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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임차보증금 유동화 나선 MBK···속셈은

홈플러스 임차보증금 유동화 나선 MBK···속셈은

등록 2021.08.27 09:49

김민지

  기자

S&LB·점포 매각 이어 ‘묶인 돈’까지 끌어모아신용등급 강등 우려에 40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이면에는 ‘엑시트’ 부채비율 낮아야 매각 유리

홈플러스 임차보증금 유동화 나선 MBK···속셈은 기사의 사진

MBK파트너스가 최근 홈플러스 임차보증금 유동화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MBK파트너스는 매각후재임대(S&LB)와 점포 매각으로 자산 유동화를 지속해왔는데 이번에는 ‘묶여있는 돈’인 임차보증금까지 손을 댄 것이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껍데기만 남겨 헐값에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활용해 홈플러스 매장 임대보증금 유동화를 추진한다. 임차보증금은 홈플러스가 매장을 빌릴 때 건물주에게 맡기는 보증금인데,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은 총 4000억원 규모다.

MBK파트너스가 임차보증금까지 손을 댄 이유는 신용등급 강등 우려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2017년 홈플러스는 실적 부진과 누적 채무로 2019년에 이어 지난해 연이어 신용등급이 떨어진 상태다. 지난해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 단기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조정했다. 이는 2019년 3월 A2로 떨어진 지 1년 반이 채 안 된 시점 벌어진 일이다.

여기서 신용도가 추가로 떨어지면 약 3300억원의 채무 조기 지급 조건에 가까워진다. 홈플러스는 이미 2019년 임차보증금 유동화로 자금을 한차례 조달한 바 있다. 이때 장기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또는 단기신용등급이 A3+이하로 하락하면 채권자들에게 조기로 지급해야 하는 조건을 달아뒀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부채비율을 낮춰 매각을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임차보증금은 재무제표에 고정자산으로 분류된다. 임차보증금을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통해 유동화하면 고정자산이 사라지고 현금이 증가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2월 기준 726%에 달한다.

홈플러스가 이렇게 부채비율이 높은 이유는 사업에서 부진한 이유도 있지만, MBK파트너스 인수 당시부터 시작된 탓이 크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7조2000억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이때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2조2000억원, 은행 선순위 대출로 4조3000억원, 상환우선주로 7000억원을 조달했다. ‘빌린 돈’으로 인수 자금의 대부분을 충당했고, 이는 고스란히 홈플러스의 차입금이 됐다. 애당초 빚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규모 차입을 일으켜 홈플러스를 인수했지만, 실적은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유통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와중 홈플러스는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실적 악화도 지속했다. 홈플러스의 2018년~2019년 회계연도 매출액은 7조6598억원, 영업이익은 2600억원으로 각각 3.6%, 6.7% 줄었다. 2019년 3월~2020년 2월 매출액도 7조3001억원으로 4.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601억원을 기록해 무려 38.4%나 뚝 떨어졌다.

홈플러스의 실적이 악화할수록 현금흐름도 나빠졌고 빌린 돈을 갚기도 어려워졌다. 빌린 자금 중 2조원이 넘는 금액이 남자 2019년 MBK파트너스는 이를 상환하기 위해 리츠를 추진했다. MBK파트너스가 리츠를 조달하려던 자금은 약 1조7000억원이다. 그런데 수요 예측에서 공모액이 조달 계획의 51%(7925억원)에 그치면서 MBK파트너스는 리츠 상장을 철회했다.

결국 홈플러스는 리츠 상장으로 갚으려던 대출을 사실상 모두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 하반기 인수금융 재조달(리파이낸싱)을 통해 2조원에 달하는 순위 인수금융과 중순위 대출을 5년 만기로 차환한 것이다.

이후 MBK파트너스는 점포를 아예 매각하는 방향으로 유동화 전략을 선회했다. 그동안 점포를 매각하더라도 재임대하는 형식(세일앤리스백)으로 점포 영업을 유지했으나, 리츠 상장 실패 이후부터는 점포를 매각함과 동시에 폐점하기 시작한 것이다. 점포 매각 땅값과 함께 부지 개발사업에 출자해 차익을 크게 누릴 수 있고 부실 점포 유지에 드는 비용까지 사라진다는 점에서 MBK파트너스에 유리하다.

지난해 홈플러스는 ▲대전 둔산점(3802억원) ▲경기 안산점(4300억원) ▲대구점(1279억원) ▲대전 탄방점(908억원) 등 4곳 매장을 매각했다. 올해는 부산 가야점을 MDM그룹에 3500억원에 넘겼다.

5개점을 매각하면서 홈플러스가 손에 쥔 돈은 1조4000억원가량이다. 막대한 자금을 손에 넣은 만큼 재무구조에 숨통이 트였어야 한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아직도 재무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9년에는 2008년 홈에버에서 인수한 홈플러스스토어즈를, 지난해에는 100% 모회사 홈플러스홀딩스를 합병했기 때문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전환하면서 이들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상환전환우선주(RCPS)도 차입금으로 올라가 자본은 줄고 부채가 늘었다. 임차료의 현재가치도 부채로 잡혔다.

MBK파트너스는 당장 엑시트가 급한 입장이지만, 홈플러스의 인수자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유통업계 무게추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시점에서 홈플러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짜 점포는 지속 매각하고 있는데, 감당해야 할 인력은 많다. 지금도 홈플러스 노조는 점포 매각을 중단하고 고용 안정성을 보장해달라며 회사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에 사실상 껍데기만 남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점포를 매각하고 폐점까지 진행하면서 점포 수는 줄고 있는데, 남은 점포들의 임차보증금마저 손을 대 사실상 인수자가 점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를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7년이 되도록 엑시트를 못 하고 있어 어떻게든 이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부채비율을 낮추려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임차보증금 유동화 또한 추후 인수자가 점포를 유지하기 위해 부담해야 한다. 인수자들도 이를 모르지 않을 텐데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자충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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