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3곳 중 2곳은 매도 의견 無”최근 개인 비중 확대에 ‘매도 리포트’ 증가‘더 이상 싸지 않다’ 파격 제목 등장하기도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KB증권은 배당성향 축소를 공시한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에 대해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HOLD)과 ‘매수’(BUY)에서 ‘매도(SELL)’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4일에는 DB금융투자가 한화생명에 대해 사실상 매도로 해석할 수 있는 ‘언더퍼폼’(Underperform) 의견 보고서를 내놨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금리 수준에서는 추가적 변액보증관련 부담은 없어 양호한 실적 흐름을 예상한다”면서도 “한화생명은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지나치게 빨리 반영됐다”며 투자의견 하향의 이유를 밝혔다. 물론 목표주가를 올린 곳도 있다. 교보증권은 “시장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수익 증가와 더불어 변액보험준비금 부담 감소를 반영해 올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하고 목표주가는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유안타증권도 “증시와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변액보증준비금 전입액 우려도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며 한화생명의 목표주가를 종전 35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리고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증권사 리포트 의견은 크게 ▲매수 ▲중립 ▲매도 등 3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에서는 투자의견 하향 및 매도보고서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국내 증권사가 큰 고객인 기관과 업체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은 증권사의 주요 고객이다. 증권사는 기업을 상대로 기업공개(IPO), 투자은행(IB), 신용공여 등의 업무를 하고 있어 기업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지 않는 것이 일종의 관행으로 통한다. 만약 해당 기업에 부정적인 투자의견을 내면 기업과의 관계 악화로 향후 기업실사와 분석 등 업무에 불이익을 당할 우려도 있다.
실제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투자의견 보고서 중 ‘매도 의견’이 전체 중 0.0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증권사 전체 31곳 중 매도 의견을 한 건 이상 낸 증권사도 단 10곳에 불과해 세 곳 중 두 곳은 매도 의견을 아예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국내 증권사 31곳에서 7만8297건의 투자의견 보고서를 냈으며, 외국계 증권사 14곳에서 3만3023건을 발행해 최근 3년간 국내 주식시장에 쏟아진 투자의견 보고서는 모두 11만1320건에 달했다.
투자의견 비중을 살펴보면 국내 증권사는 ▲매수의견 6만9690건(89.0%) ▲중립의견 8552건 (10.9%) ▲매도의견 55건(0.07%)으로 ‘매수’ 쏠림현상이 극심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는 ▲매수의견 2만3434건(71.0%) ▲중립의견 6597건(20.0%) ▲매도의견 2992건(9.1%)으로 국내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쏠림현상이 덜 부각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 변동성이 극심했던 지난해로 범위를 좁혀 봐도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 중 매도 리포트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투자의견을 하향한 리포트는 327개에 불과했지만, 그중에서도 매도는 없었다. 증권사 중에는 매도 의견뿐만 아니라 ‘중립’ 의견도 없이 100% 주식을 사라는 ‘매수’ 의견만 낸 곳도 5곳 있었다.
증권사별로 매수 의견 비율을 보면 키움증권이 98.7%로 가장 높았고, 교보증권(97.8%), 상상인증권(97.4%), 유진투자증권(96.8%), 하이투자증권(96.5%), 신한금융투자(96.1%), 케이프투자증권(95.3%), 미래에셋대우(95.2%), 한화투자증권(94.4%)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매도 및 중립을 외치는 소신 있는 리포트가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일례로 NH투자증권 조미진 연구원은 지난 17일 롯데제과에 대해 ‘더 이상 싸지 않다’는 파격적인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롯데제과 목표주가를 14만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전날 종가 대비 7% 가량 낮은 수준으로 증권가 리포트의 달라진 관행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매수 일색’의 증권사 리포트에 대한 불신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증권사 A연구원은 “매도 의견을 내면 기업과 투자자들로부터 엄청난 압박과 항의를 받기 때문에 큰 용기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증시에 개인 비중이 높아지면서 리서치센터 내부에서도 각자 자유로운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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