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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스무 살 이하이, 앞으로 겪을 사춘기의 소중함

[NW인터뷰] 갓 스무 살 이하이, 앞으로 겪을 사춘기의 소중함

등록 2016.03.15 07:29

이소희

  기자

사진=YG사진=YG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걸 확실히 아는 가수, 자기 색을 지키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이하이는 소녀와 숙녀의 어디쯤에 서 있는 것 같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이하이는 아직 순수한 환상을 간직한 소녀 같으며, 새로운 음악을 들고 찾아온 이하이는 성숙하면서도 영특한 숙녀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이하이와 만났다. 얼굴을 마주한 이하이는 긴공백기 동안 젖살이 빠져 훨씬 더 어른스러워져 보였다. 그러면서도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화이트데이라고 조그만 막대사탕 하나씩 나눠주며 쑥스러워하던 모습은 참 귀여웠다.

이하이는 지난 9일 새 하프앨범 ‘서울라이트(seoulite)’를 발매했다. 이는 지난 2013년 3월 발매한 정규 1집 앨범 ‘퍼스트 러브(first love)’ 이후 약 3년 만이다. 안 그래도 긴 공백기인데, 컴백 주기가 점점 빨라지는 요즘, 이하이의 공백은 매우 길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활동할 수 있어서 즐거워요.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YG가 큰 회사다 보니 소속 가수들도 많고, 스스로도 준비할 게 많았어요. 준비하다가도 방향을 바꾼 적도 있었고, 그래서 시간이 좀 걸렸어요. 그런데 거창한 걸 준비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3년 동안 뭘 준비했냐’고 질문할 때 대답이 고민이 되더라고요.”

말로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완성된 결과물을 놓고 보자면 이하이의 생각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하이는 10대에서 20대로 성장했고, 가요계 또한 많이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혹여 자신이 잊혀지지는 않았을까, 나이 앞 자리가 바뀐 자신을 좋아해줄까 수많은 생각의 줄기들이 뻗쳐나갔다.

“특히 1년 반정도 됐을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앨범 준비가 생각만큼 잘 안됐고, 양현석 사장님한테 서운한 마음도 있었어요. 너무 오래 쉬어서 잊혀지지 않을까 생각도 했고 외로웠거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고민들과 한숨 쉬었던 순간들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계기죠.”

그러면서도 이하이는 “그래도 3년은 좀 길지 않았나 싶다. 2년이면 그래도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을 텐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쉽사리 컴백을 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양현석 사장이 자신의 음악적 색깔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준다는 것을 알고 이해했다. 물론 이하이도 자신의 음악과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사진=YG사진=YG


“음악적으로 늘 고민이 많았어요. 색다른 걸 해보고 싶으면서도 팬들이 좋아하는 걸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요. 하지만 다른 것에도 도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번 하프앨범 때 시도했어요. 또 공백기동안 음악 외에도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어요. 20살이 되면 뭔가 다를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게 다르지 않아서 그게 좀 요즘 고민이에요. 원래 모든 분들이 그런 건지 저만 그런 건지...”

골똘히 고민하는 20살 이하이의 표정에는 순진함과 동시에 사뭇 진지함이 묻어났고, 그 모습이 참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이하이는 10대 때는 놀이동산에 많이 가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고, 20대가 되서는 친구들과 파티를 해보고 싶었다며 소망을 드러냈다. 실제로 파티를 열었었는데 드라마 속 화려한 모습과는 달랐다며, 그냥 수다만 떨다가 헤어졌다고 말하는 이하이는 궁금한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영락없는 소녀였다.

“20대가 돼서 좋은 점이요? 흠, 그러게요. 대부분 아직 저를 10대라고 생각하시거든요. 만 19살이라 실제로 아직 어리기도 하고요. 좀 더 자유롭게 해보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20살이 되기를 바라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로요. 한 번 밖에 없는 인생이잖아요. 친구들이랑 밤 늦게 노는 것, 내가 사고 싶은 걸 살 수 있다는 것,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자유롭게 혼자 해보고 싶어요.”

딱 20살이기에 나올 수 있는 생각이었고, 20살이어서 바랄 수 있는 소망이었다. 또 이하이는 숙소에서 함께 지내는 어머니에게 자신의 고민을 숨김 없이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막내딸이었다. 어머니의 조언이 힘든 시기 가장 큰 버팀목이 되어줬다고. 자리를 비운 3년 동안 노래하는 자신을 까먹었을까, 자신의 노래를 안 좋아하면 어쩌나 고민했을 때도 어머니는 안심하고 음악에 집중하라며 진심 어린 말씀을 건넸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하이의 이면에는 ‘애늙은이’ 같은 모습도 존재했다. 유난히 소울풀한 목소리과 감성의 영향인지 그의 음악은 왠지 모르게 성숙함이 물씬 풍기는 것. 다만 새 앨범 ‘서울라이트’에서는 기존 이하이의 개성과 색다른 도전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서울라이트는 단어 그대로 서울에 사는 사람들을 의미하기도, 서울의 빛을 의미하기도 해요.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는 이미지는 팝송을 잘 부르는 ‘K팝스타’의 여자아이잖아요. 그런데 음악 장르를 떠나서 한국에서 한국어로 노래하는 가수라고 스스로 생각했을 때 제 안에 한국의 소울, 한이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한숨’ 뮤직비디오에 서울의 멋진 곳들, 서울 사람들이 담은 고민들을 담아봤어요.”

사진=YG사진=YG


이하이는 이번 새 하프앨범에서 양현석 프로듀서가 아닌, 소속 레이블 하이그라운드 즉 에픽하이의 타블로와 투컷 등과 함께 앨범을 만들었다. 힙합과 알앤비, 소울 등 다채로운 장르를 담았으며, 모든 곡에 랩 피처링을 넣어 또 다른 맛을 가미했다.

타이틀곡은 ‘한숨’과 ‘손잡아 줘요’ 두 곡이다. ‘한숨’은 샤이니 종현의 곡으로,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와 이하이의 청아한 목소리를 느낄 수 있는 노래다. 특유의 저음 대신 맑은 소리가 담겨 항간에서는 “이하이의 창법이 바뀌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환영하듯 ‘한숨’은 손 잡아줘요’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곡은 종현 선배님이 써주신 지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타블로와 투컷 선배님한테 사람들한테 위로를 주는 곡을 쓰면 좋겠다고 했었거든요. 그랬더니 타블로 선배님이 ‘한숨’을 들려줬고 곡을 듣자마자 꼭 하고 싶다고 했어요. 저도 듣자마자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반응이 더 좋을 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을 했죠. 이 곡을 듣고 사람들도 위로를 받길 원했고 그게 실제로 공감이 됐기 때문에 더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목소리 톤의 변화에 대해서 역시 이하이 본인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스타일대로 녹음을 하다 보니 감정적인 부분에서 좀 더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단다. 좀 더 따뜻하게 위로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래를 하다 보니 저절로 톤이 바뀌며 자연스럽게 변화가 됐다.

또 다른 곡 ‘손잡아줘요’는 연인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표현한 곡으로, 이하이의 소울풀한 저음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도 약간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좀 더 웅장하고 파워풀한 음색 대신 경쾌한 소리가 더해진 것. 이처럼 이하이는 ‘서울라이트’를 통해 여러 가지 음악적 시도를 했고, 그것을 ‘공감’이라는 일관된 키워드로 풀어냈다.

사진=YG사진=YG


“후보 곡들 중 빠진 노래들은 나랑 안 맞는다기보다, 저는 대중가수니까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하자는 게 기본적인 생각 중 하나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있어 어렵게 들릴만한 곡들이 빠진 것 같아요. 다음 앨범에는 좀 더 딥(deep)한 부분을 넣어보고 싶기도 해요.”

이하이는 앞으로 더 다양한 음악에 도전해볼 계획이라고 했다. 그래서 쉬는 동안 작곡 공부도 열심히 했다. yg에 있는 많은 작곡가 선배들과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노하우와 조언을 얻기도 했다. 향후 나올 또 다른 하프앨범에 이하이의 자작곡이 실릴 가능성도 없이 않아 보인다. 아직 트랙리스트가 나오지 않아 확정 지을 수는 없지만 앞으로 자신의 앨범에 자작곡을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제 곡을 통해서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곡을 받아서 부르다 보면 내가 경험하지 않은 거라 공감이 안될 때도 있고 해석이 안될 때도 있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곡을 쓰면 저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더 잘 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멜로디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하이는 이번 앨범의 좋은 성적을 통해 앞으로도 이런 음악을 해도 된다는 답을 얻은 것 같아 좋다고 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한 대가를 어느 정도 받은 셈이다. 이런 대가는 이하이가 자신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그 안에서 계속해서 변모하는 앨범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20대가 된 이하이, 앞으로 겪을 사춘기는 아직 많이 남았다. 새로운 시도에 앞서 망설여질 때도 있고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할 때도 있을 터다. 하지만 이하이는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어떤 것을 잘 할 수 있고 대중이 자신에게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어떤 건지 계속 알아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이하이의 경계 어느 지점에서 어우러져 독특한 색깔로 덧칠되리라 믿는다.

이소희 기자 lshsh324@

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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