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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마케팅’에 희비 엇갈린 은행권

‘프로야구 마케팅’에 희비 엇갈린 은행권

등록 2020.11.30 17:20

정백현

  기자

신한은행, KBO 스폰서로 수백억원대 홍보효과1.2조원 몰린 ‘베어스 통장’ 이자 지출액 아껴롯데·KIA 성적 연계 상품도 우대이자 ‘없던 일’‘NC 우승’ 경남은행, 10억원대 지출에도 미소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KBO 리그가 최근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막을 내린 가운데 프로야구를 마케팅에 활용한 은행권의 희비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프로야구 메인 스폰서로 나선 신한은행은 수백억원대의 홍보 효과를 누리면서 뜻 밖의 이자 지출을 아끼는 소득을 얻었고 지역 연고팀의 성적으로 우대금리 지급을 약속한 지방은행들은 표정이 엇갈렸다.

올해 KBO 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당초보다 1개월여 지연된 5월 5일에 시작돼 지난 24일 한국시리즈 종료로 6개월여의 대장정을 끝냈다. 올해 KBO 리그는 NC 다이노스가 창단 후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석권했다.

국내 은행권은 프로야구를 통해 각종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대부분 KBO 리그와 관련한 상품을 판매하면서 야구 붐 조성, 각 은행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야구를 사랑하는 금융 소비자들의 자산 증식 등에 목적을 두고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대표적인 은행이 신한은행이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8년부터 KBO 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왔다. 신한은행은 2018년 KBO와 3년간 240억원의 후원 계약을 맺었다.

그동안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야구를 통한 브랜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는데 240억원의 ‘돈값’을 톡톡히 하고도 남았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은 이에 따라 내년까지 리그 후원 계약을 연장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사진=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은 ‘야구 마케팅’의 일환으로 2018년부터 시즌 개막 직전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고객이 응원하는 팀을 선택해 가입하는 1년제 예금·적금 상품을 매년 판매했다.

예금의 경우 연 1.3% 기본 이율을 주고 팀 성적에 따라 추가로 우대이자가 얹어지는 이율 구조다. 적금은 0.1%포인트 높은 연 1.4%의 기본 이율이 매겨졌다.

여기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5개 팀을 선택한 고객에는 0.8%포인트,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5개 팀을 선택한 고객에는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 조기 가입자에게도 우대금리를 줬다.

또 포스트시즌 진출 팀 중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팀을 선택한 고객에는 1.0%포인트의 우대금리가 더 지급된다. 결국 응원하는 야구팀만 잘 고른다면 산술적으로 3%대에 가까운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저금리 시국’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이득이었다.

이 상품은 당초 시즌 개막을 예고했던 3월 말 시판돼 이달 초 페넌트레이스 종료 직후 판매가 종료됐다. 여기에는 예금과 적금을 합쳐 무려 18만9348좌가 판매되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예·적금에 몰린 돈은 1조6996억원이며 이중 92.1%인 1조5659억원은 예금이었다.

팬들은 지난해 성적과 평소 ‘팬심’에 기반해 응원팀 통장을 선택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 베어스를 선택한 고객은 9만7076좌, 1조1922억원의 돈이 모였다. 반면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팀 NC 다이노스를 택한 고객은 1만2741좌, 698억원에 불과했다.

결국 2.8%의 쏠쏠한 이자는 NC를 택한 고객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반대로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하면서 두산을 점찍은 고객들은 기대보다 적은 이자를 받게 됐다.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두산이 우승했을 경우 수십억원의 이자를 고객에게 내줘야 했지만 NC가 우승하면서 수신 금액 대비 지출될 이자가 적어져 그만큼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대형 시중은행 외에 지방은행에서도 ‘야구 마케팅’이 줄을 이었다. 영업 구역 내에 프로야구단이 있는 부산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이 주인공이었다. 대구은행은 대구 연고팀 삼성 라이온즈 성적과 연동되는 특판 상품을 매년 판매했지만 올해는 팔지 않았다.

광주은행의 ‘KIA 타이거즈 우승기원 예금’은 열성적인 호남지역 KIA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출시 2개월 만에 판매 계좌 수가 1만좌를 돌파했고 예금 판매 한도를 시즌 중 3000억원으로 늘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KIA가 올 시즌 6위에 머무르면서 고객들에게 우대금리가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당초 광주은행은 KIA 선수단 내 20승 투수가 나오면 0.1%포인트, 포스트시즌 진출 시 0.2%포인트, 한국시리즈 우승 시 0.2%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예고됐으나 모두 없던 일이 됐다.

사진=경남은행 제공사진=경남은행 제공

‘한 지붕 두 가족’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표정이 달랐다. 부산은행은 지난 2007부터 매년 꾸준히 부산 연고팀 롯데 자이언츠 성적을 금융 상품에 결합한 ‘가을야구 정기예금’을 내놨다. 올해도 4000억원이 조기 완판됐고 3000억원을 추가로 판매했다.

부산은행 가을야구 정기예금은 연 1.15%~1.3%의 기본 이율을 주고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 0.1%포인트, 한국시리즈에 우승하면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각각 더 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롯데의 성적이 7위에 그치면서 이자 지급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경남은행도 창원 연고팀 NC 다이노스의 성적과 연동하는 ‘2020 BNK 야구사랑 예·적금’을 내놨다. 기본 이율은 0.75%로 부산은행보다 적었지만 오히려 더 높고 세세한 우대이자 조건을 내걸었다.

포스트시즌 진출, 정규시즌 우승, 한국시리즈 우승 시마다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약속했고 NC 선수가 개인 타이틀 순위에서 3위 안에 들 때 추가 금리 지급을 약속했다. 그 결과 나성범의 홈런 3위, 드류 루친스키의 다승 2위로 각각 0.2%포인트의 금리가 더 생겼다.

NC가 올 시즌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동시 석권하면서 이 예금 고객의 최고 금리는 1.55%로 결정됐다. 예금보다 우대금리 조건이 더 높은 적금 가입자는 우대금리로만 1.7%의 이자를 받게 돼 3년제 적금 고객은 연 2.75%의 가외수입을 건지게 됐다.

경남은행은 이번 NC의 우승으로 10억1580만원을 이자로 지출하게 됐다. 지방은행의 여의치 않은 살림 사정을 고려한다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러나 단순한 지출보다 브랜드 이미지 상승과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효과를 창출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NC 야구단이 좋은 성적을 내면서 지역의 분위기가 한껏 살아났기에 지방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뿌듯한 일”이라며 “내년에도 더 좋은 조건으로 지역 야구팬들을 공략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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