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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조조정 성패 가르는 요소”

“협력적 노사관계가 구조조정 성패 가르는 요소”

등록 2018.10.11 06:00

강길홍

  기자

한경연, 글로벌 자동차업계 구조조정 분석美·佛 4사, ‘高인건비, 低생산성’ 경영위기GM·르노, 노사 양보·협력으로 경영 정상화델파이·PSA, 노사 대립으로 공장 매각 조치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제공사진=한국경제연구원 제공

한국경제연구원은 GM·델파이·르노·PSA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 구조조정 사례를 통해 협력적 노사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1일 한경연에 따르면 미국 GM·델파이, 프랑스 르노·PSA 4개사는 공통적으로 ‘고인건비, 저생산성’ 구조를 갖고 있어 경영환경이 나빠지자 단기에 혹독한 구조조정이 필요했다.

한경연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가 서로 양보하고 생산성 향상에 힘을 모은 GM, 르노는 조기 정상화돼 고용이 다시 늘었지만, 발전적 노사관계가 정립되지 않은 델파이, PSA는 국내 생산기반이 줄어 노사 모두가 패자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델파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내 생산기반 대폭 정리=델파이는 2000년대 초반 자동차부품산업 매출액 세계 1위, 기술력 1위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주고객인 미국 완성차들의 북미판매 부진, GM의 부품 해외조달 본격화로 2003년부터 매출이 정체됐고 철강·레진 가격인상으로 생산비 부담이 가중됐다.

델파이는 2005년 상반기 영업손실이 급격히 불어나자 노조에게 임금 60% 삭감 및 의료·연금혜택 축소를 요청했다.

하지만 노조는 부정적 입장을 고수했다. 협상이 결렬되자 사측은 2005년 10월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델파이는 미국 내 저부가가치 제품 생산공장을 대거 폐쇄·매각하거나 GM에 반환했고 고부가가치 또는 유통 차원에서 이점이 있는 제품만 국내 생산하는 방향으로 강도 높게 구조조정을 했다.

파산보호 졸업 후 델파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수직 반등했다. 다만 파산 전 미국 내 근로자는 4만7400명, 제조공장은 37개에서 파산 졸업 후 근로자는 5000명, 공장은 5개만 남았다.

◇GM, 이중임금제 도입 및 복지 양보로 경영 정상화=델파이의 모기업 GM도 고인건비, 높은 고정비 문제를 겪고 있었다.

2006~2007년 GM의 시간당 노동비용은 70.5달러로 도요타(47.6달러), 혼다(43.0달러) 등 경쟁사 보다 1.5배 높았다.

특히 GM은 미국 자동차시장이 2000년 1740만대에서 2009년 1043만대로 줄어드는 가운데 시장점유율마저 하락해 2005년부터 매년 대규모 적자를 냈다.

결국 2008년 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2009년 법적 구조조정 절차를 밟았다. 회사가 존폐 위기에 몰리자 GM노사는 상호 양보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했다.

노조는 신입사원 임금을 기존직원의 절반으로 낮추는 ‘이중임금제’를 도입했다. 또한 퇴직자 각종 복지 혜택 축소에 동의하고 향후 6년간 파업하지 않기로 했다.

GM의 시간당 노동비용은 구조조정 후 2011년 56달러로 약 20% 감소해 경쟁사 도요타(55달러)와 비슷해졌다.

GM은 노사양보에 기초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2010년 흑자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2011년까지 미국에 46억달러를 투자하고 해고직원 중 1만1000명을 재고용했다.

◇PSA, 강성노조의 파업으로 공장을 조기 폐쇄=유럽의 자동차 제조 10개국 중 프랑스의 생산성은 5위로 중위권이나 제조업 노동비용은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자동차산업이 어려울 때 프랑스는 정부 지원으로 구조조정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2011~2012년 유럽 국가 부채위기와 경기침체로 수요가 다시 위축되자 프랑스 PSA와 르노는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

PSA는 2012년 6월 가동률이 61%까지 떨어진 오네이 공장을 2014년 폐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측은 폐쇄 공장 근로자는 한명도 강제해고하지 않겠다며 이들의 일자리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그러나 오네이 공장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조건을 거절했다. 근무지를 파리 북부외곽(오네이)에서 서부외곽(포이시)으로 이전하는데 다수가 반대한 것이다.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고 경영진과 서로 맞고소하는 등 갈등이 격앙됐다. 결국 오네이 공장은 계획보다 오히려 1년 빨리 폐쇄됐다. 특히 공장 폐쇄 과정에서 유휴 설비·인력을 충분히 구조조정하지 못했다. 미국 자동차 3사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르노, 임금동결·근로유연성 양보로 더 많은 일자리 창출=르노는 2012년 유럽매출액이 전년 대비 11.0% 줄었고 영업이익은 10분의 1로 급감했다.

르노 노사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9개월간 협의해 경쟁력 강화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는 고용 7500명 순축소(프랑스 인력의 17%), 3년간 임금 동결, 근로시간 연장 및 근무지 변경 유연성 향상 등을 양보했다.

사측은 닛산·다임러·피아트 등 제3자 생산물량을 끌어와 르노 프랑스 생산량을 2013년 53만대에서 2016년 71만대로 늘리고 국내공장을 전부 유지하기로 했다.

이후 르노의 프랑스 생산량이 2014년 31%, 2015년 24%씩 늘었고 사측은 2015~2016년 정규직 3000명을 신규채용했다. 사측이 당초 약속한 신규 채용 규모의 4배 수준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우리나라 대기업은 생산성 정체와 높은 인건비, 대립적 노사관계란 3중고를 겪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 위험, 한국 성장률 전망 하향조정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는데 노사가 서로 협력해 선제적으로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구조를 개선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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