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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인텔 10조 빅딜, 기대와 우려 ‘반반’ 왜?

SK하이닉스-인텔 10조 빅딜, 기대와 우려 ‘반반’ 왜?

등록 2020.10.22 14:17

김정훈

  기자

적자였던 낸드 사업 ‘흑자’로, 기업용 SSD 세계 1위 경쟁력 확보 내년 말까지 8조원 자금 풀지만···2025년 3월 인수 완료 계약“향후 4년간 투자 대비 이익 적다” 평가···낸드 ‘SK-인텔’ 독자 운영시장선 인수 자금 높아 SK하이닉스 재무적 리스크 부각

SK하이닉스-인텔 10조 빅딜, 기대와 우려 ‘반반’ 왜? 기사의 사진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10조원에 인수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시너지가 상당하다는 긍정적 전망이 뒤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2025년 3월에 인텔과 계약을 최종 마무리하기로 하는 ‘특이한’ 인수합병(M&A)을 SK가 선택한 까닭에 향후 4년간 투자비 대비 이익이 적을 것이란 우려 섞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22일 금융투자업계 및 기업분석 전망 등을 종합하면 최태원 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머리를 맞댄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놓고, 시장에선 미래 성장을 위한 선택이라면서도 과연 최선의 방법이 맞는지 이견 차이가 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금을 두 번에 걸쳐 향후 5년간 지불하는 계약을 맺었다. 우선 내년 말까지 지불해야 할 1차 대금 비용은 8조원(70억달러), 2025년 3월까지 내야 할 2차 대금은 2조3000억원(20억달러)이다. 10조3000억원 규모의 국내 대기업 M&A 역대 최대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당장은 부담스러운 비용 때문에 재무적 리스크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 시각도 나왔다.

우선 투자 기대감을 키우는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4~5위권에 머물던 낸드 사업이 삼성전자에 이어 단숨에 2위로 도약하게 되고, 향후 성장 전망이 높은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사업은 기존 5위권에서 글로벌 1위 위상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 적자 구조는 인텔을 품으면서 흑자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상반기 인텔의 낸드 사업 영업이익은 6억 달러(약 680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모바일 단품 위주의 저부가 제품에 집중돼 있으나 인텔은 고부가 서버용 저장장치인 SSD 위주로 제품 구성 자체가 다르다. 이에 따라 그동안 D램 사업에 집중됐던 사업 비중이 낸드 사업까지 이익이 확장되는 측면이 있다.

SSD사업은 인텔과 SK가 합쳐지면 삼성과 대등한 사업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기준 올해 2분기 전체 SSD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31.2%, 인텔과 SK 합산 27.1%다. 기업용 SSD 사업만 놓고 보면 2분기 인텔과 SK 점유율이 36.7%로 삼성(34.1%)을 앞선다. 서버용 저장장치 산업이 오는 2024년까지 연 평균 13% 성장 전망이 나온 것도 SK하이닉스 입장에선 상당한 호재다.

반면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하이닉스로 편입시키는 과정은 2025년 3월까지로 향후 4년간 진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SK 측이 유리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 4년간은 양사의 낸드 사업을 합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구조여서 수치상 시장 점유율만 높이는 꼴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계약 내용을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SK하이닉스는 2021년 중국에 자회사를 설립해 인텔의 SSD 사업과 낸드 자산을 인수할 예정이다. 2025년 3월 인수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진 인텔의 자회사가 다롄 공장을 위탁 운영하며, SK하이닉스 자회사는 인텔 자회사가 생산한 제품을 공급받는 방식이다. 인텔의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IP)과 연구개발(R&D)·생산 인력이 SK하이닉스로 완전히 이전되는 것도 2025년 3월 이후다.

이주한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원은 “하이닉스가 우선 70억달러를 지불하고 4년간 인텔이 생산하고 브랜드만 SK하이닉스인 제품을 판매하는 인수 계약”이라며 “4년간 지식재산권, R&D 등 핵심 자산이 인텔에 귀속돼 M&A를 통해 SK의 낸드 역량을 키운다는 근원적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고 자칫 재무적 투자자에 머물 수 있다”고 했다.

인수 금액을 놓고서도 다소 비쌌다는 평과 적정 가격이라는 평이 둘로 나뉜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10조원은 2020년 연간 설비투자에 해당되는 하이닉스에게는 부담되는 금액으로 다소 비싸 보인다”면서 “인텔의 낸드 생산 8만장을 증설하려면 10조 이상이 필요하지만 인텔의 자산이 노후화됐고 향후 기술전환에 추가비용이 발생 가능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도 “단순하게 자본규모와 매출액 비교하면 인텔 낸드 사업 인수 금액은 높다”고 말했다.

인수 대상 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4조6500억원, 자산은 7조8400억원, 부채는 4조7900억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반대 의견도 나왔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다롄 팹(제조) 건설비용과 장비 투입비용을 감안하면 10조는 적정한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SK하이닉스가 인수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시장의 관심이 커졌다. 내년 말까지 우선 지불해야 할 1차 대금 비용은 8조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가 밝힌 현금보유액은 약 5조원이다. 반기보고서를 보면 유동부채에 잡힌 차입금은 약 4조원이다.

특히 인텔보다 앞서 4조원을 투자한 일본 반도체회사 키옥시아 지분은 도쿄 증시 상장이 지연돼 블록딜로 처분할 수 있는 시기를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는 재무적 투자자와 손잡지 않고 인수 비용을 일부 차입을 포함해 전액 그룹 차원에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짰다. 향후 1년간 영업이익으로 벌어들이는 비용과 그룹의 유동성 지원이 따라붙으면 1차분 8조원 조달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올해 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5조원, 내년 전망치는 8조5000억원 선이다.

만일 자금 조달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지원안이 마련된다면 SK텔레콤이 참여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 내부에선 하이닉스 자체적으로 10조 자금은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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