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보안상 계열사와 협업···자율개방 시 경쟁력 저하” 우려
공정위는 올해 초 일감 나누기 자율준수 기준을 마련하면서 중소기업들이 많이 포진된 업종에 한해 ‘대기업 집단 부당거래’ 시정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표적으로 올해 초 공정위는 대기업 구내식당 업체를 중소기업 등 외부에 전면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지난 4월 삼성·현대차·LG·현대중공업·신세계·CJ·LS·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 대표들과 만나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수십 년 간 수의 계약 방식으로 그룹 내 급식업체에 몰아주던 구내식당 일감을 외부에 전면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기업의 최상위 상생은 일감 나누기다”며 “25년간 계열사나 친족기업과 단체급식을 수의계약하던 관행을 바꾸기로 했다”고 정책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단체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아워홈(LG 친족 기업)·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신세계푸드 5개사가 4조3000억원에 이르는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5개사가 그룹 계열사와 수의 계약한 금액만 1조2229억 원이다. 단체 급식 시장에는 풀무원푸드앤컬처(매출액 비중 5.1%), 한화호텔앤드리조트(4.9%), 동원홈푸드(2.8%) 등 다른 대기업 계열사가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공정위의 일감 개방 정책에 일부 관련업계는 난색을 표했다.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의 급식을 책임져야 하는 급식업체 특성상 중소업체가 대규모 사업장의 단체급식을 책임질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그간 자사 계열사 직원들의 급식을 맡아왔던 만큼 급식 경험이 전무한 업체들이 음식의 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도 나온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중소업체들이 실질적으로 진입할수 있도록 실실적인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며 “자칫 대기업을 대신해 외국계 기업들과 중견 기업들이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공정위는 시장 경쟁을 해치는 정도가 대기업집단 못지 않은 중견기업 집단의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하반기에는 시스템통합(SI) 업종에 한해 일감 개방을 주문했다. 공정위는 기업들의 SI내부거래 관리 감독을 위해 내년 5월부터 대기업에 SI 내부 거래 현황 공시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 주재로 ‘정보기술(IT) 서비스 일감 개방 자율 준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SI일감 개방 자율준수 기준 마련’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공정위의 대기업 SI 일감 개방 추진과 관련해 IT업계에선 대기업의 SI 일감은 외부에 개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관련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선 계열사에 일감을 맡기는 게 자연스러운 관행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국내 IT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내 SI업체들의 덩치가 줄면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글로벌 기업과 시장 경쟁에서 더욱 뒤처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공정위가 내부거래 자율규제 중 SI사업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범위를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IT서비스는 SI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하고,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통계청 표준사업분류 기준에 따르면 SI는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IT기술을 통합한 정보시스템을 기획하고 개발 및 구축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구축된 시스템을 운영 및 유지보수하는 시스템 관리운영(SM)까지 통합해 부르는 경우가 다수다.
또 IT아웃소싱(ITO), 클라우드, 보안 서비스 등도 기업에 따라 SI로 분류하거나 독자 솔루션으로 분류하는 등 사용방식이 혼재돼 있다. 결국 다양한 IT기술 및 산업, 서비스가 결합돼 있어 SI의 정의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공정위와 IT기업 간에 정확한 SI업종 개념과 범위 등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IT업계 관계자는 “SI에서는 긴급하게 업무 내용을 수정하거나 추가로 반영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며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이 필요한 SI 업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룹 내부에서 관련 업무를 맡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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