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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의 비극···부러진 3개의 화살

아베노믹스의 비극···부러진 3개의 화살

등록 2016.04.19 09:16

수정 2016.04.19 09:34

박종준

  기자

엔화가치 다시 껑충 외국자금 시장서 발 빼성장률 2%대 장담했지만 결과는 0%대 그쳐재생의 10년 실패···잃어버린20년 악몽 재현日정부 관료들조차 “실패한 정책” 한 목소리

“마이너스 금리 때문에 경제성장에 중요한 은행들이 취약해지고 있다” 일본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의 선봉장인 모리 노부치카 금융청 장관의 정면비판이다. 최근 몰락을 길을 걷고 있는 아베노믹스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말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하반기 미국 자본시장의 심장부인 뉴욕증권거래소에 직접 날아가 ‘일본 세일즈’에 나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 등에 있는 큰손들이 일본으로 향하던 시점이다.

아베노믹스는 ‘재생의 10년’ 동안 평균 명목 GDP 성장률 3%, 실질 GDP 성장률 2% 실현을 목표로 이른바 ‘3개의 화살’이라는 실행 전략을 추진했다.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의 고리를 끊기 위해 ‘돈풀기’에 나섰다. 마이너스 금리 등 시중에 현금을 쏟아부어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전략을 펼친 것이다.

하지만 아베 정부의 생각처럼 경기는 움직이지 않았다. 재정과 통화 정책을 통해 엄청나게 쏟아낸 돈은 경기를 활성화하는데 실패했다. 게다가 양적완화 초기 물밀듯이 들어왔던 글로벌 자금은 정책 실패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실제 최근 사이 일본 내 외국인 자금은 53조원이나 빠져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인 BOJ가 경기 하강을 방어하기 위해 펼친 양적완화 정책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아베 정권의 심장을 파고 들었다. BOJ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들고 나왔지만 시장에서는 화답은 커녕 부작용 우려만 증폭시켰다.

글로벌 경기 하락과 함께 찾아온 금융위기가 가시화 하자 가장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은 곳은 BOJ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지어 지난 1월 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총재 주재로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BOJ는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으로 기준금리를 -0.1%로 인하하는 초유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결정했다. 글로벌 경제 석학들이 BOJ의 마지막 선택은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본이 경기 부양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BOJ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양적완화를 통해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산물이다.

연초부터 불어닦친 중국발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하락으로 인한 신흥국의 불안, 수출시장 둔화 등에 일본경제의 악재를 걷어내기 위한 마지막 조치인 셈이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산도 깔려있었다.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을 발표한 직후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 가치는 한때 121.05엔으로 1.89%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자 BOJ의 예상과 달리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엔화의 가치는 마이너스 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치솟았다. 무분별한 양적완화의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 조치 이후 닛케이225 지수가 지난 2014년 10월 21일 이후 처음으로 1만5000선이 붕괴된 것은 이를 방증한다. 이를 기점으로 세계 최대 투자 운용사인 블랙폴 등 큰손들이 동요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일본에서 짐을 쌌다.

일본 세일즈용이자 경기부양 수단이었던 아베노믹스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곳간에 들어온 자금마저 빠져나가게 하는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문제는 일본 경제가 갈수록 침체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경기 동행 및 선행 지수도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향후 경기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아베 내각 출범 이후 경기 회복과 디플레 탈출에 대한 기대가 컸던 일본경제는 최근 들어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내각 출범 직후인 2013년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내수 경기는 지난 2014년 4월 소비세 인상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그 이후 경기 회복세는 점점 미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베노믹스는 엔저(수출)와 낙수효과(임금인상)라는 고전적 경제 이론이다. 시장에 돈을 풀어 엔저를 유도하면 수출기업의 해외경쟁력이 올라가고 이는 기업 이익을 증가시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소비심리가 살아난다는 긍정적인 사이클을 유도할 수있다는 전략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는 보기좋게 실패했다. 작년 1분기 시장 기대치를 넘어선 1%대의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이후 2분기부터 역성장이 이어지면서 한계를 보였다. 현재 일본 경제는 수출과 생산, 소비 모든 면에서 불안한 상황이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반토막 났고, 엔고로 수출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이익은 줄어들었다.

아베 내각이 상상한 기업 이익 증대와 근로자들의 임금상승, 실업률 하락에 이은 소비 증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경기의 선순환을 기대했던 아베노믹스가 결국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모리노부치카 일본 금융청 장관의 경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를 적극 지지했던 모리 장관은 최근 BOJ의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일본 은행들이 취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아베노믹스는 화폐를 무제한 찍어 시장에 투입한다고 해서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아베 내각이 가장 큰 실수는 산업 구조개혁없이 돈을 풀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준 기자 junpark@

뉴스웨이 박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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