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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해체·개혁’기로에 서다

[위기의 전경련]전경련 ‘해체·개혁’기로에 서다

등록 2016.10.11 08:21

수정 2016.10.11 08:40

정백현

  기자

‘재계의 얼굴’서 ‘계륵’으로 위신 추락‘정책 대안 제시’ 임무 실종된 지 오래자기 이익 추구만 강조하다 헛발질만보수·진보 할 것 없이 정경련 해체론신뢰 회복하려면 해체 각오한 쇄신해야

사진=최신혜 기자사진=최신혜 기자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대표 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전경련은 설립 직후부터 명실상부 재계의 대표 단체이자 대기업과 사회의 대화 창구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악재로 스스로 이미지를 깎아먹고 어느새 재계 대표 단체로서 역할도 희미해졌다.

이 때문에 진보적인 이념 성향의 인사들은 물론 보수적 이념 성향을 가진 경제학자들도 ‘전경련 무용론’ 내지는 ‘전경련 해체론’을 들고 나섰다.

뿌리 깊은 반(反)기업 정서 탓에 전경련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심하게 지탄 받은 적은 없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이 문제이기에 ‘재계의 얼굴’이던 전경련이 해체 대상 단체 수준으로 추락했을까.

◇정책 대안 제시의 실종 = ‘자유 시장 경제의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 정책 구현과 우리 경제의 국제화를 촉진하고자 한다.’ 이 문장은 전경련의 설립 이념과 행동 기준이 담긴 전경련의 정관 중 가장 첫 번째 조항이다.

쉽게 말해 기업의 경영 환경을 자유롭게 하고 온 국민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바른 경제 정책 입안에 도움을 주고 우리 기업과 주력 산업을 세계로 널리 퍼뜨리는 것이 전경련의 주된 임무다.

그러나 거창한 정관과 달리 최근 몇 년간 전경련이 국가 경제 정책 강화를 위해 도움을 준 사례는 쉽게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난해 전경련이 실행했던 각종 사업성과를 담은 전경련 사업보고서에는 전경련이 1년간 진행했던 9대 주요 사업 내용이 나와 있다. 그러나 그 성과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딱히 국가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되는 정책 대안 제시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전경련 측은 불합리한 환경 규제와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에 대응하고 기업의 법인세 부담 완화 등을 정치권에 건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제대로 이뤄진 것은 없다.

더 큰 문제는 전경련의 성과라고 내세운 내용들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전경련이 단독으로 제안해서 이뤄낸 경제 정책 성과는 전혀 없다는 점이다. 특히 기업 관련 규제 철폐 건의 등의 활동은 대부분 대한상공회의소나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다른 경제 단체들과 함께 한 일이다.

물론 난국 해결을 위해 경제 단체들이 힘을 모아서 큰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전경련이 진정으로 재계를 대변하는 단체로서 역할을 다 하려 한다면 기업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담을 수 있는 독창적 활동을 했어야 하지만 이 점이 전무했다는 대목이 아쉽다.

◇수년째 ‘대표 자격미달’ 논란 =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경련을 실질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동력인 재계 내부에서도 전경련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경제계 대표 단체로서의 자격도 전경련에서 박용만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한상의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9월에 진행된 제20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이나 경제계 신년 인사회다. 원래 이들 행사는 대대로 전경련이 주도해서 열던 행사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들 행사의 주최자는 전경련이 아니라 대한상의로 변했다.

고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겸 초대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재계 내 소위 ‘슈퍼스타’들의 영광스러운 자리로 여겨졌던 전경련 회장직의 이름값도 떨어진지 오래다.

전경련 회장 임기 말기가 돼도 스스로 후임 회장을 자처하는 이가 전혀 없다. 각자 기업의 사정을 이유로 고사한다고 하지만 전경련 회장직의 명예가 높았다면 스스로 맡았을 자리다. 이러한 연유로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반강제적으로 전경련 회장을 3번 연속 맡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전경련이 스스로 과거의 영광과 현재에 안주하다보니 스스로 자격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자격을 떨어뜨린 그 과정을 보면 전경련이 저지른 수많은 실책들이 치명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잇단 실책, 자충수 됐다 = 전경련은 특별법에 따라 움직이는 타 경제 단체와 달리 모든 활동을 회원사들과 전경련 사무국의 자유 의지대로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정부가 전경련을 만들라고 한 적도 없고 전경련을 구속하는 법 조항도 전혀 없다.

그러나 연이어 터진 악재들을 잘 살펴보면 전경련의 최근 잇단 실책이 과연 자발적 행동에이 맞는가를 의심케 한다. 최근 터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지원 논란이나 극우 보수 성향 단체인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에 대한 우회적 자금 지원 논란 등이 대표적 실책이다.

특히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사태의 경우 전경련이 회원사들로부터 80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거둬 이들 재단에 몰아준 것이 큰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된 바 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최근 논란에 대해 “회원사들의 자발적인 제안에 따라서 재단 설립과 기금 모금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경련의 핵심 회원사들인 기업들은 이를 극구 부인하고 있다. 회원사가 제안하지 않은 일이라면 자발적 행동이라 규정하기 어렵다.

이처럼 석연찮은 정경유착의 사례가 예전부터 주기적으로 줄줄이 터지다보니 재계 안팎에서도 회원사들의 도움 없이는 자생하기 쉽지 않은 전경련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자발적으로 정경유착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이 경제계 대표 단체로서 제 역할을 다하려면 현재의 과오를 일벌백계하고 해체 후 재출범에 준하는 수준으로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면서 “현재에 안주하는 전경련은 국민에게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집단으로 비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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