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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안철수도 “제도 개선이 먼저”...공매도 재개 늦춰질까

정치권, 공매도에 연일 비판 세례...“개인 손실 고착화 막아야”
3월 대신 6월 재개설 모락모락...상위주에 우선 적용 가능성도
개미 “제도 개선 없으면 폐지가 답”...증권가는 증시과열 우려

공매도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면서 당초 예정보다 재개 시점이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는 데다 정세균·안철수 등 굵직한 정치인들까지 재개 연기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증시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만큼 소모적 논쟁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YTN 뉴스에 출연해 “공매도가 제도 개선없이 재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그동안 룰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정 총리는 지난 14일에도 한 라디오에 출연해 “공매도는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제도라 생각하고, 제도 자체에 대해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 총리를 비롯해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박용진 의원 등 여권 정치인들은 공매도에 대한 비판을 연일 쏟아내는 상황이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공매도 무기한 연기’를 주장했다. 안 대표는 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화 등 투명하게 감시 가능한 제도를 마련 후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정상적 주식 시장에서 공매도는 순기능이 분명 있지만 우리나라엔 사실상 개인 손실이 고착화돼 있다”며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많은 동학개미가 주식 시장으로 몰렸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공매도 관련 장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공매도 3월 재개를 강행하겠다던 금융위원회도 유보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개인투자자의 반발과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단 한발 물러선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6월부터 단계적으로 공매도가 허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제도를 개선하려면 당초 예정된 3월 15일 재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시가총액 등을 기준으로 상위 수십 개 종목에만 우선 허용할 것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 정치권, 힘세진 개인투자자에 화답...제도개선 후 단계적 허용에 무게

정치권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공매도 재개 연기를 주장하는 이유는 공매도의 역기능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그간 기관·외국인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로 투자 손실을 입어왔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공매도 금지 이후 코스피가 박스권을 탈출하자 이참에 공매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공매도 폐지’에 대한 청원이 진행 중이고, 지난달 31일부터 3주간 16만6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공매도를 부활시킨다면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란 경고가 담겨 있다.

청원인은 “국가가 할 일은 금융시장의 참여자들이 더 자유롭고 더 효율적으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시켜 주는 것”이라며 “정부는 금융시장에 눈을 뜨고 대한민국 증시의 발전을 위하여 힘써달라”고 촉구했다.

공매도 재개 연기에 대해 정치권이 반응하자 개인투자자들은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정치와 경제는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민심을 반영해 공매도 재개에 신중히 접근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국민이 평등한 대접을 못 받고 있다면 정치권에서 앞장서서 제도를 개선해야 마땅하다”며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개선된 게 없어 향후 1년은 더 연장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가 연장 기간동안 금융위원회에 TF팀을 설치해 구체적인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원점에서 재검토해 국민들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따져봐야 하고, 제도 개선이 어렵다면 폐지가 답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 증권가도 “여건 고려하면 아직은 무리”...증시과열 우려도 증폭

증권가도 충분한 제도적 보완이 진행된 뒤 공매도가 재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을 더이상 방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78조원 가량을 쏟아부으며 코스피 3000 시대의 주역이 됐다.

유근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전반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제도적 보완과 함께 시기적으로 성숙된 뒤 재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일부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매도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는 문제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며 “공매도는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해 증시 조정의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매도 재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는 가운데 증시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미 코로나19 확산 전 고점을 넘어섰기 때문에 속히 공매도를 재개해 시장을 안정시켜야한다는 주장이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도 공매도가 두 차례 금지됐지만, 당시엔 증시 하락 이전 고점을 회복하기 이전에 공매도 금지가 종료됐다”며 “지금은 코스피가 3000p를 상회하는 등 주가지수가 이전의 고점 이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이후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코스피 3000p 돌파 후 장중 저점 대비 고점 상승률이 평균 2.95%를 기록하는 등 쏠림 현상을 보였는데, 이는 공매도 부재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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