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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본산 어쩌다 ‘비리 온상’ 각인됐나

[위기의 전경련]재계 총본산 어쩌다 ‘비리 온상’ 각인됐나

등록 2016.10.11 08:22

수정 2016.10.11 08:39

정백현

  기자

10여년째 ‘회장 구인난’에 조직 흔들려중심 잡아야 할 부회장도 제 역할 못해정책 제안에 침묵하는 ‘대표단체’ 전락

전경련은 창설 이후 재계를 대변하는 대표 단체로 이름을 높여왔지만 최근에는 그 위상이 추락하면서 대표단체의 자리를 대한상의에 물려준지 오래다. 지난 9월 19일에 열린 제20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 현장(사진)에도 전경련의 자리는 없었다.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전경련은 창설 이후 재계를 대변하는 대표 단체로 이름을 높여왔지만 최근에는 그 위상이 추락하면서 대표단체의 자리를 대한상의에 물려준지 오래다. 지난 9월 19일에 열린 제20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 현장(사진)에도 전경련의 자리는 없었다.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1961년 창설 이후 오랫동안 대한민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위상을 드높여왔다. 그러나 지금 전경련의 위상은 결코 높지 않다. 과거의 영광만을 바라보며 현재에 안주하다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재계와 학계 등 각계의 관계자들은 전경련이 설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현재 상황을 자업자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스스로 위신을 세우지 못하고 헛발질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추락하게 됐다는 것이 다수의 중론이다.

◇조직의 오랜 염증이 곪아터졌다 = 전경련의 위상이 추락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계의 다수 관계자들은 “전경련이라는 거함을 잘 몰고 가야 할 회장이 중심을 제대로 못 잡다보니 곳곳에서 치명적인 염증이 발견됐고 이것이 오늘에서야 터졌다”고 얘기한다.

재계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경제 혼란이 온 1990년대 후반부터 전경련의 추락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 원인은 조직 내부의 오랜 염증 때문이라는 지적이 가장 크다.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혼란을 겪었던 1998년이 그 재앙의 시작이다.

지난 1998년 6월 전경련 차기 회장으로 낙점돼 있었던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최종현 회장에 이어 전경련 회장직을 이어받게 된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 대우가 통째로 흔들리면서 김 회장이 전경련을 제대로 챙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김 회장은 1999년 10월 회장에서 물러났다. 전경련 설립 이후 처음으로 기업 경영책임 탓에 회장직을 중도 사퇴한 것은 김 회장이 처음이었다.

김우중 회장이 떠난 후 고 김각중 전 경방 회장, 손길승 전 SK그룹 회장,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이 고사(固辭)와 수락을 반복하는 과정 끝에 회장 자리에 앉아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럼에도 전경련의 위상은 갈수록 더 떨어졌다.

각고의 노력 끝에도 전경련의 위상이 떨어진 대표적 이유로는 회장을 보필해야 할 상근부회장이 제 역할을 제대로 다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전경련 사무국을 총괄하는 직책이다. 외부 업무와 소속 기업 경영으로 바쁜 회장을 잘 보필하고 회원사들 간의 이해관계 조정은 물론 언론과의 소통도 조율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전경련 상근부회장의 활약상을 보면 부회장 본연의 임무보다는 자신의 치적 보호를 위한 일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일부에서는 회장보다 더 앞서 조직을 장악하다보니 월권행위 논란도 종종 일어나기도 했다.

2008년부터 5년간 상근부회장을 지낸 정병철 전 부회장 재임 시절에는 자신에 대한 권위를 앞세우고 전경련 내부의 주요 요직을 겸직해 논란이 됐다. 그러면서도 전경련이 제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에서는 되레 침묵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전경련 부회장으로서 가장 필요한 소통 능력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언론과의 사이도 좋지 못했고 전경련의 실질적 동력이 돼야 할 회원사들로부터도 결코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하면서 자리를 떠나야 했다.

이승철 현 전경련 상근부회장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인 이 부회장은 지난 2013년 정병철 전 부회장에 이어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맡아 현재까지 전경련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 역시 정 전 부회장 때와 마찬가지로 회원사와 전경련 간의 소통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지나친 욕심에 모든 일을 자신의 뜻대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불거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지원 논란이 대표적인 비판의 배경이다.

◇‘대표’ 가치를 잃어버린 대표 단체 = 전경련 내부의 상황이 이렇게 악화일로로 가다 보니 전경련이 사실상 단독으로 달고 있던 재계 대표단체의 위상도 다른 경제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로 넘어왔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초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와 신임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이다. 원래 이들 행사는 전경련이 매년 진행을 주도하고 다른 경제 단체들로부터 도움을 얻는 형식으로 진행돼왔던 행사다. 수시로 진행되는 경제 단체 합동행사의 주관도 전경련의 몫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전혀 다르다. 대부분의 행사를 대한상의가 도맡아서 한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행사에 나서더라도 스포트라이트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더 받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에서는 주최자로 나선 박용만 회장이 모든 관심을 받았다.

경제 정책 제안에 나서겠다는 전경련 기본의 임무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기업 관련 규제 개혁 등 기업 경영 환경 개선을 향한 목소리를 낼 때도 전경련은 뒷전으로 물러나 있거나 이름만 올려놓는 경우가 많아졌다.

주도적으로 내는 의견이라고 하더라도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하거나 과거에 언급했던 의견이 되풀이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스스로 위상을 깎아먹다 보니 재계를 대표해서 정치권, 사회, 언론과 교류하고 정책을 제안해야 할 자리에 더 이상 전경련은 없다. 문제는 전경련이 그 모습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거나 전혀 문제점을 모르고 있다는 점에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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