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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수확한 햅쌀로 만든 술, 먹어본 적 있나요?

[천진영의 푸드파이터]갓 수확한 햅쌀로 만든 술, 먹어본 적 있나요?

등록 2019.10.31 08:01

천진영

  기자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쌀 한 톨이 귀했던 시절, 막걸리는 한 해 농사를 짓는 선조들이 누린 최고의 사치품이란 사실 알고 계시나요?

막걸리는 약주를 떠내고 남은 고형분으로 빚은 술입니다. 먼저 기본 재료인 쌀과 누룩, 그리고 물을 넣고 저어 주기를 수차례 반복합니다. 맨 아래층에 깔린 누룩까지 고루 발효시키기 위한 작업이죠. 발효 과정 중에는 이산화탄소가 생성되는데요. 과거 선조들은 성냥불을 가까이 가져가 술이 완성됐는지 확인했다고 하네요. 아직 발효 중인 술은 이산화탄소 영향으로 불꽃이 흔들리거나 곧바로 꺼지게 되겠죠.

20여일에 걸쳐 완전 발효된 술은 층분리 현상이 나타나는데요. 위에 뜬 맑은 술이 약주, 가라앉은 고형분에 물을 더해 한 번 더 걸러낸 술이 바로 막걸립니다.

당시 양반들은 곳간이 풍족한 덕분에 약주를 즐겨 마셨겠지만, 보릿고개를 겨우 넘던 농민들에게 음주는 사치였을 겁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귀한 쌀로 막걸리를 빚는 시기가 있습니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을 맺는 가을 수확철이죠. 추수를 끝낸 후 그 해 수확한 햅쌀로 빚은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가을날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겁니다. 지난 여름 뙤약볕 아래 흘린 땀방울을 보상 받는 의미로도 해석되네요.

주종 그 이상의 가치를 담아낸 막걸리는 여전히 현존하고 있습니다. 전통주 전문기업 국순당의 ‘햅쌀로 빚은 첫술’이 가장 대표적인 제품으로 꼽히죠.

지난 2009년 국순당은 햅쌀의 상징적 의미를 그대로 반영한 막걸리 신제품을 내놨습니다. 페트병에 넣어 시판되는 제품들과 달리 예쁜 유리병에 막걸리를 담았습니다. 전통주의 가치 제고 및 막걸리 프리미엄화 전략의 일환이죠. 그해 3만병 한정 수량으로 선보인 ‘햅쌀로 빚은 첫술’ 막걸리는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고 하네요.

이후 국순당은 매년 9월 첫 벼 수확이 이뤄지면 햅쌀을 구입해 술을 빚어 왔습니다. 올해로 11년째 선보인 ‘햅쌀로 빚은 첫술’은 강원 횡성 지역에서 수확한 햅쌀을 사용했다고 하네요. 이 지역은 국순당 횡성 양조장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햅쌀의 신선함과 지역 특성을 최대한 살린 제품이라고 자부하네요.

알코올 도수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7도입니다. 대부분 5~6도 수준인 다른 막걸리 제품보다 센 편이죠. 첫 술을 빚을 당시 프리미엄급 주류들의 알코올 도수가 높다는 점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하네요. 올해 생산량은 총 1만2000병입니다. 조기 완판을 기록했던 전년보다 무려 2배나 늘었네요. 지난 2011년 막걸리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되자, 정부가 매년 10월 마지막 주 목요일을 ‘막걸리의 날’로 제정했던 당해 생산량보다도 많은 수준입니다.

비록 프랑스의 햇포도 와인 축제 ‘보졸레누보’의 꿈은 멀어졌지만, 막걸리의 전통성과 가치를 이어가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된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이번 ‘막걸리의 날’에는 한 해 고되던 농사일을 수확의 기쁨으로 승화시킨 선조들처럼, 퇴근길 힘든 하루를 막걸리 한 잔으로 털어버리는 건 어떨까요.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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