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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또”···매각설에 시달리는 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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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가 눈독 들인다는 소식에 속내 들여다보니
“공식화 되지도 않았지만 엮이고 싶지도 않아”
호반·중흥 등 대기업 등도 관심 보였는데 “글쎄”
파멸 맞이한 금호와의 M&A, 트라우마 아직 있어
이끌어주는 주체가 필요해···아람코에는 ‘호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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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산솔루스를 인수한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등이 대우건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우건설 매각설이 재차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대우건설이 작년 실적 개선에 성공한 만큼 기업가치가 적당히 높아짐에 따라 인수 희망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건설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만 봐도 253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65.4%나 급등한 수치다.

앞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 대우건설 매각 재추진과 관련 “2년 정도 시기를 거쳐 기업가치를 높여 판매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는데, 2년이 지난 올해가 대우건설 매각 적기란 얘기가 나온다. 대우건설은 최대 주주는 KDB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로 지분 50.75%를 보유하고 있다. 산은은 2019년 사모펀드 형태로 보유하던 대우건설을 KDB인베스트먼트로 넘겼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우건설이 본격적으로 매물로 나오면 인수자들이 많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곧 새 주인 품에 안길 준비가 다 된 것 같은데, 그러나 정작 대우건설 내부 분위기는 밝지 만은 않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현재 대우건설 인수에 희망한 그 누구도 “엮이고 싶지 않다”며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22일 본지가 대우건설 측에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가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물어본 결과 “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가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는 내부 직원들 모두 관심조차 없어한다”라며 “더군다나 언제 기업 사냥꾼으로 돌변할지도 모르는 사모펀드가 주는 관심은 여느 기업들과의 M&A보다 더욱 꺼려하는 분위기”라고 질색했다.

업계에서도 대우건설이 PEF로의 매각은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가 강성인 데다 상당한 내부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업체 인수설, 한 때 유력했는데…“국내 대기업 관심도 그닥” = 대우건설의 주인 찾는 작업이 조만간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자 건설업계에서도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서울 아파트 시장에 진입하고 싶어하는 지방 중견 건설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미 지난 2018년 1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관심을 모은 바 있었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해외사업장 추가부실이 드러나면서 호반건설은 인수 철회 의사를 밝혔고, 결국 매각 작업은 잠정 보류됐다.

호반건설에 이어 최근에는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의 잠재적 인수 희망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흥건설로서는 지방건설사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대우건설의 규모와 이름값이 유독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중흥건설은 작년 초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를 인수합병(M&A)해 재계 20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정창선 회장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하고 해외는 물론 국내사업도 가능한 대기업을 인수·합병 기업으로 이미 정했다”이라고 발언하자 건설업계의 모든 시선이 대우건설로 쏠린 바 있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 직간접적으로 강력한 의지를 보이자 한 때 시장에서는 “이러다 ‘중흥 푸르지오’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대우건설은 중흥건설이 매각 주체로 언급되자 견제심리를 드러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단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지방 건설사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대우건설보다 작은 지방 건설사가 인수한다면 인력 이탈이 엄청날 것”이라고 정면으로 꺼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런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난감하다. 특히 수주전마다 경쟁업체들이 조건이 좋지 않으면 매각 이야기로 비방한다. 그럴 때마다 조합원들은 우리 회사(대우건설)보고 ‘곧 어디 어디로 넘어가는 게 사실이냐’라며 되묻곤 한다”라고 말했다.

지방건설사 외 SK건설 등 대기업과의 인수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둘 다 대우건설에 도움이 안 되는 시나리오”라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국내 대형 건설업체 중에 몸집이 큰 대우건설을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로 인수할 만한 메리트가 있는 곳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시공능력평가 1위 유지했는데, 금호와의 M&A 실패로 5위권 밖으로 밀려 = 대우건설이 국내 대기업도 마다한 이유는 과거 상처뿐이었던 M&A, 즉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인수 실패 사례가 대우건설에 여전히 악몽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에도 2006~2008년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에 오를 만큼 명성을 유지했지만 반복되는 인수·합병(M&A) 실패와 기업가치 하락으로 현재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 중 가장 큰 원인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M&A를 꼽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회사’(대우건설)를 M&A했다가 그룹해체라는 운명을 맞이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갔다. 당시 대우건설은 종합시공능력 평가 1위 기업이었다. 업계에서는 ‘인재사관학교’로 평가받았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나는 대우건설을 산 게 아니라 대우건설 사람을 샀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무리한 인수방식 때문에 배탈이 났다. 대우건설 인수자금의 대부분은 외부차입으로 조달됐기 때문이다. 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떠안기로 한 인수대금 2조9000억원의 대부분을 금융회사들로부터 빌렸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금액도 상당했다. 한마디로 모두가 빚이었다.

나머지 3조5000여억원은 연기금과 투자회사(사모펀드) 등 이른바 재무적투자자(FI)들을 동원해 해결했다. 이들은 대우건설 주식을 인수한 뒤 의결권을 금호아시아나에 위임했다. 금호아시아나는 대신 3년 뒤 FI들이 보유한 주식을 주당 3만4000원의 가격으로 되사주기로 약속했다. 이른바 ‘풋백옵션(주식매도 선택권)’ 계약을 맺었는데 이게 화근이 됐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대우건설 주가는 오르기는커녕 하락했기 때문이다. 옵션보장 가격까지 회복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FI 주식 재매입에는 4조원 이상, 당시 주가와의 차액만 일단 지급한다 해도 2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2년여 만인 2009년에 재매각하게 됐다. 한 마디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갚지도 못할 빚으로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결국 빚잔치만 벌이게 된 셈이다.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다른 계열사들도 헐값에 팔게 됐다. 국내 재계 역사상 이렇게 단기간에 M&A 했다가 다시 매물로 내놓는 사례는 일찍이 없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단어가 흔한 용어가 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금호와의 인수 전만해도 시공능력평가 1위를 유지했는데, 금호와의 M&A 실패로 5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현재로썬 국영 석유기업·에쓰오일 대주주 ‘아람코’와 M&A만 희망해 = 대우건설이 인수를 희망하는 회사는 따로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이자 에쓰오일 대주주인 ‘아람코’로, 이미 M&A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현재는 애플이 제쳤지만 작년 초까지만 해도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던 기업이었다. 작년에는 “혹시 아람코라고 들어보셨어요? 대우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수의향을 보이고 있답니다”라는 자체 제작한 만화를 대우건설 스스로 홍보용으로 만들기도 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전통 산유국들은 석유고갈을 대비해 국가사업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경기부양책으로 133억달러를 인프라에 투입하기로 했으며 천연가스 증산도 계획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입장에선 방대한 먹거리인 셈이다.

특히 대우건설의 경우 천연가스인 LNG 관련 기술력이 뛰어난 편이다. 작년에는 국내 최초로 LNG 액화 플랜트의 EPC 원청계약을 따냈다. 때문에 대우건설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와의 M&A 바람을 공공연히 밝혀오기도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람코 역시 플랜트 사업 등 겹치는 부분이 많은 만큼 대우건설 인수에 적극적으로 관심이 있었다. 과거 매각 얘기가 본격화되려던 찰나에 하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정권 교체가 있었다. 이로 인해 아람코가 당시 입찰 참여를 못했다”라며 “대우건설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아람코와 같은 큰 회사를 원한다”라고 밝혔다.

대우건설이 아람코 등 해외 M&A를 희망하는 데는 과거 쌍용건설의 성공 사례가 있었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쌍용건설은 글로벌 금융위기 후 부실을 겪다 2015년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졸업하고 같은 해 자산 217조원(2014년 말 기준)의 국부펀드 두바이투자청(ICD)에 인수됐다. 이후 최대주주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받아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대우건설의 주택사업부와 토목·건축 등 나머지 사업부를 분리해 별도로 매각하는 선택지도 오래 전부터 거론돼 왔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이 액화천연가스(LNG) 액화플랜트 레퍼런스(참고할만한 실적)가 쌓이면서 해외와 국내 대형 건설사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내부문과 해외부문 분리매각 가능성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서도 겪었듯이 대우건설이 이끌어주는 인수 주체가 아닌, (대우건설 미래를 생각한다면) 대우건설을 이끌어주는 인수 주체가 필요하다”라며 “대우건설을 키워주는 새 주인이 필요하지, 사모펀드처럼 대우건설을 이용하는 인수자는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고 다시 한번 더 강조했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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