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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실적 쌓은 금융사, 수익성·공공성 딜레마

[NW리포트]사상 최대 실적 쌓은 금융사, 수익성·공공성 딜레마

등록 2021.07.29 11:00

수정 2021.07.29 15:30

차재서

  기자

‘사상 최대 반기 순익’ 기록 썼다지만코로나19 위기에도 실속 챙기기 지적금융지주 중간배당에 비판 여론 커져 “소비자 위한 사회적 책임 신경 써야”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주요 금융그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 속에 전례 없는 성적표를 내밀고도 웃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호실적에 이은 중간배당 행보로 구설에 오르면서 ‘수익성’과 ‘공공성’ 사이의 딜레마에 빠진 탓이다.

물론 금융회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이다. 또 이들이 일정한 수익을 거둬야만 금융시스템의 유지에 도움이 된다. 다만 코로나19로 모두의 사정이 어려워진 가운데 자금 중개 기능을 수행하는 금융권이 막대한 수익을 거뒀고 곧바로 배당까지 나선다는 점에 외부에서 느끼는 괴리감은 크다.

◇4대 금융지주 일제히 중간배당=이러한 문제의식은 4대 금융지주가 나란히 중간배당을 예고하면서 제기됐다. 자율에 맡길 문제지만 경제 주체가 겪는 고통을 감안했을 때 지나친 배당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세부적으로 KB금융은 보통주 1주당 750원(2922억원), 하나금융은 주당 700원(총 2041억원), 우리금융은 주당 150원(총 1083억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은 신한금융까지 포함하면 주요 금융그룹이 올 여름 배당으로 지출할 비용은 8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지주의 이례적 중간배당은 금융당국이 코로나19와 맞물려 주요 은행과 은행지주에 내린 배당 제한(배당성향 20%) 조치를 6월말 해제하면서 비롯됐다.

작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총액 비율)을 줄였던 KB금융(작년 배당성향 20%)과 신한금융(22.7%), 하나금융(20%), 우리금융(20%) 등은 고삐가 풀리자마자 준비에 착수했고 실적 공개와 동시에 배당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이들은 코로나19 국면 이전 수준으로 배당성향을 되돌리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회사별 배당성향은 ▲KB금융 26% ▲신한금융 25.9% ▲하나금융 25.7% ▲우리금융 27% 등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배당 제한 조치를 해제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율에 맡기겠다는 취지이지, 반드시 배당을 하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이에 당국은 경고등을 켰다. 배당을 준비 중인 신한금융 측에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자제하라는 뜻을 전달하면서다. 비록 신한금융을 타깃으로 삼았지만 업계에선 당국이 모든 금융사에 같은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한다.

◇5대 금융그룹 상반기 이자이익 ‘20조’=숫자만 놓고 봤을 때 금융권의 상반기 실적은 상당히 양호하다.

업계 1위를 수성한 KB금융(2조4926억원)에 이어 ▲신한금융 2조4438억원 ▲하나금융 1조7852억원 ▲우리금융 1조5369억원 ▲농협금융 1조2819억원 등 5대 금융지주 모두 1조원 이상의 반기 순이익을 올렸다.

각각 지주사 출범 이후 ‘사상 최대치’다. 여기엔 이자이익 증가와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부문의 성장, 회사별 리스크 관리 노력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금융권이 도마에 오른 것은 그 중 이자이익이 실적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19의 악재 속에서도 금융사가 ‘이자 장사’에 치중한 것으로 비춰져서다.

실제 5개 그룹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총 20조원을 웃돈다. ▲KB금융 5조4011억원 ▲신한금융 4조356억원 ▲하나금융 3조2540억원 ▲우리금융 3조3230억원 ▲농협금융 4조1652억원 등 전년 대비 6~15% 증가했다.

이처럼 이자이익이 늘어난 것은 코로나19와 무관치 않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요구불예금을 중심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졌고, 생계와 투자를 위한 대출 또한 빈번해진 탓이다. 각 은행은 기준금리에 따라 수신금리를 낮추면서도 여신금리는 시장을 반영해 높은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상당한 예대마진(대출과 예금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을 거둬들였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2분기말 원화대출 잔액이 총 1307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4% 증가한 것을 봐도 이 같은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대출금리도 꾸준히 올랐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이 6월 취급한 가계 일반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2.81~3.53%로 집계됐다. 2.38~2.85%였던 전년 동기 대비 0.43~0.68%p 상승한 수치다.

금융사의 이자이익 증가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채비에 나선 데다 대출에 대한 담보 비율이 약 90%라 부실 우려도 적어서다. 다만 산업계와 가계 전반이 어려움에 빠진 와중에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다는 점은 금융권이 한 번쯤 짚어봐야 할 문제로 지목된다.

사상 최대 실적 쌓은 금융사, 수익성·공공성 딜레마 기사의 사진

◇‘빚투’가 이끈 비은행 부문의 성장=게다가 증권과 보험·카드 등 비은행 부문이 1년 만에 눈에 띄게 성장한 것도 코로나19 국면 속 ‘반사이익’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게 전반적인 견해다.

먼저 증권사는 중개 수수료와 이자수익을 챙겼다. 증권시장 활황에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열풍’이 지속되면서다. 일례로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일 집계한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4조3023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거래하는 사람은 연평균 6~8%의 이자를 내야 하는데, 이를 통해 28개 증권사가 1분기에만 벌어들인 이자소득은 총 4000억원에 이른다.

카드사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양호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덧붙여 은행 대출 규제로 자금줄이 막힌 소비자가 몰리며 7개 주요 카드사의 1분기 카드론 잔액도 33조17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보험업계도 코로나19의 덕을 톡톡히 봤다. 줄어든 야외활동에 늘 적자를 보던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사업이 개선된 게 대표적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출 비중)은 상반기 평균 82.4%로 적정 손해율(78~80%)에 근접했다. 이를 바탕으로 손보업계는 올해도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KB금융 45.2% ▲신한금융 46.6% ▲하나금융 37.3% ▲우리금융 9.9% ▲농협금융 35.8% 등으로 상승한 각 그룹의 비은행 부문 실적 기여도가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회적 목소리 반영해 ‘공공성’ 회복 힘써야=따라서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눈앞의 성과를 자축하기보다 밖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업 기반이라 할 기업과 소비자를 위해 더 많은 부분을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사실 금융권은 당국이 소비자를 위해 추진한 몇몇 사업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자신들의 이익과 거리가 있다는 이유였다.

핀테크와 갈등을 빚은 ‘대환대출 플랫폼’ 건도 그 중 하나다. 소비자가 간편하게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도록 돕는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각 은행은 핀테크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며 참여를 거부했다.

9월말 종료를 앞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상환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놓고도 금융권은 당국과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기한 연장이 불가피한데도 대출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게 금융사 측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해당 조치의 연장 여부에 대해 “8월말까지 한 달 정도 지켜보고 얘기해도 늦지 않다”면서도 “은행이 힘들어한다”고 언급한 것은 바로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부 보호 아래 자리를 지켜온 금융그룹이 이러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은 금융업 발전에 긍정적이지 않을뿐더러 이미지만 손상시킬 것이란 게 외부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간 금융권이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상환을 유예하고 정부 뉴딜금융 사업에 동참하는 등 노력을 이어왔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이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 모두의 지원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많은 이익을 거둔 만큼 사회적 책임에 더 신경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 전반의 트렌드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면으로 접근해도 배당을 늘릴 게 아니라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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