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에 돈 퍼주던 NS홈쇼핑, 결국 ‘알짜’ 양재 사업마저 지주 손에

계열사에 돈 퍼주던 NS홈쇼핑, 결국 ‘알짜’ 양재 사업마저 지주 손에

등록 2021.11.22 16:31

김민지

  기자

주식교환 및 분할·합병 거쳐 사업 회사만 남아수천억 쏟은 양재 부지 개발 사업 결실 지주로자금줄 역할에 본업 투자 뒤로 밀려 ‘이중 피해’

계열사에 돈 퍼주던 NS홈쇼핑, 결국 ‘알짜’ 양재 사업마저 지주 손에 기사의 사진

엔에스쇼핑이 하림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수천억원을 쏟아 부은 양재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 사업이 지주사로 넘어가게 됐다. 엔에스쇼핑은 그간 하림그룹의 신사업 투자 명목으로 끊임없이 자금을 지원해왔다. 수익성 높은 홈쇼핑 사업을 영위하면서도 계열사 수혈을 속하느라 본업 투자는 뒷전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막대한 투자 수익이 예상되던 ‘알짜’ 양재 부지까지 최근 지주사로 넘어가게 됐다. 결국 엔에스쇼핑은 투자 결실도 얻지 못하고 본업 경쟁력 강화 타이밍까지 늦춰져 억울한 처지에 놓였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에스쇼핑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하림지주와의 포괄적 주식교환 안건을 상정, 의결했다. 이에 따라 하림지주는 신주를 발생해 엔에스쇼핑 주주들(엔에스쇼핑 자기주식·하림지주 소유 주식 제외)에게 1대 1.41347204 비율로 주식을 교부하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엔에스쇼핑은 상장폐지되고 하림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합병된다. 엔에스쇼핑은 향후 엔에스홀딩스(투자법인)와 엔에스쇼핑(사업법인)으로 물적 분할된다. 이렇게 되면 ‘하림지주-엔에스쇼핑’으로 이어지던 지배구조가 ‘하림지주-엔에스홀딩스-엔에스쇼핑’으로 바뀐다. 이후 하림지주는 엔에스홀딩스를 다시 합병해 ‘하림지주-엔에스쇼핑’의 지배구조를 만들 계획이다.

엔에스홀딩스에는 하림산업, 글라이드, 엔바이콘 등 현재 엔에스쇼핑의 자회사가 모두 포함된다. 이중 현재 엔에스쇼핑의 자회사인 하림산업은 양재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 전북 익산 식품 공장 건설 등을 맡고 있다.

하림그룹이 엔에스쇼핑을 쪼개는 것은 엔에스쇼핑이 양재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 사업의 주체로 나서기에 규모가 너무 작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림 그룹사들끼리 컨소시엄을 만들어도 엔에스쇼핑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양재 부지 개발은 서울시와 갈등을 빚으며 5년 동안 지지부진했지만, 감사원이 사업 지연 원인이 서울시의 정책 혼선에 있다며 하림그룹의 손을 들어주면서 개발 사업에 물꼬가 트였다. 업계에서는 내년께는 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림그룹 또한 하림산업을 하림지주 직할 자회사로 만들어 엔에스쇼핑의 투자 부담을 덜어내고 해당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포괄적 주식 교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하림그룹이 캐시카우인 엔에스쇼핑을 ‘돈줄’로 이용하고 투자의 결실은 지주사가 거둬들이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지주사로 넘어가게 될 양재 부지 개발 사업은 양재동 부동산 가치만 2배 이상 상승한 알짜 사업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엔에스쇼핑이 그룹 핵심 사업들에 자금을 대면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지적돼왔다. 게다가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그룹이 주도하는 투자를 지원했지만, 사업이 성장하면 언제든 그룹이 이를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않았다.

엔에스쇼핑은 하림산업을 통해서 2016년 5월 양재 물류센터 부지를 4525억원을 들여 사들인 것을 포함해 6859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또 D2C(Direct to Consumer) 유통 전문 자회사 글라이드에는 현재까지 160억원, 프랜차이즈업체 엔바이콘에도 210억원을 투자했다. 계열사인 하림USA에 투자한 금액은 26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적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하림산업은 299억원, 엔바이콘은 35억원, 글라이드는 32억원의 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홈쇼핑업계가 대부분 수혜를 입은 상황에서도 NS홈쇼핑은 발목을 잡혔다. NS홈쇼핑의 별도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8.0%, 20.5% 늘었으나, 연결 기준으로는 각각 8.2%,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에는 별도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474억원이었으나, 연결기준으로는 누적 손실 238억원을 기록했다.

또 엔에스쇼핑의 분할 합병 절차를 보면, 그간 하림그룹이 진행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림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지난 2011년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하림홀딩스, 선진지주, 제일홀딩스, 농수산홀딩스까지 총 4개 지주 체제를 갖추고 있던 하림그룹은 이듬해에 선진지주, 농수산홀딩스가 각각 하림홀딩스, 제일홀딩스에 흡수합병되면서 2개 지주 체제로 정리됐다. 마지막으로는 최상위 지주사인 제일홀딩스와 중간지주사였던 하림홀딩스가 합병, 단일지배구조 체제로 개편됐다. 사업부문 별로 4개 지주회사를 출범하고 흡수합병을 통해 하나의 지주회사만 남긴 것이다.

여기에 홈쇼핑 본업에 대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최근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홈쇼핑업계는 근본적인 사업 구조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이에 경쟁사들은 시장 변화에 맞춰 TV홈쇼핑 사업 구조에서 라이브커머스 등 디지털 전환 작업을 발 빠르게 강화하는 추세다. CJ온스타일은 TV홈쇼핑·인터넷쇼핑몰·T커머스 브랜드를 통합했고, GS홈쇼핑도 GS리테일과의 합병으로 온·오프라인 시너지 창출에 나섰다. T커머스를 운영하는 KTH도 KT엠하우스와 합병, ‘KT알파’로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 도약을 선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에스쇼핑은 그간 뛰어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홈쇼핑과는 크게 관련이 없지만 그룹의 굵직한 사업에 자금을 대 왔다”면서 “이 때문에 홈쇼핑 업계가 생존을 위한 투자를 펼칠 때 엔에스쇼핑 본업에 대한 투자는 더뎌졌고, 그룹을 위한 사업에 동원되다 자산은 지주사로 넘어가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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