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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등록 :
2020-10-21 16:04

수정 :
2020-10-21 16:35

롯데 오너 3세 경영수업 돌입…父처럼 일본 거쳐 한국 오나

경영권 분쟁 후 오너일가·그룹 국적 논란 지속
日기업 낙인 찍히며 지난해 불매운동 직격탄
신동빈 장남마저 日 롯데 먼저 입사해 논란 불지펴

지난 1월 22일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아들 신정열씨가 영정(맨 오른쪽)을,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들 신유열씨(가운데)가 위패를 들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롯데그룹 오너 3세 신유열씨가 일본 계열사에서 경영 수업을 시작하면서 롯데의 ‘일본 기업’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그의 첫 경영 수업 장소가 일본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국적, 병역 이슈 등 민감한 사안들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여러 차례 롯데를 한국 기업이라고 강조하며 백방으로 노력해왔으나, 오너일가의 애매한 정체성 문제가 국내 소비자들의 ‘반롯데’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씨는 최근 일본의 한 롯데 계열사에 입사해 근무하고 있다.

신유열 씨는 1986년생으로 일본에서 태어났다. 아오야마 가쿠인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마치고 게이오 대학교를 졸업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MBA 과정을 밟았다. 최근까지 다시 노무라증권에 몸 담았다가 일본 롯데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신 회장이 아오야마 가쿠인에서 대학까지 마친 후 컬럼비아대학교 MBA 과정을 밟고 노무라증권을 거쳐 일본 롯데상사에 입사한 것과 흡사한 행보다.

문제는 신유열 씨가 한국이 아닌 일본 롯데에 먼저 합류하면서 다시 한 번 롯데 오너일가의 정체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신 씨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적 역시 일본이기 때문에 병역 의무가 없다. 재벌 오너일가의 국적과 병역 이슈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민감한 사안인 만큼 당장 한국 롯데에 입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롯데 오너일가는 그 동안 지속적으로 국적 논란에 시달려왔다. 롯데그룹의 모태부터가 일본이고, 가족 대부분이 일본에서 나고 자라 일본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일본에서 사업을 일군 후 일본 유력 가문의 딸인 다케모리 하츠코(현 시게미츠 하츠코) 씨와 결혼했고, 신동빈 회장 역시 일본에서 나고 자라 일본 귀족 가문 출신이자 대형건설사 다이세이의 고(故) 오고 요시마사 회장의 차녀인 오고 마나미(시게미츠 마나미)와 결혼했다. 신유열 씨 등 신 회장의 세 자녀 역시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신유열 씨는 일본인 사토 아야(시게미츠 아야) 씨와, 신승은 씨는 일본 아나운서 이시이 도모히로 씨와 결혼했다.

특히 2015년 경영권 분쟁 이후 가족 사이의 ‘진흙탕’ 싸움이 이어질 당시 오너일가의 국적 논란은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언론을 활용해 여론전을 펼쳤는데 이 과정에서 롯데 오너일가가 모두 일본어로 대화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격호 명예회장의 육성은 물론 신 전 부회장이 진행한 언론 인터뷰도 모두 일본어였다. 당시 공개된 신 명예회장의 ‘신동빈 해임 지시서’에 적혀 있는 그의 이름과 신동빈 회장의 이름도 일본식인 시게미츠 다케오, 아키오로 돼있었다.

이 때 오너일가의 국적뿐만 아니라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까지 도마에 오르면서 롯데그룹은 ‘일본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경영권 분쟁 후 신 회장은 일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지배구조 개선도 추진해왔으나 호텔롯데 상장이 막히며 아직도 한국 롯데가 일본 롯데의 영향력에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수 차례 롯데그룹이 한국 기업이라고 해명했음에도 국내 소비자들은 여전히 롯데를 ‘일본 기업’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지난해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시작된 불매운동 직격탄까지 맞으며 한국 롯데그룹의 주요 사업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번에 신유열 씨의 경영수업도 일본에서 먼저 시작되면서 당분간 롯데의 ‘일본 기업’ 꼬리표가 떨어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씨가 추후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국적 포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당장 국적을 포기할 경우 병역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만 38세부터 병역이 면제되므로 2024년 이후 국적을 포기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또 한 번 롯데와 오너일가의 국적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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