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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더 비기닝’ 권상우 “힘 빼는 법을 배웠다”

[인터뷰] ‘탐정: 더 비기닝’ 권상우 “힘 빼는 법을 배웠다”

등록 2015.09.22 15:23

김재범

  기자

사진 = 최신혜 기자사진 = 최신혜 기자

정말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난다. 사실 묘한 느낌이 많다. 꽤 익숙한 느낌인데 너무도 오랜만에 만난다는 감정을 지울 수가 없다. 그동안 중국영화 몇 편에 출연했다. TV드라마에서도 자주 얼굴을 비춰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국내 개봉 영화는 2011년 곽경택 감독의 ‘통증’ 이후 4년 만이니 ‘오랜만’이란 단어를 쓰기에 부족함은 없어 보인다. ‘오랜만’의 나들이라 긴장감도 클 것 같다. 하지만 긴장감보단 스스로를 옥죄는 것은 따로 있을 것이다. 이상할 정도로 스크린 흥행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TV드라마에선 한때 시청률 보증수표로 각광을 받았다. 그럼에도 극장으로만 넘어오면 영 힘을 쓰지 못했다. 스스로가 가진 매력도를 찾아내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배우의 매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감독의 연출력 부재인지는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숙제다. 본인 스스로도 오죽했으면 영화계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잣대를 알고 있다고 ‘허심탄회’하게 털어놨겠나. 하지만 이런 우려도 조만간 지워질 듯하다.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데뷔 14년차를 맞는 배우 권상우의 재발견은 분명히 이 영화를 통해 이뤄질 것이다. 느낌 충만이다.

미스코리아 출신의 여배우 손태영과 결혼 7년차에 접어든 권상우는 아직도 청춘스타의 에너지를 소유한 스타다. 근육질의 몸매와 동안급의 페이스, 여기에 에너지 넘치는 액션 본능은 충분히 그를 성적표와는 무관한 러브콜 배우로 유지시키는 원동력이다. 물론 자신이 제대로 놀 수 있는 작품을 만나야 이 요소들이 시너지를 발휘하게 된다. 이번 ‘탐정: 더 비기닝’은 꽤 잘 맞는 옷처럼 보인다. 본인도 느끼고 있다.

사진 = 최신혜 기자사진 = 최신혜 기자

“주변에서 보신 분들의 평이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때의 느낌이 난다고 말씀들을 많이 해주시더라구요. 사실 편집 때도 그 말을 좀 들었거든요. 제 출연작 가운데 최고 흥행작인데 그 느낌을 말씀해 주시니 솔직히 ‘쬐끔’ 기대가 되요(웃음). 처음 시나리오 봤을 때 ‘이건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이 시기에 제가 가야 할 방향이 담긴 최고의 내용이라고 생각했죠. 거기에 성동일이란 당대 최고 선배님 중 한 분이 함께 하니 그냥 해야 하는 거에요. 하하하.”

그는 이번 영화 출연 이유가 여러 가지라고 한다. 당연히 한 가지에 꽂혀서 섣부른 판단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를 들자면 상대역인 성동일의 출연이었다. 충무로 최강 신스틸러이자 ‘원조 감초 배우’ 혹은 ‘조연계의 미다스’로 통하는 성동일이다. 성동일은 내로라하는 충무로 원톱 배우들의 ‘워너비 상대역’ 0순위로 꼽히는 배우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권상우와 성동일의 조합은 사실 그리 어울리는 결과물은 아니다. 영화계 관계자 나아가 권상우 본인도 인정할 정도다.

사진 = 최신혜 기자사진 = 최신혜 기자

“그 부분은 제가 봐도 그래요. 선배님과 전 우선 연기 스타일부터 완전 달라요. 선배님이야 자타공인 애드리브의 황제이시잖아요. 즉흥적인 대응력은 제가 보기엔 전 세계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으실 정도죠. ‘이런 분과 내가?’ 굉장히 안 어울리는 조합이에요. 그런데 한 편으론 ‘만약 붙으면 어떤 느낌일까?’란 궁금증도 생기지 않아요? 아마 감독님도 그러셨던 것 같아요. 결정을 하고 나니 너무 기분이 업되는 거 있죠. 하하하.”

평소 몸 관리에 엄격하기로 유명한 권상우도 출연을 결정한 뒤 성동일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얼큰하게 술이 취해 집에 돌아갔단다. 그는 자신의 배우적 미래를 예측하고 내다봤을 때 가이드가 되는 모델 중 한 명으로 성동일을 꼽았다. 호기심 반 기쁨 반으로 시작한 작업은 거의 매일 매일이 소풍 나오는 기분이었단다. 마음속으로 동경하던 성동일과의 호흡도 그에게 긴장을 풀게 했던 요소였지만 원하던 코미디의 옷을 입자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권상우의 진솔한 모습이 나온 것이다.

사진 = 최신혜 기자사진 = 최신혜 기자

“선배님이 제가 좀 담백해졌다고 하시더라구요. ‘탐정’의 강대만이야 멋지게 보일 필요도 없고, 꾸밀 이유도 없는 인물이니 그저 가식 없이 내 평소 모습을 보여주자 했죠. 저 실제로 집에서도 대만이처럼 해요. 하하하. 쓰레기 버리는 장면이나 기저귀 갈아주는 장면은 진짜 내 모습에서 조금도 빠지지 않아요(웃음). 몸매 관리도 안했어요. 이번에는 처음으로 촬영하면서 몸무게도 한 2kg 정도 늘었어요. 웬만하면 늘지도 줄지도 않는데 이번에는 다르데요. 하하하. 그런데 정말 즐거웠어요.”

꾸밈을 빼고 가식을 지웠더니 권상우에게서 생활 연기가 나왔다. ‘탐정’은 사실 이 점만으로도 볼만한 재미와 봐야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권상우의 연기력이 출중하다는 것도 그의 색다른 변신도 아니다. 권상우가 드디어 힘을 빼는 연기의 기술을 습득한 것이다. 극중 생활 연기의 모습은 오롯이 권상우가 무언가에 눈을 뜬 포인트를 말하고 있었다.

사진 = 최신혜 기자사진 = 최신혜 기자

“진짜 몇 가지의 디테일이 있어요. 하하하. 아빠들은 아실 텐데 분유 탈 때 그 숟가락을 분유통 벽에 대고 긁어서 덜어내는 장면, 이거 중요하거든요. 하하하. 기저귀 갈 때 돌돌 말아야 하는 거, 이거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그쵸(웃음). 만화방에서 수유패드 차고 있는 모습은 와이프가 봐도 놀랄 걸요. 하하하. 감독님도 꽤 좋아하셨어요. 저도 나름의 살린 디테일인데 뭐 잔재미죠. 저 설거지도 진짜 잘해요. 사실 스트레스 쌓이면 설거지로 풀기도 해요. 포인트는 고무장갑을 안 끼고 하는거죠. 그 뽀드득할 때의 느낌이 캬~”

권상우가 ‘탐정’을 통해 달라져 보이는 점을 생각해 봤다. ‘탐정’ 속 ‘강대만’의 모습에서 ‘동갑내기 과외하기’를 떠올리는 관객들도 분명히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다. 그가 정말 달라진 것은 아무래도 아빠가 됐다는 것. 그리고 가정을 꾸리고 가장이 됐다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분명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배우 권상우가 아니라 ‘아빠 권상우’로서 작품을 보는 눈과 자세가 변했다.

사진 = 최신혜 기자사진 = 최신혜 기자

“만약 ‘동갑내기 과외하기’때 ‘탐정’을 만났다면 지금의 느낌은 절대로 만들지 못했을 거에요. 아니 못 만들어요. 아빠가 되고 나니 보이는 점, 아내와의 결혼 생활 동안 내가 달라지면서 변한 점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죠.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 어떤 부분이 변화됐나. 질문한다면 딱 짚어서 말하기는 어려워요. 저도 모르게 달라지고 변한 부분이니까요. 앞서 말씀하신대로 그저 힘을 뺀 채 가식을 덜어내는 방법을 배웠달까. 분명 아내도 이번 영화를 보면 굉장히 좋아할 거에요.”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를 통해 2편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은 권상우다. 상대역인 성동일도 2편 제작이 된다면 ‘권상우와 함께 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욕심은 난다. 영화 부제가 ‘더 비기닝’이다. 시작을 했으니 이제 그 다음이 분명 필요하다.

사진 = 최신혜 기자사진 = 최신혜 기자

“2편은 감독님이나 성동일 선배님이나 다 함께 하자고 말씀을 나눴죠. 저도 당연히 해야죠. 하하하. 그러기 위해선 좋은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이런 기대도 크게 안할려고 해요. 제가 아직까지도 흥행과는 거리가 먼 배우로 평가를 받아왔고, 그런 평가에 대해 저도 충분히 알고 있어요. 어떤 영화는 배우가 혼자 나와서 끌고 가는 힘이 강하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탐정’은 저와 성동일 선배님 그리고 감독님 여기에 다른 여러 배우 분들의 힘이 골고루 느껴져요. 진짜 힘은 그 여러명의 조합이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탐정: 더 비기닝’은 절대 아깝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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