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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家 10년째 ‘형제의 난’…그 중심엔 아시아나항공 있다

박삼구-찬구 형제, 경영분리 후 ‘남보다 못한 사이’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 금호석화, 무상균등감자 반발
두 사람 번번이 신경전…작년엔 정관변경 표결 충돌
박세창, 작은아버지 박찬구 회장에 경고성 메세지도
형은 각별한 애정, 동생은 경제적실익…충돌 불가피

그래픽=박혜수 기자

금호그룹 오너 2세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간 신경전이 또다시 시작됐다. 두 형제는 2010년 경영분리 이후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데, 중심에는 항상 아시아나항공이 자리했다.

6일 재계 등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이 추진하는 무상균등감자에 동의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일 결손금 보전과 재무구조 개선을 사유로 3 대 1 감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채권단 주도의 감자 결정은 대주주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실패 책임이 큰 만큼, 차등감자가 타당하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대주주 지분이 모두 담보로 잡혀있고, 작년 4월 이후 경영 개입이 이뤄지지 않다며 균등감자 방식을 택했다.

대주주와 일반주주는 구분 없이 똑같은 비율로 보유 주식수가 줄게 되지만, 무상감자인 만큼 보상이나 환급을 받지 못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인 금호석화는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채권단에 무상균등감자를 반대하는 공식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지만, 고려되지 않았다”며 “대주주의 경영부실이 명백하지만, 일반주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다음달 14일 열리는 아시아나항공 임시 주총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계획이다.

두 그룹이 공개적으로 충돌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가 아니다. 특히 양 측은 아시아나항공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한치의 물러섬 없이 대립했다.

박삼구 전 회장 장남 박세창 아시아나IDT사장은 지난해 7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공고를 낸 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 입찰에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진성매각 의지를 강조하며 “과거 계열분리 당시에 한 약속도 있고,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금호석화가 참여 할 수 없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호석화는 즉각 항의하고 나섰다. 양 사가 맺은 약속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무근이고, 그런 사실이 있다면 공개하라며 오히려 역공에 나섰다. 또 “이미 남보다 못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며 “금호석화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위해 위장 거래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박세창 사장이 작은 아버지인 박찬구 회장을 향해 서스럼없이 칼날을 겨눈 이유를 따져보려면 이보다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6월 성공적인 매각의 사전 작업으로 정관변경을 시도했다. 임시 주총에는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주식 총수와 전환사채(CB) 한도를 확대하는 안건이 상정됐다.

금호석화는 기존 주주들의 지분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던졌다. 안건은 통과됐지만 이 과정에서 박삼구 전 회장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고, 박세창 사장이 경고성 메세지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찬구 회장은 2012년 미공개 내부정보를 악용한 횡령·배임 혐의, 2016년 아시아나항공의 금호터미널 헐값 매각 등을 이유로 박삼구 전 회장을 잇따라 고발했다. 소송전은 현재진행형이다. 2013년에 시작한 상표권이전등록 소송은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금호그룹은 ‘형제의 난’을 겪으며 2010년 두 개의 그룹으로 쪼개졌다. 금호그룹은 1984년 창업자인 고(故) 박인천 회장 별세 후 다섯 명의 아들 중 4명이 경영에 참여했다. 이들은 형제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해 왔다.

장남인 고 박성용 전 회장은 2대 회장에 올랐고, 1996년 바로 밑 동생인 고 박정구 전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2002년에는 3남 박삼구 전 회장이 4대 회장에 올랐다. 형제승계 전통에 따라 다음 후계자는 4남인 박찬구 회장이지만, 박삼구 전 회장이 박세창 사장에게 승계권을 이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형제간 갈등이 불거졌다.

특히 박삼구 전 회장은 박찬구 회장의 반대에도 2006년 대우건설과 2008년 대한통운 인수를 강행했고, 두 사람의 갈등 골은 깊어졌다. 박찬구 회장은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대신, 금호석화 지분을 늘리는 식으로 분리경영을 준비했다.

이에 박삼구 전 회장은 2009년 박찬구 회장을 금호석화 대표이사에서 해임시켰고, 자신은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경영권 분쟁이 표면적으로 종식된 것은 이듬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금호석화그룹이 떨어져 나가면서다. 당시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었고, 현재 지분율은 11.02%다.

박찬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에 가진 애정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경제적 실익에는 많은 중요도를 두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박삼구 전 회장과 부딪히는 것은 당연하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감자 건 외에도 채권단 지배 하에 추진되는 경영정상화 작업을 놓고 이견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금호석화가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완전히 처분하기 전까지는 잡음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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