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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더 비기닝’, 이 영화가 보여 준 가능성은 인정한다

[무비게이션] ‘탐정: 더 비기닝’, 이 영화가 보여 준 가능성은 인정한다

등록 2015.09.11 20:30

김재범

  기자

 ‘탐정: 더 비기닝’, 이 영화가 보여 준 가능성은 인정한다 기사의 사진

우선 관람 포인트를 먼저 전하고 싶다. 장르적으로 추리물에 가까우며 그 곁가지로 형사물과 버디형식이 더해졌다. 여기에 코미디적인 요소까지 갖추고 있다. 장르적으로 한국영화의 흥행 공식은 거의 갖춘 셈이다. 그동안 멋들어진 배역에만 집착했는지 아니면 감독과 제작자들이 그런 역에만 이 배우를 썼는지 모르지만 권상우가 오랜만에 망가짐을 마다하지 않았다. 과거 그의 출세작이자 최고 흥행작인 ‘동갑내기 과외하기’가 떠올랐다. 이름만으로도 웃음을 띠울 수 있는 성동일의 출연도 이 영화의 힘이다.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은 권상우-성동일이란 두 배우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을 따라가다 보면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코미디의 재미, 그리고 추리와 형사물의 외피를 쓴 물로 물리는 사건의 전개 방식이 상업영화로서 꽤 흥미로운 지점을 전달한다. 결론적으로 두 주연 배우를 오롯이 따라 가야하는 포인트를 짚어내야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반면 ‘추리’란 형식에 강박증을 겪고 있단 인상은 분명한 단점이다. 잠시 호흡을 놓칠 경우 사건의 흐름 중 중간이 텅비어버리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영화는 2006년 ‘제8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무려 58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된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김정훈 감독은 이 영화에 앞서 2010년 ‘쩨쩨한 로맨스’(208만)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탐정: 더 비기닝’, 이 영화가 보여 준 가능성은 인정한다 기사의 사진

경찰을 지망했던 강대만(권상우)는 신체적인 문제 때문에 시험에 낙방하고 만다. 현재는 아내(서영희)의 잔소리와 동네 만화방을 운영하며 젖먹이 막내딸을 돌보는 소심한 가장이다. 하지만 특유의 추리력 만큼은 셜록홈즈를 뺨칠 정도다. 국내 최대 미제사건 카페 운영자이자 프로파일링 동호회 회장이다. 물론 현실은 ‘찌질함’을 달고 사는 남자다.

그의 취미는 친구 준수(박해준)가 근무하는 경찰서 기웃거리기. 이곳에는 한때 ‘광역수사대 식인상어’로 통하던 형사 노태수(성동일)가 있다. 노태수에게 강대만은 그저 ‘똥파리’일 뿐. 준수를 가운데 두고 대만과 태수의 티격태격은 하루의 일과가 됐다.

 ‘탐정: 더 비기닝’, 이 영화가 보여 준 가능성은 인정한다 기사의 사진

그러던 어느 날 준수의 친한 형 부인이 살해를 당한다. 용의자로는 엉뚱하게 준수가 몰렸다. 모든 정황과 증거가 준수를 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대만은 우정과 의협심 그리고 형사에 대한 로망 등이 겹치면서 이 사건에 달려든다. 태수는 광역수사대에서 좌천된 뒤 지금의 상관이자 자신의 경찰대 후배와의 트러블이 극에 달해 있다. 2주 뒤면 준수의 살인사건 공판이 열린다. 태수는 “2주 안에 사건 해결 못하면 사표를 쓰자”는 조건으로 상관이자 후배와 내기를 한다. 태수는 후배인 준수이자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대만은 친구이자 자신의 본능을 믿고 손을 잡는다.

영화는 크게 두 가지의 축을 그린다. 대만과 태수의 조합이 첫 번째다. 두 사람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인물이다. 한때 조폭들을 벌벌 떨게 만들던 노태수는 굽히지 않는 ‘강성’ 때문에 조직에서 가지치기를 당한 인물이다. 남은 것이라곤 자존심 하나만으로도 형사란 소임을 하고 있을 뿐이다. 반면 강대만은 꿈만 꾸는 인물이다. 실전이 아닌 이론으로만 모든 것을 해석하고 바라본다. 하지만 이 점이 두 사람을 하나의 콤비로 묶어낼 수 있는 요소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노태수의 노련미와 이론을 바탕으로 한 추리에 강점이 있는 대만이 더해지면서 하나의 ‘베테랑’이 완성된 것이다.

 ‘탐정: 더 비기닝’, 이 영화가 보여 준 가능성은 인정한다 기사의 사진

이들 두 인물이 가까워지면서 서로 힘을 합치는 과정까지의 포인트가 코미디와 결합되면서 관객들에게 재미를 안겨준다. 슬랩스틱과 언어적 유희, 여기에 상황 자체에서 발생하는 여러 코미디적인 요소가 과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등장한 권상우는 힘을 뺀 채 평범한 소시민이자 찌질남의 모습을 능청스럽게 표현해 냈다. 성동일은 표정하나 대사 한 글자까지도 애드리브를 섞지 않은 채 극 자체에 스스로롤 녹여냈다. 하지만 그 마저도 성동일이란 배우를 통해 여과되면서 그 어떤 애드리브보다 강렬함을 더한다.

두 번째 축은 사건의 전개다. 연이어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도 관객들의 오감을 옥죈다. 사실 꽤 그럴듯하고 생소한 살인 사건 방식이 이 영화에선 등장한다. 극중 형사들과 두 주인공들조차 듣도 보도 못한 이 사건의 실체에 입을 다물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문제가 바로 이 지점이다. ‘추리’란 단어 자체에서 얽매인 듯 의도적이면서도 계산된 냄새가 너무 강하다. 사건 사이에 얽혀 있는 관계도 꽤 복잡하다. 텍스트로 읽을 때의 상상력과 비주얼로 보여지는 것에 대한 차이점은 분명하다. 두 지점의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은 ‘탐정: 더 비기닝’의 분명한 약점이다.

 ‘탐정: 더 비기닝’, 이 영화가 보여 준 가능성은 인정한다 기사의 사진

영화 속 노태수는 “가장 해결하기 힘든 사건은 의도와 이유가 없는 사건이다”고 말한다. ‘탐정: 더 비기닝’은 이유가 너무도 분명하고 확실하다. 반전과 꼬리 물기의 강박에 시달리다 보니 스스로가 사건의 범인을 가리키고 있는 잘못을 저지른다.

그럼에도 ‘탐정: 더 비기닝’의 강점은 꽤 강렬하고 어두운 사건을 경쾌한 톤으로 풀어냈단 점이다. 그 과정 속에서 등장하는 코미디의 수위와 조절도 상업영화의 테두리안에서 보자면 무리가 없다. 부제가 ‘더 비기닝’이다. 영화 말미에 속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탐정: 더 비기닝’, 이 영화가 보여 준 가능성은 인정한다 기사의 사진

‘시작은 미미하였지만 끝은 창대하리라’는 구절과 맞닿아 있는 영화다. 나쁘지 않은 시작이다. ‘미드’ 형식의 탐정 영화로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개봉은 오는 24일. 15세 관람가.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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