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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금호리조트를 바라보는 시각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금호리조트를 바라보는 시각

등록 2020.12.28 07:57

이세정

  기자

금호리조트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 제출2010 ‘형제의난’ 박삼구 전 회장과 불편한 관계양측 금호家 자산 지키기에 사전 협상 가능성도갈등의 골 깊어 설득력 낮아···신사업 목적 관측↑박찬구 회장, 과거 두 차례 골프장 입찰 참가 전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진행하는 금호리조트 매각에 금호석유화학그룹이 참전했다. 형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과 ‘형제의 난’을 겪으며 불편한 관계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28일 재계와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지난 9일 마감된 금호리조트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금호리조트를 선제적으로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매각주관사로 NH투자증권과 딜로이트안진을 선정했고, 지난달 16일 매각을 공식 발표했다.

예비입찰에는 금호석화를 비롯해 총 6곳의 원매자가 등판했다. 매각 대상은 골프장인 아시아나CC와 콘도미니엄 4곳, 워터파크 3곳, 중국 웨이하이포인트호텔앤리조트 등이다. 시장에서 추산하는 몸값은 5000억원 수준이다.

금호석화는 금호리조트 매각설이 불거진 직후부터 매물에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력은 충분하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현금및현금성 자산은 5676억원으로 집계됐다. 라텍스 장갑 등 코로나19 특수로 영업이익은 3배 넘게 성장한 2138억원을 달성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실리경영’을 추구하는 만큼, 실제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골프장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지만, 리조트와 레저시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시장 전망과 달리 박찬구 회장은 예비입찰로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금호가 유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의견과 철저한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이라는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호그룹은 1984년 창업자인 고(故) 박인천 회장 별세 후 2세들끼리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창업주 장남이 2대 회장에 올랐고, 이후 차남과 삼남 순으로 그룹을 이어받았다.

형제승계 전통에 따라 차기 회장은 박찬구 회장이었다. 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이 자신의 장남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에게 경영권 이양 움직임을 보이자 형제간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박삼구 전 회장과 박찬구 회장의 상반된 경영철학으로 충돌이 잦았다. 박삼구 전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외형확장에 나선 반면, 박찬구 회장은 내실을 중시했다. 결국 박찬구 회장은 2010년 그룹에서 독립했다.

두 형제간 갈등골의 깊이를 유추할 수 있는 사건도 있다.

금호그룹이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를 낸 지난해 7월 박세창 사장은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 입찰에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할 수 없다”면서 “과거 계열분리 당시에 한 약속도 있고,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금호석화가 참여 할 수 없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선을 그었다.

금호석화는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금호석화 측은 “약속하거나 합의한 사항이 있다면 공개하라”면서 “이미 남보다 못한 사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흐름상 박찬구 회장이 사실상 금호그룹 회생자금으로 수천억원 가량 지불하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금호그룹에서도 금호석화으로의 매각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크다.

하지만 박삼구 전 회장과 박찬구 회장 사이에 금호가(家) 자산을 지키기 위한 모종의 협의가 전제됐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만 10년 넘게 켜켜이 쌓인 앙금을 생각할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다. 특히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악화 책임이 금호그룹에 있는 만큼, 모든 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무상균등감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14일 실시하는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구 회장이 신규 사업 추진 등을 이유로 이번 입찰에 뛰어들었을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금호석화 주력 사업은 석유화학 부문이고, 신사업 분야도 에너지 관련 사업에 한정된다. 골프장과 레저사업 진출은 여러차례 시도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없다.

박찬구 회장은 2014년 김포공항 인근 대중 골프장 사업권 입찰에 참여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2016년에도 파주CC 본입찰에 나섰지만, 가격협상에 실패하며 본계약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아시아나CC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36홀의 회원제 골프장으로, 최근 진행된 감정평가에서 3500억원 가량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은 초기 비용 부담이 클 뿐,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매력도가 높다.

일각에서는 경영 승계와 연관 짓기도 한다. 박찬구 회장은 올해 실시한 임원인사에서 자신의 아들인 박준경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최대주주이자 조카인 박철완 상무는 승진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낙점한 만큼, 박철완 상무에게 골프장과 레저사업을 통째로 떼내주는 구상을 그린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그룹과 금호석화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며 “박찬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고려할 때, 가격이 맞지 않으면 발을 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금호그룹 소유라는 점에서 높은 가격을 써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호그룹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후보 중 적격 예비 인수 후보를 선정한 뒤 본격적인 실사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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