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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펫’, 윤계상-고준희 이렇게 잘 어울렸나

[무비게이션] ‘레드카펫’, 윤계상-고준희 이렇게 잘 어울렸나

등록 2014.10.22 11:10

김재범

  기자

 ‘레드카펫’, 윤계상-고준희 이렇게 잘 어울렸나 기사의 사진

영화 ‘레드카펫’은 우선 두 가지에서 관객들의 사전 호감도를 상승시킨다. 대중들에겐 호기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에로 영화계의 이면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선 남성 관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을 것 같다. ‘레드카펫’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두 번째 이유는 연출을 맡은 박범수 감독이 무려 270여 편의 에로 영화를 만든 감독이란 사실이다. 결국 이 두 가지 이유는 세 번째의 또 다른 주목 포인트를 만든다. ‘레드카펫’은 그 어떤 영화보다 사실적이다. 그리고 그 어떤 영역보다 외부 유입 인사에 배타적인 영화계에 비주류의 주류 입성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기준점이 될 것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배경 자체가 19금 영화로 불리는 에로 영화계의 제작 현장을 다룬다. 4-2-3-1 전법, 4-4-2 전법 등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가 난무하고, 에로 영화배우들의 독특한 예명 작명법, 배우 캐스팅 과정, 에로 영화 촬영 중 생기는 에피소드가 꽤 사실적이고 세밀하다. 이 모든 과정이 각각의 얘기 속 에피소드식의 풀이법으로 전개가 돼 가벼우면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해석력을 지닌다. 웃고 즐기기에 ‘레드카펫’ 속 각각의 시퀀스는 꽤 잘빠지게 제단이 된 맞춤형이다.

 ‘레드카펫’, 윤계상-고준희 이렇게 잘 어울렸나 기사의 사진

여기까지만 놓고 봐도 ‘레드카펫’은 ‘색즉시공’급의 섹스 코미디 장르로 보인다. 에로 영화계의 이면을 드러낸 스토리이기에 19금의 상상력은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는 청춘 로맨스의 성장 영화에 가깝다. 2류도 못되는 3류 인생이 1류로 불리는 주류 세계로의 진입을 위해 노력하고 그 꿈을 위해 자신의 현재를 비관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에로 영화 감독 박정우(윤계상)의 얘기가 전부다. 쉽게 알 수 있겠지만 박정우 감독은 ‘레드카펫’을 쓰고 연출한 박범수 감독 자신이다.

박정우는 영화 속에서 자신의 부모님에게 “꿈이라도 가져 보셨냐”며 서운함을 토로한다. 실제 박범수 감독이 자신을 믿지 못하던 부모님에게 하고 싶었던 아니면 철없던 시절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표현 못하던 것을 스크린을 통해 대신하는 장면일 것이다. 박정우는 수 없이 많은 시나리오를 쓰지만 이런 이유로 혹은 저런 이유로 선배들에게 뺏기고 도둑맞고 밀려 나기 일쑤였다. 박범수 감독도 아마 수많은 시나리오로 충무로 입성을 꿈꿨겠지만 자신을 옥죄던 ‘에로 출신’이란 타이틀이 그 앞길을 가로 막았을 것이다.

 ‘레드카펫’, 윤계상-고준희 이렇게 잘 어울렸나 기사의 사진

하지만 ‘레드카펫’은 당당하게 3류라고 자신의 진심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래서 꿈조차도 못꾸면 너무 서글프지 않느냐고 소리친다. 더 이상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던 ‘에로 타이틀’을 벗기 위해 박정우는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옥탑방을 자신만의 영화사로 전환하고 자신만의 진짜 시나리오로 자신만의 영화를 처음 찍게 된다.

영화 마지막 부산 태종대영화제를 배경으로 소박하게 열리는 박정우의 첫 영화 ‘사관과 간호사’의 시사회는 아마도 ‘레드카펫’의 첫 시사회를 꿈꾸고 만든 박범수 감독의 꿈이었을 것이다. 양념으로 배우 은수(고준희)와 박정우의 로맨스는 박범수 감독의 판타지이자 ‘레드카펫’의 장르적 정체성을 이끄는 포인트다.

 ‘레드카펫’, 윤계상-고준희 이렇게 잘 어울렸나 기사의 사진

사실 ‘레드카펫’은 전반부와 후반부의 톤이 너무도 명확할 정도로 나눠진다. 전반부의 경쾌하고 독특한 색깔은 후반부로 넘어오면서 ‘클리셰’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여주인공 은수의 흐름과 정우의 주변 인물의 관계도가 어디서 본 듯한 흐름의 연속이다. 마지막 은수와 정우의 관계 매듭은 이미 우리가 수 없이 봐온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레드카펫’이 장르적 특성을 꽤 끈기 있게 끌고 가는 것은 배우들의 힘을 뺀 연기력 덕분이다. 주인공 박정우를 연기한 윤계상의 장점은 힘을 주는 연기와 힘을 빼는 연기의 진폭이 아주 넓다는 점이다. 때문에 ‘레드카펫’과 같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윤계상의 쓰임새는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다. 대표작이 ‘단발머리’라고 불릴 정도의 고준희는 대중들의 관심에선 가장 벗어난 캐릭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고준희도 부담감을 벗어던지고 연기에 몰입했단 얘기가 된다. 윤계상의 호흡 속에 숨어 있는 ‘숨표’를 정확하게 캐치해내는 고준희는 능력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레드카펫’, 윤계상-고준희 이렇게 잘 어울렸나 기사의 사진

하지만 진짜 숨은 공신은 오정세다. 그는 상황 때로는 상대방과의 액션 그리고 리액션의 여백 안에서 자신의 리듬감을 찾아내는 기발함으로 관객들의 오장육부를 웃음짓게 한다. 이미 수많은 작품을 통해 선보인 오정세의 코미디 본능은 ‘레드카펫’에서도 유감없이 그 힘을 발휘한다.

이밖에 조달환 신지수 그리고 2PM 멤버 황찬성의 능청스러움도 ‘클리셰’로 이어지고 이어지는 후반부의 호흡 조절을 담당한다. 뻔한 얘기지만 재미만은 결코 놓치지 않은 ‘레드카펫’의 장점이다. 개봉은 23일.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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