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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NYSE 선택했는지 알 수 있어”···증권신고서로 본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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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임원들 거의 미국인···창업자 김범석은 ‘슈퍼 주식’ 받아
보상 체계마저도 미국식···뉴욕 상장은 예정된 수순이었나
무늬만 한국기업? “글로벌 시대에 기업의 국적 무의미” 주장
주식 수, 공모가 범위 등 베일, 소프트뱅크 지분 35~40%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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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고한 쿠팡 증권신고서 내용 중 일부

‘한국판 아마존 기업’으로 불리는 쿠팡이 미국 NYSE 상장 계기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베일이 서서히 벗겨지고 있다. 그동안 쿠팡은 상장 직전까지 공식적으로 지배구조나 지분 현황 등에 관해 제대로 알려준 적이 없었다. 단지 쿠팡에 대규모 투자를 한 손정의 회장의 발언과 주요 투자 유치를 통해 유추해볼 뿐이었다.

증권신고서 통해 본 쿠팡의 모습은 자금 조달방식부터 경영진, 보상체계 등까지 모두 ‘미국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도 귀화한 한국계 미국인이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의 증권신고서를 보고 난 이후 “쿠팡이 왜 한국이 아닌 미국 뉴욕행을 택했는지 알 수 있었다”라는 얘기를 쏟아내기도 했다. 핵심 경영진과 기업 문화 등 따지면 쿠팡은 한국인 아닌 미국기업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쿠팡의 미국 상장은 정해진 수순이 아니었냐는 얘기다.

그러나 쿠팡의 최대주주 지분만을 놓고 보면 일본계 자금이 대부분이라서 국적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도 나온다. 무엇보다 보통주보다 의결권이 29배 많은 ‘차등의결권’이라는 제도가 쿠팡을 나스닥으로 이끌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 핵심 경영진 모두 ‘미국인’…한국인은 한국지점 강한승 씨 등 극히 일부 =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경영진들이었다. 한국지점 대표(경영총괄)인 강한승 씨를 제외하고는 경영진 중 국적이 한국인 인사는 드물었다.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도 중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이민 1.5세다.

쿠팡 한국지점은 비상장사라는 이유로 경영진 구성이 담긴 정기보고서를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에 내지 않았다. 그 탓에 쿠팡을 움직이는 핵심 인물이 누구인지 명확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쿠팡 한국지점은 일부 임원의 영입 사실만 뒤늦게 전하는 데 그쳤다.

일단 신고서에는 핵심 인원들의 명단과 프로필들이 상세히 나와있다. 일례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아마존 출신 고라브 아난드(45)로, 임원 중 비교적 이른 2017년부터 쿠팡에서 일해왔다. 비상임이사로는 미국에서 벤처캐피털을 운영 중인 닐 메타(36)가 2010년부터 맡고 있고, 지난 1월부터는 정보기술 기업을 운영 중인 해리 유(61)가 투입됐다.

스톡옵션 대부분은 이들 경영진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데다, 또 쿠팡이 스타트업인만큼 이들 경영진이 상장한 지분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증권신고서에서도 쿠팡의 주식 수량, 공모 가격 범위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지 여전히 베일에 감춰진 상태였다. 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지분도 대략 35~40% 정도로 예상될 뿐이었다.

◇급여 대신 조건붙은 스톡 어워드, 보상체계도 미국 관행…작년 김범석 의장 보수 158억 = 쿠팡의 증권신고서에는 김범석 쿠팡 의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보수도 확인됐다.

김 의장은 지난해 연봉 88만6000여달러(약 9억8000만원)와 주식 형태 상여금(스톡 어워드. 퇴직 후 일정 기간이 지나서 정해진 계획에 따라 주식으로 받는 일종의 상여금) 등 총 1434만1229달러(약 158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장의 남동생 부부도 쿠팡에서 총 8억원 규모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의 증권거래신고서에 따르면 ‘고용인 이해상충’ 내역으로 김 의장의 동생 부부에 대한 고용 사실이 적시됐다.

어찌됐던 김 의장이 천문학적인 금액인 158억원의 보수를 받는 게 가능한 이유는 전형적인 미국 관행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증권신고서에도 본 바와 같이 쿠팡은 정액 급여보다는 조건이 붙은 스톡옵션·장려금 등 다양한 형태의 주식보상(스톡 어워드)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무대는 한국인데 쿠팡 본사를 굳이 미국에 둔 이유가 보상체계 등 자본조달이 유리했기 때문이었다는 말이 나온다. 통상 미국의 보상체계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천국이라고도 불렀는데, CEO들은 회사 실적이 좋으면 거액의 보너스로 주머니를 불리고, 실적이 나빠 쫓겨나더라도 천문학적인 퇴직금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뉴욕行으로 이끈 요인은 ‘슈퍼 주식’ 차등의결권 때문 = 쿠팡의 NYSE 상장을 두고 업계에서는 여러 얘기가 흘러나왔다. “쿠팡이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어 미국에서 상장한다”부터 시작해 “미국 증시가 국내보다 상장 요건 덜 까다롭다”, “국내보단 미국이 플랫폼기업에 대한 가치를 더 높게 책정해 준다” 등까지. 사실상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쿠팡은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규정상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자금 조달 방식과 높은 외국인 임원 비중 그리고 기업 문화 등이 모두 ‘미국식’이었던 쿠팡의 뉴욕행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수순이 아니었냐는 말이 나온다.

쿠팡의 국적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실상 국내에서 사업이 이뤄지고 유치한 투자금 역시 국내에서 쓰이지만, 지배구조 등을 고려하면 쿠팡은 외국계 기업에 가깝다. 정리하면 기업 국적을 지분 구조와 경영진 등을 기준으로 놓고 본다면 쿠팡은 미국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 법인이 있는 쿠팡은 사업영역 대부분이 한국인데다, 매출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국내 세법이나 상법을 모두 적용받는다. 더군다나 쿠팡LLC의 최대주주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의 주축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다.

쿠팡의 국적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세금 감면 등의 이유로 본사를 국외로 옮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최대주주는 인수합병이나 투자유치를 통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요즘 같은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서 창업자의 국적은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글로벌 시대엔 기업 국적은 무의미”인 셈이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업계에서 추측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는 보통주보다 의결권이 29배 많은 ‘차등의결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나 최고경영자 등이 보유한 주식에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안정적 회사 운영을 뒷받침하는 장치다. 이번 결정으로 김 의장은 지분이 2%에 불과해도 58%를 보유한 것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단 주식을 매각하거나, 증여·상속하면 차등의결권도 무효화된다.

분명한 것은 쿠팡이 차등의결권이 없는 국내에 상장한다면, 향후 김 의장이 안정적으로 경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에서는 차등의결권이 쿠팡이 미국 상장을 결정하게 해준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김소윤 기자 yoon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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