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고객사 뺀 반도체 정보 제출···추후 美 간섭 관건

삼성·SK, 고객사 뺀 반도체 정보 제출···추후 美 간섭 관건

등록 2021.11.09 15:06

김정훈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9일 새벽 기밀 뺀 정보 제출바이든,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정책 추진에 활용 미 상무부 정보 보완 요구 땐 삼성·SK 부담 가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9일 고객사 등 민감 정보를 뻬고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미국 상무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9일 고객사 등 민감 정보를 뻬고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미국 상무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급난 문제를 자국 우선으로 풀려는 미국 바이든 정부의 요구대로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9일 오전 미 상무부에 제출했다. 제출 시한 막판까지 자료 공개 범위를 놓고 고심했던 삼성과 SK는 고객사, 재고량 등 민감한 정보는 뺀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과 SK가 반도체 기밀 정보를 빼고 자료 제출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대만 TSMC 뿐만 아니라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 등 미국 기업들도 고객사 이름, 재고 현황 등 내부 민감한 정보는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왔다.

◇삼성·SK 고객사 등 기밀 제외=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가 요청한 반도체 공급망 자료 제출 마감 시한인 이날 오후 2시 이전에 자료 제출을 마쳤다. 국내 반도체를 대표하는 두 기업은 이날 새벽 고객 신뢰 관계를 고려한 수준에서 미 상무부에 반도체 공급망 자료를 제출했다.

삼성 반도체 관계자는 “(자료 제출) 구체적인 항목까진 알 수 없으나 미 상무부 가이드에 맞춰 고객사 정보는 안 들어가는 범위 내에서 제출했다”고 설명했고, SK하이닉스 관계자도 “고객 신뢰를 지키는 선에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일부 자료는 기밀로 표시해 외부 비공개로 해달라는 요청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9월말 미 상무부는 반도체 공급망 상황을 자체적으로 조사하겠다며 글로벌 기업들에 반도체 재고 수량과 주문 내역, 제품별 매출, 고객사 정보 등 총 26개 문항을 자료 형태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현재 미국 연방 관보 사이트에 올라온 67개 업체로 표기됐다.

일단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전략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는 고객사 정보 등이 빠진 자료를 넘기면서 3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미국 인텔에 주요 정보를 넘길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갔다.

반도체 업계에선 미국이 이번 반도체 자료 확보를 토대로 미국 내 반도체 직접 생산 역량에 속도를 내는 공급망 강화 정책에 활용할 거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시장에서 공급난 부족 사태가 덜한 메모리 반도체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에 파운드리 중심의 TSMC, UMC 등 대만 기업들보다 미 상무부의 공급망 강화 정책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 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미국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 선에서 자료 제출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후 미국이 선별적으로 필요로 하거나 자국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일부 정보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가 정보 요구 가능성은=삼성과 SK 입장에서 본다면 앞으로의 관건은 미 상무부의 추가 정보 요구 또는 간섭이 이어질지 여부다.

반도체 업계에선 만일 미 상무부가 기업들의 반도체 자료 제출을 살펴보고 미진하다고 판단할 경우 추가적인 정보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고객사를 포함 기밀정보를 빼고 자료를 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후속 대응이 불가피해진다.

미 상무부가 자료 검토 후 추가 자료 요청을 하겠다거나 할 수도 있다는 공식 입장이 확인된 것은 없다. 다만, 이같은 조심스런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은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부 상관이 “제출한 자료가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으면 추가 조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한 발언 때문이다.

당분간 삼성과 SK는 추후 미 상무부가 자료 제출 범위를 놓고 어떤 자세를 취할지 지켜봐야 한다. 만일 추가 정보를 요구한다면 우리 기업들 입장에선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워싱턴 출장에서 국내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해 미 정부와 타협점을 찾아낼지 관심이 쏠린다.

문 장관은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한국 기업의 대미 반도체 투자 및 현지 일자리 창출 등 반도체 사업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가 미국 내 제2파운드리 공장 착공을 앞둔 시점에서 북미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켜 한미 양국간 우호적인 경제협력 관계를 지속 강화한다는 메시지를 어필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 상무부에서 정보 보완 요구를 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확인된 것도 없는 만큼, 섣부른 우려와 판단을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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