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용호상박 LG-SK, 소재시장 공략 혈투

분리막 시장 놓고 LG·SK 시장 경쟁 예고

SK, 분리막·동박·음극재 등 배터리 수직계열화 속도

LG화학, 전지소재 중심 e-모빌리티 5년 간 6조 투자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배터리 소재 경쟁력이 곧 배터리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기업들도 공격적으로 투자와 증설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을 통해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는 LG그룹과 SK그룹은 배터리 소재 시장에도 치열한 경쟁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2년 넘게 진행된 배터리 전쟁을 끝낸 LG와 SK가 다시 소재 시장에서 맞붙게 되는 것이다.

SK그룹은 다양한 계열사를 통해 배터리 사업을 물밑 지원하고 있으며 LG그룹은 최근 LG화학이 배터리 소재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특히 분리막 사업의 경우 SK와 LG의 직접적인 경쟁이 예상되는 분야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작년 기준 글로벌 분리막 시장 1위로 시장점유율은 26.5%에 달한다.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025년까지 약 5조원을 투자하는 내용의 중장기 전략방향 및 투자계획을 지난 1일 공시했다.

또한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 생산설비를 2025년까지 40억㎡ 규모로 증설하고 세전 영업이익(EBITDA)을 올해 3000억원에서 2023년 7000억원, 2025년엔 1조4000억원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과거 분리막 사업을 진행했으나 외부 조달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2015년 생산시설을 매각한 바 있는 LG화학은 분리막 시장에 재진출을 준비 중이다.

LG화학은 지난 14일 신성장동력으로 ‘전지 소재 중심의 e-모빌리티’를 선정하고 5년 간 6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5년간 지속가능 성장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10조원의 60%에 해당하는 규모다.

LG화학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양극재부터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CNT(양극 도전재) 등까지 폭넓게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분리막 사업의 빠른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기술력과 시장성을 모두 갖춘 기업들을 대상으로 M&A 등도 검토 중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배터리 소재 사업 확대를 위해 분리막 사업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힘드나 전지소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며 가시화되는 시점에 별도로 안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LG화학이 분리막 시장 진출을 위해 글로벌 3위인 도레이와 협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LG전자로부터 배터리 분리막 사업도 이관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G전자는 일본 도레이와 중국 상해은첩 등에서 원단을 공급받아 LG화학 분리막 코팅 특허 기술로 분리막을 생산,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고 있다.

단 LG화학 측은 “아직 두 사안 모두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SK의 분리막 외에도 동박, 실리콘 음극재 등을 통해 배터리 수직계열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일 SK머티리얼즈는 미국 배터리 차세대 음극 소재 기업 ‘그룹14 테크놀로지(이하 그룹14)’와 합작회사 ‘SK 머티리얼즈 그룹14(가칭, 이하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투자규모는 약 604억원으로 합작회사의 지분율은 SK머티리얼즈와 그룹 14가 각각 75%, 25%이다. 본사는 한국에 마련될 예정으로 구체적인 장소는 아직 미정이다.

이번에 합작회사를 통해 도입하는 실리콘 음극재는 전기 자동차에 주로 사용되는 흑연 음극재보다 주행 거리가 향상되고 충전시간이 단축되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배터리 핵심소재인 동박을 생산 중인 SK넥실리스는 유럽과 미국에 추가 투자를 통해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20만톤 이상으로 확대한다. SK넥실리스는 올해 안에 유럽 진출 지역을 확정하고 착공하는 것이 목표며 진출 지역으로 폴란드를 우선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개화하며 시장 관심은 배터리 최적화에 쏠리고 있고 이에 따라 소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며 “배터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LG와 SK도 소재분야 투자에 향후 지속적으로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