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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고용부,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놓고 대립 심화

삼성전자-고용부, ‘작업환경 보고서’ 공개 놓고 대립 심화

등록 2018.04.10 15:18

한재희

  기자

고용부, 작업환경보고서 전면 공개삼성전자, “핵심기술 유출 우려” 반발산자부에선 핵심 기술로 보호···부처간 엇박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S3라인. 사진=삼성전자 제공삼성전자 화성캠퍼스 S3라인. 사진=삼성전자 제공

‘작업환경 측정보고서’ 공개를 놓고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의 대립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전면 공개에 대한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삼성전자는 산업통상자원부에 핵심기술 확인을 요청하면서 기술 유출 우려를 강하게 드러냈다.

산업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를 핵심 기술로 지정, 보호하는 것과 고용부의 결정이 배치되면서 정부 부처 간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는 보고서 내용이 노동자의 산재를 입증하는 데 필요하지만 삼성전자의 영업기밀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공개할 방침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보고서 내용이 유출되면 큰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 달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요청했다.

이번 공방은 지난 2월 1일 대전고등법원이 고용부(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에 대해 “삼성전자 아산캠퍼스(온양공장)의 2007∼2014년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라는 판결에서 시작됐다. 당시 법원은 보고서에 실린 공정 관련 내용이 경영 및 영업상 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같은 달 19일 삼성전자 온양과 평택, 기흥, 화성, 구미공장의 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가 제기됐다.

고용부는 지난달 6일 안전보건자료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업무처리 지침을 개정해 전국 지청에 보냈다.

고용부는 대전고법 판례를 근거로 ‘보고서상의 측정위치도, 화학물질 및 사용량, 근로자 수 등이 경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근로자의 생명과 직결된 정보로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도 대응에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6일, 삼성전자는 지난 2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본격적인 소송이 시작되기 전 고용부가 자료를 공개해버리는 일을 막기 위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정보공개 집행 정지 신청도 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최근 열린 상생협력데이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는 안된다”며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기업의 20~30년 노하우가 담겨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기술 유출을 우려했다.

법원이 판결한 온양 공장은 ‘후공정’이어서 전면공개가 가능할 수 있어도, 이 판결을 계기로 기흥·화성·평택 공장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된 곳의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가 나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특히 이번 보고서 공개가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 핵심 기술을 알려주는 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평택공장의 경우 세계 최초 64단 3차원(3D) 낸드플래시가 생산되는 곳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제공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최근 2~3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기술 격차가 줄어든 상태”라면서 “반도체 기술 유출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는 공장 설비 배치도와 제조에 사용되는 자재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러한 공정은 ‘영업 비밀’이다. 같은 장비를 쓰더라도 라인 배치 등에 따라 수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실제로 공정별 화학물질 사용실태에는 공정별 취급 화학물질의 종류와 양, 새로운 화학물질의 취급이나 작업량 변동 등이 담겨있고 유해물질 발생을 위한 측정 위치도를 보면 공장 설비 라인을 추정할 수도 있다.

여기에 정부 부처간 엇박자가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기술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어 산업통상자원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산업부가 보호하는 기술에 대해 고용부가 전면 공개를 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공장 설립을 인허가를 두고 산업부가 시간을 끌었던 것도 핵심 기술로 지정된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LG디스플레이는 기술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 정책 등을 성실히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1위 지위를 지키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은 기술력”이라면서 “핵심 정보가 담긴 보고서 공개와 같은 결정에는 업계 전반에 대한 이해와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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