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이사장 “거래소 상장, 넘어야 할 산 많다”(종합)

손병두 이사장 “거래소 상장, 넘어야 할 산 많다”(종합)

등록 2021.03.31 13:10

박경보

  기자

IPO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불법 공매도 ‘사전적발 불가’“ESG 투자지표 만들 것”...유니콘기업 위해 증시장벽 낮춰“시장 급변했는데 과거 매몰되면 안 돼”...연기금 간접 비판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자본시장 혁신성장을 위한 핵심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자본시장 혁신성장을 위한 핵심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거래소 IPO는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관계자들과 접점을 찾아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의 상장은 공공성과 자율규제 이슈에 부딪히며 10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손 이사장은 31일 오전 한국거래소 본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서비스기업인 거래소는 당연히 IPO를 해야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손 이사장은 거래소의 IPO에 대해 “상장 차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논란과 시장감시 등 공적인 기능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있다”며 “결국 논란이 좁혀지지 않아 IPO가 무산됐는데, 우리가 원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는 뜻으로 읽힌다.

손 이사장은 불법 공매도 차단방안에 대한 생각도 피력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원하는 ‘사전 적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핵심이다.

손 이사장은 “자동차 과속을 단속할 때 경찰이 잠복하지 않아도 카메라가 촬영해 고지서를 발송하지 않나”며 “정부에서도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강화를 추진하기 때문에 이전보다 강화된 제재가 따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총 6명의 불법 공매도 특별관리팀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그는 이어 “공매도 재개를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고, 재개 이후에 대한 조심스러운 전망을 가지고 있다”며 “속단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도 공매도 재개 이후 시장 충격이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손 이사장은 쿠팡 등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해외 대신 국내에 상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상장 관리제도를 강화해 국내 증시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쿠팡이 크게 부각됐지만 우리 시장에 들어올 유니콘 기업들이 많이 남았다며 일각의 우려에 선을 긋기도 했다.

코넥스 상장기업을 늘릴 방안에 대해서는 “코넥스 역시 상장인 만큼 투명한 기업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기업들은 다소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현재 코넥스는 바이오기업에 편중돼 있는데, 지정자문인 부담을 완화해 주는 등 활성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손 이사장은 ESG 투자문화 확산을 촉진하겠다는 말도 재차 언급했다. 거래소는 손 이사장의 아이디어로 ESG 투자지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상장사들의 ESG 정보가 담긴 새로운 투자지표가 기존 PER, PBR 등을 대체하는 셈이다.

그는 “ESG가 잘된 기업에 투자가 몰리도록 ESG 관련 지표를 만들자고 실무진들에게 건의했다”며 “ESG 평가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담보돼야 할 테지만 이번 일은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손 이사장은 개인의 직접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 “부동산보다 기업의 성장자금으로 돈이 모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도 “개인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는 게 우리가 원한다고 되지 않는 만큼 기업들이 건전하게 성장해 좋은 실적을 내면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매도 행태에 대해서는 논란 확산을 우려해 말을 아꼈다. 시장 상황이 변화했는데도 과거의 포트폴리오 원칙에 매몰되는 건 현명한 처방이 아닌 것 같다는 게 손 이사장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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