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에 '덜 짜게, 덜 달게'···업계 "근본적 해결책 아냐" 지적

배달 앱에 '덜 짜게, 덜 달게'···업계 "근본적 해결책 아냐" 지적

등록 2022.06.23 16:56

김민지

  기자

1인 가구·코로나19에 식생활 변화···배달음식 주문↑복지부, 배달 앱에 나트륨·당류 조절 기능 추가 계획업계 "취지 좋지만 음식 만드는 업주들에 설명 먼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정부가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 앱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덜 짜게' 혹은 '덜 달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나트륨·당류 등의 저감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취지는 좋으나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제4차 국민건강증진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제3차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2022∼2026년)'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2010년 제정된 국민영양관리법에 따라 2012년부터 5년마다 국민영양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번 제3차 기본계획에는 1인 가구와 '혼밥' 등이 증가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배달음식·도시락 이용이 늘어나는 등 식생활 변화에 대한 대책이 포함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배달음식(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7조13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0.5% 늘었다. 이는 2017년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치다.

정부는 우선 배달 앱에 나트륨과 당류를 조절하는 기능을 만들 계획이다.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덜 짜게' 혹은 '덜 달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배달 앱 업체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임인택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국민에게 더욱 건강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당위성에 업체들 모두 동의할 것으로 본다"며 "협의체에서 필요한 구체 내용을 논의해 성과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배달 앱 업계와 음식점주 사이에서는 정부의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견이 나온다. 외식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의 의견을 먼저 수렴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는 주장도 있다.

배달 앱 업계 관계자는 "나트륨, 당류 조절 기능 도입은 정부가 업계와 사전에 논의한 내용도 아니고 발표 이후 전달 받은 내용도 아직 없다"면서 "정부 방침이라면 적극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 방침이라면 당연히 따라야 하겠지만, 외식업주들에게 충분히 설명한 이후 도입돼야 한다고 본다"면서 "사실 지금도 떡볶이나 마라탕같은 매운 제품의 경우에는 업주들이 '매운 단계'를 옵션으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선택할 수 있게끔 한다. 기능적으로 '덜 달게', '덜 짜게'를 추가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나트륨과 당 과다 섭취라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달 음식'뿐만 아니라 홀에서 판매하는 음식까지 정책을 적용하고 업주들에게 권장 섭취량에 맞춰 조리를 하게끔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찌됐든 음식을 만드는 것은 업주들"이라며 "한국외식산업협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과 논의하고 업주들이 하루 권장 섭취량에 맞춰 조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 않겠냐"고 말했다.

음식점주들 또한 이번 발표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배달 앱에 나트륨, 당류 조절 요청 기능이 추가되면 레시피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각 음식점마다 고유의 맛이나 레시피라는 게 있는데, 취지는 좋지만 당황스럽긴 하다"고 전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지금도 요청사항란에 덜 달게 해달라며 요청하는 손님이 많다"면서 "아무래도 배달 앱 자체에 '덜 달게' 등이 선택지로 제공되면 요청하는 분들이 더 많아질 것 같다. 크게 어렵진 않지만, 특히 국·탕류를 판매하는 곳은 레시피를 수정해야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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