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3당, 3월 임시국회서 상법개정안 처리 합의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4가지 핵심 내용 포함돼기업 경영권 무장해제 가능···재계 부작용 우려선진국의 기업 지원 추세와 상반된다는 지적도
15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 3당이 3월 임시국회에서 상법개정안 통과를 재추진하기로 하고,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상법개정안 4개 항목 통과에 합의했다. 상법개정안 7개 주요 항목 가운데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의 조항은 제외됐다.
상법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제 의무화 △자사주 의결권 제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 4가지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지분 1% 이상을 소유한 주주가 경영진의 불법 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한 제도다. 전자투표제는 주주총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인터넷 등 온라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사주 의결권 제한은 기업이 인적불할 또는 합병 시 분할 회사가 자사주에 분할 신주를 배정할 수 없도록 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감사위원회 위원은 분리해 선임하되 모든 주주의 의결권을 단순 3%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시행되면 경영권 방어조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자칫 해외투기자본에 의해 국내 기업 경영권이 ‘무장해제’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감사위원 선임시 모든 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경우 최대주주의 의결권도 3%로 제한되기 때문에 3%의 지분을 가진 해외 펀드 여럿이 연대하면 최대주주보다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해외 펀드가 이사회를 장악해 의결사항이 이들의 의도대로 기업을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의 경영 정보가 적대적 세력에게 넘어가는 것도 막기 어려워진다. 기업이 중장기적인 계획으로 투자를 진행하기 보다는 경영권 방어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셈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가 도입되면 헤지펀드 등 외국계 투자기관들이 연합할 경우 기업 당 3~5명 수준인 감사위원을 싹쓸이할 회사는 10대 기업 중 여섯 곳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와 임원 등 내부자, 전략적 투자자(주식 대량 보유 개인, 연합기업), 연기금을 포함한 국내기관투자자가 합쳐도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기아차, SK이노베이션, 현대모비스 등이다.
자사주 의결권 제한에 대한 우려도 높다. 자사주 의결권 제한은 인적분할이나 합병 시 분할 회사가 자사주에 분할 신주를 배정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다. 기업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자사주를 매각해 우호지분을 확보하거나 적시에 자금을 충당할 수 있는데 이를 규제하게 되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 장치를 없애는 것과 같아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게 된다.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 기업의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부장용을 초래할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들의 경영행위에 대해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한다. 모회사와 자회사 주주간 이해가 충돌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소송 위험이 기업 활동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
김선정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전 상사판례학회장)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회계투명성 제고가 단지 소수주주가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외형적 틀을 갖춘다고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에서 입법례를 찾기도 힘든 희귀한 법안을 충분한 토의도 없고 피적용대상자인 기업의 공감대도 없이 경솔하게 채택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번 상법개정안이 단기차익 실현을 경계하고 장기주식보유를 독려하고 있는 선진국들의 추세와 상반된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상법개정안은 반기업정서에 기반해 기업의 운신의 폭을 줄이고 있다”면서 “(법안이 통과되면)경영 활동 차질은 불가피 할 것”이라며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등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환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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