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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권한 밖’ 안전진단, 강화 후 3개 단지만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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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정비사업 활성화 기대? “순탄치만은 않아”
‘35층 룰’ 완화 가능해도 안전진단은 ‘권한 밖’
2018년 두차례 강화, 까다로웠던 참여정부때 수준
2차 정밀인 ‘구조안정성’ 평가서 대부분 탈락돼
재초환·분양가상한제 등 개발 막는 규제도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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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약속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민간 정비사업이 드디어 활성화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으로 부푼 것도 잠시. 오세훈 시장이 정작 할 수 있는 정책으로는 용적률 상향과 ‘35층 룰’ 등 일부만 제외하고 그 외의 규제 완화는 서울시장 혼자 힘으로는 바꾸기 어렵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재건축사업 절차 중 거의 초기단계라고 볼 수 있는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시킨다는 것은 서울시장 권한 밖의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안전진단 제도는 정부가 이미 2018년부터 두 차례나 기준을 강화시켰는데, 재건축사업에 있어서 ‘첫 문턱’을 걸어 잠근 셈이다. 이로 인해 재건축사업 신규 진입 단지들이 확 줄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만들었고, 결국에는 도심 내 주택 공급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됐다.

◆강화 후 서초구 방배삼호·마포구 성산시영·양천구 목동6단지 등 3곳만 통과 = 실제 심각하다고 보여지는 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안전진단 강화 후 통과 단지는 극소수로, △서초구 방배삼호 △마포구 성산시영 △양천구 목동6단지 등 3개 단지가 유일하다.

2018년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안전진단을 더 강화하기 위해 2차 정밀안전진단을 거친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 ‘적정성 검토’를 추가로 넣었다. 또 평가 항목별 가중치를 조정해 안전진단 절차를 바짝 조였는데, 건물의 노후도를 보는 ‘구조안전성’ 항목 가중치를 종전 20%에서 50%로 대폭 증가시키고, 반면 주차공간 부족, 배관 시설 낙후도 등 생활 인프라를 검토하는 ‘주거환경’ 항목을 종전 40%에서 15%로 대폭 낮췄다.

즉 이전에는 주거환경 항목이 구조안정성 항목보다 높았는데, 이들 비중을 서로 맞바꾸게 되면서 이제는 아무리 오래된 아파트라도 당장 무너질 정도가 아니라면 재건축이 사실상 어렵게 된 것이다. 최근 이뤄지는 재건축이 구조적으로 안전한데도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사회적 낭비’라고 정의했기 때문에 구조안전성 비중을 늘린 것이라고 당시 국토부는 설명했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불광미성, 월계시영, 목동9단지 등은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겼음에도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다. 최근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서울 양천구 목동 11단지도 이 정밀안전진단 2차 관문을 넘지 못했다. 문제는 정밀안전진단 1차에서는 주민들의 돈이 대거 들어가서인지 대부분 통과되지만 2차는 앞서 말한대로 기준 강화 후 겨우 3개 단지만 통과됐다. 안전진단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3억원이 넘는다.

두 차례 강화된 새 안전진단 기준은 거의 노무현 정부(참여정부) 때처럼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제도는 참여정부 출범 이듬해인 2003년에 도입됐는데, 당시엔 △구조 안전성(45%) △설비 노후도(30%) △주거환경(10%) △비용편익(15%) 평가로 이뤄졌다. 당시 정부는 “안전 확보보다 시세 차익을 노리고 행해지는 무분별한 재건축이 지양될 수 있도록 안전진단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다 2014년 9·1 대책을 통해 2015년부터 구조안전성 가중치가 20%까지 내려갔지만, 이번 조치로 다시 참여정부 시절(2006년 50%) 수준으로 돌아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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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밀안전진단 2차에서 탈락된 목동11단지. 사진 = 김소윤 기자

◆대치은마·잠실주공 등 안전진단 통과됐는데 재건축 가능? 재초환 등 규제 남아있어 = 강남 재건축 상징으로 잘 알려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강남의 일부 재건축 대장주들은 이미 안전진단은 통과해 재건축 ‘도장’은 받아놓은 상태다. 당시 규제 완화 등의 덕을 봤기 때문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완화가 도움됐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단지가 안전진단 아픔을 안 겪은 것은 아니다. 은마는 2002년 첫 탈락 후 2010년 통과까지 8년을 보냈다. 잠실주공5단지는 2006년 예비안전진단(현 현지조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가 4년 뒤에 재건축 대상으로 확정됐다. 1979년에 지어진 은마는 31년 만에, 은마보다 1년 전에 준공된 잠실 주공5단지는 32년 만에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들 단지 역시 현 정부의 새 기준으로 다시 안전진단을 받으면 ‘재건축’ 판정을 받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어찌됐던 이들 단지는 현재 재건축사업 중반부까지 다다른 상태다. 여기에 오세훈 시장이 공약했던 35층 룰까지 풀어준다면 대치 은마와 잠실 주공5단지는 재건축 사업을 안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문제는 민간 재건축의 사업성을 저해하는 또다른 규제인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들 재건축 관련 규제는 오 시장이 완화할 방법이 없다. 모두 법 개정 사안이거나 중앙정부 관리 하에 있다.

◆吳 아무것도 못하나? “성난 ‘부동산 민심’이 투영된 선거, 여론 호소로 가능할지도” = 이렇듯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기대되지만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다. 각종 인허가권을 쥔 시장이 사업 속도를 높여준다고 해도 안전진단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규제 대못'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이사는 “시울시장이 조례로 정하는 것 외에 시장이 재건축 규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것은 사실상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용적률 상향 등 일부 규제를 시장 권한대로 할 수 있다고 해서 잔여임기도 얼마 안 남았는데, 단시간 내에 얼마나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이미 재건축 밑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는 곳은 사업성이 안 나오거나, 조합원들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도 서울시장이라고 해서 단시간에 해결해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업계의 한 관계자는 “안전진단 같은 경우에는 건축법에 적용되는데 법 자체를 시장이 바꾸기에는 힘들 것 같다. 규제 완화는 시장 권한 안에 있는 법의 테두리 안해서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전임 서울시장이 안전진단을 못하게 하거나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국토부령으로 안전진단 업체를 선정하는 권한을 서울시에 줬다. 그런데 오 시장이 이 부분을 법의 테두리 내에서 잘만 활용한다면 재개발, 재건축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요건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규제를 푸는데 있어서 생각보다 서울시장 권한이 많지 않음에도 벌써부터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위원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성난 부동산 민심이 투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라며 “비록 현재 여당이 서울시의회나 국토부 등 중앙정부에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서울시장 혼자의 힘으로는 절대 바꿀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당이 오 시장이 하는 일마다 제동을 걸게 된다면 시민들의 불만은 내년 선거에서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도 서울시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된 만큼 굳이 여당과 물리적인 충돌을 빚어가면서 규제 완화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라며 “오 시장이 여론에 호소하고 스스로가 말했던 공약들을 계획적이고 차분히 실행시켜 나간다면 이 난관을 충분히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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