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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싸움만 10년째···근본적 해결책 정말 없나

[금융위-금감원 충돌]감정싸움만 10년째···근본적 해결책 정말 없나

등록 2018.12.04 18:10

수정 2018.12.05 10:32

정백현

  기자

2008년 금융위 신설 이후 사사건건 충돌단기적 갈등-봉합 반복, 소비자 피해 키워“금융위에 전권 몰아준 법률 고쳐야” 지적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금융당국의 양대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사이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거의 매년 되풀이되는 예산이나 인사 문제는 물론 행정의 업무 중첩 문제를 넘어 이제는 기관의 존폐를 두고 입씨름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재 마련한 내년 예산안에서 1~3급 직원의 비중을 현행 43.3%에서 35%로 줄이겠다고 정했다.

그러나 금감원 예·결산안 승인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는 금감원의 계획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1~3급 직원의 비중을 30% 이하로 줄이라는 것이 금융위의 주장이다. 금융위는 금감원 직원들에 지급하는 성과급이나 인건비 등 각종 비용도 덩달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금감원 측은 “금융위가 돈을 볼모로 삼고 금감원을 협박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고 금융위 측은 “감사원과 국회의 지적사항을 그대로 따르는 것 뿐”이라고 받아치고 있다.

이에 격분한 금감원 노조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선거 때 내건 금융위 해체 공약을 조속히 지켜달라”며 읍소하기도 했다. 그동안 금감원 일각에서 금융위를 공개 비판한 적은 많았지만 대놓고 정부기관을 없애달라는 촉구 성명을 낸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금융위는 금감원 노조의 이같은 성명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기관의 해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다소 불편하다는 분위기다. 결국 금융위와 금감원의 사이가 근래 들어 최악이라는 오점만 이번 신경전을 계기로 드러낸 셈이 됐다.

금감원 노조는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과 관련해서도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내린 재감리 명령에 대해 결국 금감원의 주장이 맞았지만 금융위가 억지 주장을 부리며 삼성을 엄호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은 기관 간의 싸움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5월 윤석헌 금감원장의 취임 이후 7개월이 흘렀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원장의 사이는 썩 매끄럽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최 위원장은 “금감원과의 불화는 과장된 해석”이라며 불화설을 연신 일축하고 있지만 일부 공개회의에서는 윤 원장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싸움이 진화될 기미는 딱히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이같은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해묵은 신경전은 10년째 지리멸렬하게 계속 되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금융위가 분리돼 신설되고 금감원이 금융위로부터 예·결산 승인을 받게 된 이후부터다.

금감원은 법률로 규정한 조직 구조상 금융위의 관리 감독을 받는 기관이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감원장 임명 제청권은 금융위원장에 있고 금감원 예·결산 승인권한 역시 금융위에 부여하고 있다. 사실상 금감원이 금융위에 종속된 셈이다.

기관 간 싸움은 지리멸렬하게 계속 되고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갈등을 치유할 만한 확실한 대안이 없다. 지난 10년간 치열하게 싸우다가 단기적으로 갈등을 봉합하기를 반복했기에 이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모호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8년에 정해진 금융위 설치 법률의 원칙이 금융위의 정책·감독 전권 소유이기에 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기관 간 싸움의 근원이 모든 권한을 금융위에 일원화시킨 금융위 설치 관련 법령에 있는 만큼 일정 부분은 금감원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이 법률을 마음대로 고치자니 이것 또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금융감독기관 재편 계획에 정치적 논리가 개입될 경우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정치권과 두 기관이 대화와 양보로 대안을 내놔야 한다. 무엇보다 이 법의 직접적 이해관계자인 금융위와 금감원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상태에서는 어떤 형태로도 두 기관 간에 양보를 통한 접점 도출은 힘들어 보인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해묵은 갈등은 금융회사는 물론 금융 소비자들에게 더 큰 피해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적 암초”라며 “감독기관 간 갈등으로 제대로 된 감독 활동이 이뤄지지 못했을 때의 책임을 감안한다면 양 기관 간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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