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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노리는 정몽규···SWOT으로 살펴보니

[NW리포트] 아시아나항공 노리는 정몽규···SWOT으로 살펴보니

등록 2019.11.05 17:26

수정 2019.11.06 13:05

김성배

  기자

고려대 선배 미래에셋 박현주와 손잡아 자금력 막강마당발 인맥 자랑하지만 항공업·대규모 딜 경험 없어유통 등 기존사업과 시너지···승자의 저주 우려 시선도

 아시아나항공 노리는 정몽규···SWOT으로 살펴보니 기사의 사진

“HDC는 금융투자, 부동산 개발, 사회간접자본, 기술첨단소재, 문화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에 중장기적 투자를 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의 융복합 사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투자의 기회를 만들어가겠다.”

최대 2조원대 아시아나항공을 노려보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눈빛이 매섭다.

항공업 진출로 사업다각화에 대한 오랜 갈증을 풀고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춘 진정한 그룹’으로 올라선단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

재계에서는 포니 정으로 불리는 아버지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못다 이룬 꿈을 다시 실현시키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기도 한다. 자동차(땅)가 항공(하늘)으로 대상이 바뀌긴 했지만 건설업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녹아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자동차를 설립한 정 명예회장의 아들로 1999년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낼 당시 현대가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경영권을 빼앗기다시피 넘겨주고 현대산업개발만을 안고 현대그룹을 떠났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회장에 오른 뒤 20년 동안 레저, 면세, 스포츠 등으로 지속해서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HDC그룹을 자산 10조 원(33위)의 대기업집단으로 키워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대가 만만치 않다. 항공업(국내 3위)에서 잔뼈가 굵은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이다. 자금력에 의문이 제기됐던 애경그룹은 1조원이 넘은 운용자산을 보유한 스톤브릿지캐피탈과 손잡으면서 정 회장과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그룹의 사활을 건 정 회장의 현주소를 분석했다.

◇강점(Strength) = 마당발 인맥과 자금력

최근 정 회장은 보유주식 매각을 통해 인수 자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양식품의 2대주주로 지분 약 17%를 보유하고 있던 HDC는 이를 통해 약 950억원의 현금을 추가로 마련했다.

정몽규 회장은 이번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위해 마당발 인맥을 활용했다.

정 회장이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선배인 인수·합병(M&A)시장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정몽규 회장 80학번, 박현주 회장 78학번)과 손잡으면서 풍부한 인수자본을 확보했다. 박 회장이 인수금융을 통해 뒤를 받쳐준다는 의미다. 아시아나항공의 거래 대상인 ‘구주(31.05%)+신주’ 인수에 2조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용산 HDC신라면세점 특허를 획득할때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손잡았다. 정 회장은 용산 면세점 획득을 위해 정치권까지 움직였다. 각 지자체장들이 용산 면세점 획득에 기여하기도 했다.

정 회장이 갖춘 자금력도 탄탄하다. 6월말 기준으로 현금·현금성 자산이 1조2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부채비율도 100% 초반대에 불과하고 사실상 무차입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보니 추가 자금 확보 여력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5월 발표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이 이끌고 있는 HDC그룹은 자산 10조6070억원에 매출 5조4570억원, 자기자본 4조7440억원, 당기순이익 1조1920억원을 기록했다.

경쟁 상대인 애경은 같은 시기 공시 대상 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자산 5조1600억원에 매출 4조5270억원, 자기자본 2조7220억원, 당기순이익 3170억원으로 나타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정 회장의 HDC가 앞선다는 평가다.

◇약점(Weakness) = 항공업 경험없어

대신 애경은 정 회장이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다. 회사 설립 14년 만에 제주항공을 우리나라 1등 저비용항공사(LCC)로 키운 경험이다. 아시아나가 보유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모두 인수하면 업계 1위 대한항공을 위협하는 항공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애경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예비후보 가운데 항공운송산업 경험이 있는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SI)다.

그러나 정 회장은 항공업과 인연이 전무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거의 유일한 약점인 셈. 애경그룹이 자신들의 항공업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애경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자회사 등을 포함해 160여 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되는 등 국제선 45%, 국내선 48%로 국내 최대 항공그룹이 된다.

대규모 딜에 대한 경험도 다소 부족하다. 정몽규 회장은 그동안 빅딜보다는 경영난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떨어진 알짜 매물을 M&A 대상으로 검토해왔다. 성사된 딜은 대부분 사이즈가 작은 편이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열사가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부동산114 지분 80.5%를 사들였을 당시 인수가격은 513억원 수준이었다. 오크밸리 역시 600억원을 넘기지 않았다.

단 이번엔 다를 수 있다. 유독 빅딜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인수금융을 통해 뒤를 받쳐주고 있는 점도 든든한 대목이다.

◇기회(Opportunity) = 시너지···축구협회장 명함에 날개도

HDC현대산업개발은 복합쇼핑몰에다 면세점, 호텔·리조트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과의 시너지가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의 중심으로 교통의 요지인 용산역에서 복합쇼핑몰인 아이파크몰을 운영 중이며 신라면세점과의 합작으로 HDC신라면세점을 론칭, 유통 시장에 안착했다.

재계에선 정 회장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는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기존 유통사업과도 시너지가 나는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파크하얏트 호텔 서울과 부산을 운영 중인데다 최근 오크밸리를 인수해 리조트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호텔레저 산업의 경우 항공산업과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군이다.

전체 사업의 70%에 달하던 주택 비중을 과감히 줄이고 면세 호텔 항공 화학 유통 등 신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정 회장으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은 보배나 다름없다.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도 정 회장에게 기회다. 축구계에서도 그의 이번 행보를 스포츠 산업적 시너지 효과와 국제축구연맹(FIFA) 내에서의 정회장 입지와 영향력 확대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축구시장은 항공사들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HDC의 먹거리 창출은 물론 FIFA내에서의 인지도도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도 수년째 KFA 후원사로 밀접한 연을 이어왔다.

◇위협(Threat) = 승자의 저주 우려···그룹 명운 걸어야할 수도

이동걸 KDB산업은행장은 아시아나항공을 일컬어 ‘시장에 다시없을 매물’이라고 평했다. 기대와 달리 아시아나항공의 인수전에 SK GS 한화 등 대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업계에선 이를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로 보고 있다. 이는 정 회장에게도 마찬가지다. 항공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자회사인 저비용 항공사 에어서울·에어부산 경영권까지 포함한 매각 가격은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예상된다. 지나치게 비싸다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도 지나치게 많다. 아시아나항공의 올 상반기 부채는 9조5989억원으로 지난해 말 7조979억원에서 무려 2조5000억원 정도 불어났다. 정 회장으로서는 향후 항공업 부침에 따라 그가 일군 HDC그룹의 명운을 걸어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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