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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 논란’ 잠재울 겸손이 필요하다

‘금수저 논란’ 잠재울 겸손이 필요하다

등록 2015.12.15 08:23

수정 2015.12.15 11:00

이선율

  기자

상식 넘은 초고속 임원 승진에 대중 시선 냉대일부 오너家 인사 오만한 행동도 문젯거리“사익 편취 안돼” vs “시장 자유에 역량 맡겨야”

올해 기업들의 인사는 대내외적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돼 구조조정을 비롯한 대규모 감원인사가 단행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30~40대의 나이의 재벌 3, 4세들이 잇따라 핵심 인원으로 승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이들이 승진을 할 만한 행보를 보였고,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는 등 여러 승진 사유를 내세우지만, 일각에서는 그룹 회장의 아들이나 딸이 아니었다면 입사 시험이나 통과했을지 의문스럽다는 반응이다.

흔히 재벌가 자녀들을 두고 우리 사회에서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부모 잘 만나서 어려운 생활 한 번 겪어본 적 없이 성장해 온 사람들이라 일반 시민들에겐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영화 ‘베테랑’처럼 이러한 재벌들의 특권의식, 이른바 ‘갑질’행태를 꼬집는 내용의 영화가 인기를 끌며 재벌가 자녀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영화 ‘베테랑’은 거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더욱 주목을 받았다.

‘베테랑’과 닮아 있는 실제 사례는 지난 2010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이자 물류업체 M&M의 전 대표인 최철원씨의 ‘2000만원 맷값 폭행’을 들 수 있다.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조카인 그는 2010년 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아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탱크로리 기사를 회사 사무실로 불렀다. 그는 야구방망이로 13차례 기사를 때린 후 1000만 원짜리 수표 2장을 건냈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도 2007년을 발칵 뒤집었던 유명한 사례 중 하나다. 김 회장은 당시 차남 김동원 씨를 때린 서울 북창동 술집 종업원들을 응징하기 위해 직접 야구 방망이를 들었으나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김동원 씨는 지난 해 다른 구설수로 법원을 들락거리기도 했다.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또한 ‘금수저 논란’을 떠오르게 하는 대표적 사례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의 ‘갑질’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지난해 뉴욕발 인천행 대한항공 기내에서 출발 직후 고객 서비스를 문제 삼아 승무원에게 폭언하고 비행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 결국 조 전 부사장은 비행기 이륙을 지연시킨 ‘항로변경죄’의 혐의를 받아 5개월가량 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동생 조현민 전무는 언니 조현아의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임직원에게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문자를 보내 물의를 일으키키고 했다.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도 재벌가 총수의 자녀들이 젊은 나이에 초고속 승진을 하는 사례들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최근 임원 인사를 단행한 기업은 한화, 현대중공업, 코오롱, GS, 두산그룹 등이 있다. 이곳에서 총수의 자녀들이 일제히 상무보 이상으로 고속 승진했다. 이들 모두 평균나이가 40대를 넘지 않는다.

기업 분석 업체인 CEO스코어가 대주주 일가가 있는 30대 그룹 총수 직계 3~4세의 임원 승진 기간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평균 28세에 입사해 3.5년만인 31.5세에 임원에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입사원이 말단 임원이 되기까지 통상 20~25년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해볼 때 분명 출발선부터 다른 셈이다.

최근 발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실장은 상무에서 전무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기획총괄부문장은 상무를 단지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하는 등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두산그룹과 코오롱그룹은 오너 4세에게 왕관을 씌웠다.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크리에이티브총괄 부사장은 두산이 올해 운영권을 따낸 면세점 유통사업부문의 전략담당 전무를 맡았다.

더불어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장도 이달 초 그룹 인사에서 입사 4년 만에 상무보로 승진하며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이 상무보는 이번에 승진한 재벌그룹 자녀들 중에서도 최연소 승진자로서 차장으로 입사한 지 3년 만에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너가 3, 4세들의 경영승계에 대해 입장이 갈렸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지난달 열린 한 토론회에서 “총수 일가가 경영에 직접 참여해 얻을 수 있는 사적 혜택이 매우 크고 이에 대한 제재나 규율은 적어 가족 승계가 많다”며 “무능해도 경영권을 물려받으면 총수 일가는 이익을 유지하는 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행위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부모를 선택하고 태어난 사람은 없다. 동일선상에서의 출발은 없으며, 현실의 문제로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재벌 3, 4세들도 결국 철저한 시장경제 아래 경영을 하고 냉정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시장에 맡겨두면 된다. 이들이 경영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법에 의해 제재도 받는다. 금수저도 결국 잘해야 오래 살아남는다”고 주장했다.

이선율 기자 lsy0117@

뉴스웨이 이선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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