 퍼시스그룹의 창업주 손동창 명예회장은 1976년 한샘에 가구디자이너로 입사해 생산과장 등을 지내며 가구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1980년 한샘스텐레스공업을 창업하며 한샘 싱크대 상판을 만들어 한샘에 납품하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렸다.

한샘스텐레스공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손 명예회장은 36세 젊은 나이에 1983년 사무용가구 등을 판매하는 ‘한샘공업(현 퍼시스)’를 창업했다. 이후 1990년대 초 사무환경개선운동이 확산하면서 운 좋게 사무용 가구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퍼시스는 승승장구했다. 손 명예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품목별 사업 세분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1994년 가정용 가구 ‘일룸’과 사무용 의자 전문업체 씨템(현 시디즈)을 설립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슬하에 1남 1녀를 둔 손 명예회장은 74세의 나이로 2017년 대표이사직과 등기임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2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손 명예회장의 장남인 손태희 씨는 현재 지주사인 퍼시스홀딩스 사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유력 후계자로 승계 절차를 밟고 있다.

◇손동창 회장 장남 ‘손태희’…입사 9년 만에 지주사 사장으로 = 손태희 퍼시스홀딩스 사장은 서울대 재료공학과와 미국 MIT 물류공학 석사 출신으로 2007년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손 사장은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컨설팅 한국지사에서 2년간 근무했으며, 2010년 31살 나이에 퍼시스로 입사했다.

그는 퍼시스에서 생산과 물류, 영업 등을 두루 경험했고 2012년 시디즈를 지주회사 ‘퍼시스홀딩스’로 전환하면서 그룹 내 주요 보직인 지주사의 경영기획실장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2014년 퍼시스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손 사장은 2016년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기획 업무를 맡았다.

2019년에는 퍼시스홀딩스 외에도 퍼시스와 일룸 등 3개사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렸고 부사장으로 승진한 지 3년 만에 사장 자리까지 올라섰다. 현재 퍼시스그룹의 지배구조는 두 갈래로 나뉜다. 퍼시스 등 지주사와 그룹 모태 회사는 손 명예회장이, 일룸·시디즈 등 알짜 계열사는 손 사장이 맡고 있다.

손 명예회장은 퍼시스홀딩스 지분 80.51%, 퍼시스 지분 16.7%를 보유하고 있다. 지배구조는 ‘손동창 명예회장→퍼시스홀딩스→퍼시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퍼시스홀딩스는 퍼시스 지분 33.57%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손 명예회장이 퍼시스의 최대주주인 셈이다.

장남 손태희 사장이 보유한 퍼시스홀딩스 지분은 0.78%, 퍼시스 지분은 0.56%로 미미하지만, ‘손태희 사장→일룸→시디즈(옛 팀스)’로 이어지는 또 다른 지배구조의 축을 이루고 있다. 손 사장은 일룸 지분 29.11%, 일룸은 시디즈 지분 40.58%를 보유 중이다.

◇실질적 지주사 ‘일룸’…지분 쪼개기 방식 ‘편법 승계’ 논란 = 퍼시스그룹은 손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장남에게 승계하는 과정에서 꼼수라는 지적이 일었다. 손 명예회장은 손 사장에게 직접적으로 지분을 증여하지 않았지만, 손 사장이 핵심 계열사의 실질적 소유주가 됐기 때문이다.

2016년 지주사인 시디즈(현 퍼시스홀딩스)는 2016년 일룸 지분 45.84%를 이익소각했다. 이 과정에서 손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일룸 지분은 15.77%에서 29.11%로 늘면서 손 사장은 일룸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이익소각은 기업이 누적 이익금으로 기존에 발행한 주식 일부를 매수해 소각하는 것으로 주식 수가 감소하는 만큼 1주당 가치가 높아진다.

이후 퍼시스그룹은 대놓고 손태희 회사인 ‘일룸 밀어주기’에 나선 정황도 여럿 포착됐다. 일룸은 그룹에서 내부 거래로 매출을 내던 바로스와 2010년 퍼시스에서 인적 분할한 교육용 가구업체 팀스 지분까지 사들였다.

문제는 시디즈가 경영권을 포함한 팀스의 지분을 일룸에 헐값에 넘겼다는 점이다. 시디즈가 일룸에 매각한 팀스 지분은 장외 3만원 수준이었으나 실제로는 1만8400원에 거래됐다. 이후 시디즈는 팀스에 핵심 사업마저 넘겼다. 시디즈의 성장동력인 사무의자제조와 유통부문을 325억원에 팔았고, ‘시디즈’라는 이름까지 팀스에 넘겼다. 당시 시디즈는 ‘퍼시스홀딩스’로 사명을 바꾸면서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됐다. 결국 손동창 명예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시디즈는 사업과 이름까지 모두 손태희 사장이 소유한 ‘팀스’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주인만 바뀐 셈이다.

몇 년간 일반적인 부자간 주식 증여가 아닌 우회적인 방법으로 지분율 변동을 해 온 퍼시스와 시디즈는 지난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기습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조사4국은 비자금과 탈세 혐의와 관련한 자료를 포착하고 투입되는 조직으로 정기조사가 아닌 특별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부서다. 앞서 국세청 조사4국은 퍼시스홀딩스와 일룸에 세무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국세청이 잇따라 퍼시스그룹 계열사에 조사4국을 투입하자 업계는 손 명예회장과 손 사장의 지분 승계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승계 작업 마무리 단계…지주사 합병 절차 초읽기 = 현재 손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룸은 10여년 간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루며 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일룸의 매출액은 54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25% 대폭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019년 154억원에서 2020년 413억원으로 168%의 높은 성장을 이뤘다. 시디즈 역시 매년 몸집을 키웠다. 2017년 125억원에 불과했던 시디즈 매출은 2018년 1410억원, 2019년 1930억원, 2020년 2275억원으로 불어났다. 손태희 사장과 연관된 두 계열사가 연일 높은 실적을 이어감에 따라 빠른 시일 내에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손 명예회장이 보유한 ‘퍼시스’와 지주사 ‘퍼시스홀딩스’는 힘이 빠진 상태다. B2B(기업 간 거래) 사무용 가구를 판매하는 퍼시스는 2018년 매출 3157억원에서 2019년 2047억원, 2020년 2869억원을 기록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요 사업이었던 ‘사무용의자’를 시디즈에 떼주면서 매출감소가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금처럼 퍼시스홀딩스-퍼시스의 가치가 떨어지고 일룸-시디즈의 기업가치가 높아진다면 손 사장이 더 많은 합병 신주를 보유할 수 있어서다. 퍼시스그룹이 일룸과 시디즈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손 명예회장이 직접 퍼시스홀딩스의 지분을 넘겨주기보단 손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룸을 우회 상장해 퍼시스홀딩스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분승계로 인한 증여세 등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우회상장으로 주식 가치를 제고해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손 사장은 지난해 초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권을 위임받은 상태다. 승계를 위한 밑 작업이 선명해졌지만, 완전한 2세 경영체제를 굳히기 위해서는 퍼시스홀딩스와 퍼시스에 남은 손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는 절차가 남아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퍼시스가 알짜 사업을 일룸과 시디즈에 몰아주면서 기업가치를 키우고 있어서 일룸의 우회상장 가능성에 대해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일룸 상장과 지주사 합병에 대해서는 이미 진행 중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차례 국세청 조사를 받으면서 신중하게 적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다이 기자 da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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