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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은의 주식잡담]해외기관 ATM 전락한 국내 공모주 시장

의무보유확약, 국내기관 4분의1 수준···형평성 시비
상장 첫날 대부분 차익실현 나서 ···주가 급락 원인
外人자금 필요한 대형공모주 ‘울며 겨자먹기’ 배정

reporter
오는 17일 코스피에 상장하는 현대중공업의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첫날 상한가)’ 걸림돌로 외국인 기관 투자자가 지목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기관 투자자가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하겠다고 약속하는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90%를 상회했는데, 이중 해외기관의 확약 비중은 1%대에 그쳤기 때문이다.

‘의무보유확약’이란 공모주 투자자에겐 익숙한 제도다. 문자 그대로 기관 투자자가 공모주 상장 후 15일~6개월간 의무적으로 보유하겠다고 확약하는 것으로 보호예수, 록업(lock-up)이라고도 한다.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높을수록 유통가능물량이 적어져 주가 방어 효과가 있다. 때문에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높은 현대중공업의 따상 기대감은 크지만, 해외기관의 미확약 물량이 변수로 지목된 것이다.

수요예측에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는 희망 공모가와 확약 기간 등을 주관사를 통해 제출한다. 통상 확약 기관을 길게 제시한 기관일수록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배정 권한은 전적으로 주관사 재량에 맡겨진다. 명확한 배정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기관은 그간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낮은데도 국내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을 가져갈 수 있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상장한 시총 상위 10개사의 IPO(기업공개) 배정물량’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평균 4.64%에 불과했다. 지난해 수요예측에 참여한 해외기관의 90% 이상은 의무보유확약 없이도 물량을 가져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올해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해외기관의 ‘그림자’는 현대중공업만의 사례는 아니다. 앞서 상장한 크래프톤의 해외기관 의무보유확약 비율 역시 1.9%에 그쳤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국내기관의 92.4%가 의무보유를 확약한 반면 해외기관은 28.4%에 불과했다. 국내 대비 해외기관의 의무보유확약 비중이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업계에선 해외기관 특성상 의무보유확약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전통적으로 해외기관은 장기 보유보단 차익실현 위주인 경향이 있는 만큼 확약 비율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해외 기관은 국내 기관과 달리 국민 정서나 당국의 입김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한 몫 한다고 전했다.

외국인 자금 유치를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반응도 있다. 대어급 IPO의 경우 국내 기관의 자금만으로는 공모자금 조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LG에너지솔루션), 골드만삭스(현대엔지니어링·카카오페이), JP모간(카카오페이), CS증권(현대중공업) 등 조단위 IPO에서 해외 증권사가 대표 주관을 함께 맡는 것도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한 전략 중 하나다.

문제는 해외기관의 미확약 물량이 상장 초기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상반기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상장일 주가가 시초가(21만원) 대비 26.43% 하락한 1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날 외국인이 206만주 순매도한 사실이 주가 급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SKIET의 해외기관 의무보유확약 비중은 36.6%로 SK바이오사이언스(85.26%)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미확약 비율이 높은 외국인 투자자의 단기 차익실현이 반복되면서 국내 공모주 시장이 이들의 ATM(현금인출)기로 전락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국내외 기관의 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문제는 반복될 수 있다.

지난해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은 올해 서서히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불붙었던 공모주 시장 역시 열기가 식은 지 오래다. 금융당국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허지은 기자 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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